▲ 지난 13일 열린 친환경농산물 공동 의무자조금 설치 준비위원회에서 진통 끝에 위원장이 선출됐다.

친환경농산물 공동 의무자조금 설치 준비위원회가 진통 끝에 위원장을 선출하고 의무자조금 출범을 위한 힘겨운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진통 끝에 박종권 준비위원장 선출…각계 온도차 여전
농협 “임의자조금 있는데…충분히 논의 안돼 시기상조”
생산자단체 “친환경농업 위기 농민 스스로 돌파할 기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13일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2차 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지난해 12월 18일 1차 준비위원회에서 위원장 선출을 하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남에 따라 위원장 선출 및 사무국 설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는 초반부터 살얼음을 걷는 분위기였다. 농협 측 대표자들은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자조금 설치를 위한 향후 일정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임의자조금을 농협에서 주도를 해 왔는데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될 경우 농협의 역할과 친환경농업협의회의 의견이 일치돼야 하는데 사전에 이러한 것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임의자조금도 실시하고 있고 친환경농업계가 여러 힘든 상황을 거치고 있는데 농민들에게 자조금을 내라고 하면 설득이 되겠는냐는 것이다.

박성직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장(강동농협 조합장)은 “사전에 충분히 대화가 이뤄지고 위원장 선출 등이 결정 돼야 하는데 아쉽다”며 “의무자조금은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윤경환 한국유기농업협회장은 “친환경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돈을 내라고 하면 반발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생산자단체나 생협의 생산자 대표들은 의무자조금을 통해 친환경농업이 안고 있는 위기를 농민들 스스로가 돌파해 보자는 의미에서 지금부터라도 추진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이미 농민들 이 자체적으로 자조금 형태의 자금을 운영하면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장이 절박하다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농민의 권익은 스스로가 나서고 행동할 때 가능한 것이지 가만히 있어서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다”며 “농민 스스로가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일을 의무자조금을 통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모 한살림연합생산자회장은 “준비위원회가 구성된다 해도 의무자조금 시행까지는 시일이 많이 걸릴 것이다”며 “지금부터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착실히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국 다수의 의견이 위원장을 선출하고 향후 일정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이에 위원장에는 박종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이 선출됐다. 다만 농협은 3월에 열리는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 총회나 이사회에서 의견수렴을 거쳐 준비위원회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권 친환경농산물 공동 의무자조금 설치 준비위원장은 “농업인들의 권익이 지켜질 수 있도록 같이 힘을 모아가자”고 당부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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