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정보에 자칫 소비 위축 우려
소비자 대상 교육·홍보로 인식 개선
농민 스스로 사업·예산 결정 등
농업 발전 ‘자발적 참여’ 동기부여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 도입을 위한 친환경농업계의 걸음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친환경농산물 공동 의무자조금 준비위원회가 열려 위원장을 선출했다. 비록 농협이 차후 참여를 한다는 조항이 있기는 했지만 의무자조금 출범을 위한 귀중한 첫 발을 내딛은 것.

그동안 친환경농업계에서는 임의자조금이 운영되고 있지만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현재 형태인 자조금으로는 친환경농업이 갖고 있는 어려움에 즉각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친환경농산물 임의자조금은 친환경농업협의회 회원 조합과 환경농업단체연합회의 자체 조성금에 정부 보조금이 포함된 총 13억3900만원이었다. 이 자조금을 통해 소비홍보 사업, 교육 및 정보제공 사업, 조사연구 사업 등에 사용했다.

이렇게 조성된 임의자조금은 친환경농업협의회 회원 조합의 거출금 대부분을 사업비 명목으로 되돌려 주고 있다. 또 환경농업단체연합회의 거출금도 회원단체의 교육이나 자조금 관련 사업에 사용되는 정도다.

이렇다 보니 행여나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된다고 해도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예산이나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KBS파노라마 방영 이후 친환경농업단체들이 개최한 집회는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회비를 분담해서 진행됐다. 또한 당시 방영된 내용에 반박하는 대 국민 또는 소비자 교육이나 홍보도 사실상 전무했다. 친환경농업계는 친환경농산물의 소비가 둔화될 것을 염려했지만 다행히 극심한 소비침체는 면했다. 그렇지만 당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외면이 극에 달했다면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럴 경우 통상 침체된 소비를 되돌리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볼 때 현재의 임의자조금 조생액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의무자조금을 처음 도입한 양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돌려놓는 것은 단시일 내에 불가능하다”며 “지속적인 소비홍보를 실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돈자조금은 전체 자조금 예산의 34.4%인 66억3000만원을 소비홍보로 세웠었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이와 함께 의무자조금이 도입되면 친환경농업의 위축에 대비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도 가능해 질 수 있다. 자조금을 납부하는 농민들 스스로가 사업과 예산을 결정하는 동시에 사업내역까지 점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친환경농업의 발전에 스스로 참여한다는 동기부여까지 될 수 있다.

정부도 2017년까지 원예농산물 의무자조금 단체 14개 이상을 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존 임의자조금에서 의무자조금으로 전환에 저해가 되는 요소를 중심으로 관련 법령을 정비할 예정이다. 또한 임의자조금 졸업제도를 도입해 임의자조금 단체 결성 후 3년 동안만 지원된다.

이같은 여러 상황들을 볼 때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 도입의 필요성은 더 이상 거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지난 2월 13일 열린 준비위원회에서 생산자 대표로 참석한 이재동 행복중심생산자회장의 말은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 도입이 절실한 이유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농민들 스스로 자조금을 자체적으로 조성하고 활용하고 있는 곳도 많다. 이것은 농가들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살려고 하는 것이다. 친환경농산물 가격이 제 값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농민들이 스스로 돈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현장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