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성수월마을’은 수몰이라는 아픈 역사를 딛고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해 희망을 만들어 낸 곳으로 변모했다. 여기에는 박성기 마을 위원장(사진 오른쪽)과 마을 주민들의 노력이 컸다. 최근에는 지역특산물을 통해 만든 술과 식초, 화장품 판매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 청도군에 있는 ‘성수월마을’은 개그맨 전유성 씨가 세운 코미디전용극장인 ‘철가방극장’이 있는 곳이다. 철가방극장이 이 곳에 오기까지는 전 씨의 결단 외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마을 사람들의 그 무언가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을 터. 바로 지속가능한 마을의 수익모델을 찾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남다른 의지다.

성수월마을은 1차 산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체험·관광·오락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동시에 2차 가공 제품 개발·판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 곳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활용한 전통주, 식초, 화장품 등은 성수월마을이 의욕적으로 길러내고 있는 콘텐츠들의 양과 질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체험·관광, 2차 가공으로 지속가능성 모색 팔걷어
감막걸리·감식초, 복숭아 선크림·마스크팩 등 개발
인근 지역까지 협력해 복합 장터몰 운영 등 모색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마을=성수월마을은 2000년대 초반 수몰의 아픔을 겪은 곳이다.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한 마을이 현재 농촌 체험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 형태의 마을공동체로 변모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을 사람들은 “희망이 사라진 마을에서 희망을 창조하는 마을로 탈바꿈했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의 중심 축 역할을 해 왔던 이가 이 곳에서 나고 자란 박성기 마을 위원장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부터 올해로 19년째 마을을 지키고 있는 그는 주요 농지 등이 수몰된 상황 속에서 문화콘텐츠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마을의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가방극장이 이 곳에 자리 잡게 된 데에도 그의 역할이 컸다. 이런 그에게 개그맨 전유성 씨는 ‘청바지’(청도를 바보처럼 지키는 사람)라는 애칭을 붙였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마을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성수월마을은 2010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대상지에 선정돼 마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그린투어센터를 설립하게 됐고, 이 곳에 식당과 휴식 카페 등 공간을 조성했다. 식당에선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마을 체험 및 관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방문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성기 위원장은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운영을 위해선 위험요소를 분산하는 차원에서 수익모델을 10여개 정도 마련해 소득원을 다양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고용인원이 30명 정도·연매출 20억원 수준의 마을공동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수익을 나누는 마을 협동조합 체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찾다=박성기 위원장은 성수월마을이 희망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이에 맞는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수몰 지역 탓에 1차 생산 기반이 미흡한 부분이 있어 2·3차 산업을 통해 생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몰래길’, 코미디전용극장 등 마을 명소 곳곳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들이 없을 정도다.

요즘 그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2차 가공 분야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가공제품을 생산하면 저장도 용이할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체험·관광객들의 발길을 연중 불어들이기 위해선 제철 농산물의 계절적 편차 등을 줄이는 한편 고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가공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수익모델로서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다. 체험 및 관광, 2차 가공 분야에서 추진하는 여러 노력들을 높게 평가받아 박 위원장은 최근 6차 산업 분야로는 처음으로 신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성수월마을이 야심차게 내놓은 2차 가공품들은 청도 특산물인 복숭아와 감 등으로 만든 전통주, 식초, 화장품(선크림, 마스크팩) 등이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원료를 바탕으로 지역의 가공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말 그대로 ‘상생협력’ 취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감을 곁들인 감막걸리와 홍시로 만든 감식초 등은 이미 방문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청도 특산물인 복숭아를 활용한 ‘선크림’과 ‘마스크팩’ 등은 지역에 있는 화장품 전문업체와 협력을 통해 개발해 최근 출시하는 등 가공 분야를 확장하는 노력도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박성기 위원장은 “1차 권역사업으로 미나리 생산을 통해 마을 상생의 발판을 마련했고, 3차 체험 및 관광 사업 등을 통해 많은 이들이 이 곳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지역에서 2차 가공 분야는 감말랭이 정도의 낮은 수준인데, 이를 뛰어넘어 높은 수준의 가공식품 및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야 이 분야가 수익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해 1·2차 기반을 안정화하고 3차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청도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여러 제품들을 팔 수 있는 장터 형태의 복합 장터몰을 만들면 마을과 지역공동체의 든든한 수익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든지 청도 성수월마을을 찾아오시면 맛있는 먹거리와 즐거운 체험·관광 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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