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로 잠시 미뤄졌던 추석용 사과 선별이 8월 마지막 주 들어 각 산지별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대 사과 생산지인 영주 산지유통센터에서의 8월 30일 홍로 선별 모습.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기록적인 무더위 끝에 맞는 올 추석 시즌, 사과와 배 등 과일산업 관계자들은 소비·유통 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폭염 및 가뭄으로 인해 외형적으로는 예전과 같지 않을 수 있지만 풍부한 일조량 속에 당도 등 맛은 최고라는 의미다. 한국농어민신문은 올 추석 대목을 앞두고 사과와 배를 시작으로 과일, 채소 등 주요 품목 전망 및 유통업계 동향 등을 집중 점검해본다.

▲일소피해 받았지만 당도는 높은 ‘사과’=전국 최대 사과 생산량 및 재배면적을 자랑하는 경북 영주. 주말을 앞둔 금요일인 8월 26일 영주의 거점산지유통센터(APC)가 본격적인 선별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날 이곳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당초 예정과 달리 이날 APC에서의 선별 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비’, 이른바 ‘단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대구경북능금농협의 진동일 영주APC 센터장은 “오늘 비가 와서 농가들이 수확을 대부분 하지 않았다”며 “비가 오면 수확을 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늘 내린 비가 너무나 단비기 때문에 나무에 비를 맞게 하기 위해 작업을 늦춘 농가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진 센터장의 말처럼 이날 내린 비가 단비인 것은 올해 상당히 양호했던 사과 생육이 여름철, 특히 8월 내내 계속된 무더위와 가뭄의 영향을 받아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소피해를 받은 사과 산지가 많았고 그 여파가 추석 시즌에 들어가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동일 센터장은 “이번 비가 단비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가뭄을 해갈하기에는 많이 부족했고, 이미 일소피해를 받은 농가들도 상당수”라며 “사과 색이 제대로 들지 않거나 볕에 타버린 물량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영주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과 산지가 비슷하게 겪고 있다. 추석 사과 홍로 주산지인 전북 장수의 백승인 장수사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매년 일소피해가 있었지만 올해는 폭염 및 열대야가 지속돼 예전보다 좀 더 심한 편”이라며 “그나마 다행히 금요일부터 주말에 비가 와 색이 들어온 물량도 많다”고 전했다.

외관상 색이 제대로 들지 않을 수 있지만 맛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사과 생산·유통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진동일 센터장은 “비록 색이 제대로 안 날 수 있지만 풍부한 일조량으로 인해 당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백승인 대표도 “어제(28일) 당도를 측정했는데 16브릭스 이상 나오는 홍로가 많았다. 당도가 그냥 높은 게 아니라 굉장히 높다”고 확언했다.

추석 사과 시세는 아직 전망하기엔 이르지만 대체적으로 양호하게 흐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락시장의 김용흠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홍로 첫 출하 시점엔 잔 물량이 시세를 견인했는데 추석이 다가오면서 굵은 물량의 시세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품성이 좋은 물량은 높은 시세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과 없다지만 제수용으로는 충분한 ‘배’=배는 사과와 달리 일소 피해를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육 과정에서 ‘봉지’를 씌우기 때문이다. 다만 출하 시기가 조금 늦춰지고 대과보다는 중소과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재승 나주시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는 “배의 경우 사과와 달리 일소피해가 많지 않다. 다만 지속된 고온으로 인해 성장이 조금 더디기도 하고 외관상 모습이 평년보다 예쁘지 않을 수 있거나 잘은 과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사과와 마찬가지로 당도 등 맛은 상당히 좋을 것으로 보이며 성장이 조금 더디지만 추석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심훈기 천안배원예농협 상무는 “폭염으로 인해 외관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당도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재승 대표도 “봄 이후 생육과정에서 일조량이 좋아 그런지 당도를 측정해보니 예전 추석에 비해 당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성장이 조금 더딘 부분도 추석 전에는 대부분 회복돼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와 함께 대과 비중이 적다는 것도 시장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과를 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김갑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부장은 “예전의 대과라고 할 수 있는 7.5kg 상자 기준 8과까지는 물량이 적을 수 있지만 요즘은 12과까지는 충분히 제수용으로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제수용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이어 “(시세와 관련해선) 초도 물량이 나오기에 아직 정확한 시세 집계가 잡히지 않았지만 좋은 물량 위주로 지난해보다 시세가 선전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번 추석 대목을 맞아 박철선 한국과수농협연합회장은 “폭염으로 인해 겉으로 보기엔 예년보다 못할 수 있지만 풍부한 일조량으로 인해 당도 등 맛에서는 예전보다 상당히 양호하다”며 “유통업체나 소비자분들은 이 부분에 유념해 과일을 유통, 소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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