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술’, 이른바 저도수 주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현상이 통계 수치에서 확인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류 소비의 특징으로 과일즙 등이 첨가된 과일 소주 선호도가 증가하고 고위험음주 경향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류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을 뿐 전체 술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부분도 파악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기획재정부·국세청이 최근 각각 발표한 주류 관련 자료를 토대로 업계 상황을 들여다봤다.

올 상반기 과일소주 등 리큐르 1회 평균 음주량 6.0잔
고위험음주 경험자 2013년 82.5→58.3%로 크게 줄어
중소 주류업체 저도수 소비 트렌드 따라잡기 쉽지 않아


▲저도수 소비도 늘고, 전체 술 소비도 늘었다=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주류 소비 실태 등을 조사한 식약처의 ‘2016년 상반기 주류 소비·섭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류 소비의 큰 특징은 과일즙 등이 첨가된 과일 소주(13~14도) 선호도는 크게 증가한 반면 고위험음주 경향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는 7월 8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올 1월부터 6월까지 주류 소비·섭취 형태를 설문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도수 주류의 소비 증가 추세가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과일소주 등이 해당되는 리큐르의 1회 평균 음주량은 2016년 6.0잔으로, 2013년 2.2잔에 비해 2배 이상 크게 늘었다.

반면 ‘고위험음주’ 및 ‘폭탄주’ 음주 경향은 줄어들었다. 최근 6개월 동안 음주 경험자 중 하루에 17도 소주 기준으로 남자는 8.8잔 이상, 여자는 5.9잔 이상 섭취하는 고위험음주를 경험한 자의 비율은 2013년 82.5%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6년 상반기엔 58.3%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폭탄주 역시 음주 경험자 중 45.7%가 마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수치 역시 2013년 55.8%에 비해 약 10%가 감소했다.

주류 소비 패턴은 전반적으로 저도수 술을 선호하고,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것을 지양하는 흐름이 뚜렷한 특징이다. 특히 일상 속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 캠핑이나 파티 등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기에 적합한 술, 이와 더불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술 등을 찾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술 소비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15년 주세 징수액은 3조2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각종 주류에 붙는 주세가 역대 처음으로 연간 3조원을 넘어섰다는 데 의미가 부여된다. 주세 증가는 술 소비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주류 중 맥주 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해외맥주 수요 증가 등이 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류 시장 대세는 저도수, 업계에선=저도수 술에 대한 소비 수요가 늘어나는 등 주류 소비패턴은 술과 건강을 함께 추구하는 경향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주류 업체들은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의 과일에서부터 홍차 등의 다양한 재료를 혼합한 저도수의 술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도수 대신 맛과 향’을 부각한 주류, 또한 저도수 주류가 ‘건강을 생각한 술’이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힐 수 있도록 마케팅 등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도수 술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여러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전한 음주 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에서부터 저도수 술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도수 술이 전체적인 주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인 부분이다. 

산업 차원에서는 중소 주류업체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따른다. 저도수라는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선 제품 개발과 마케팅 역량이 필수적인데,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를 갖춘 중소 주류업체들의 대응이 쉽지 않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대체로 도수가 높은 술을 주력 제품으로 갖고 있는 전통주 업체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전통주 업계에서도 다른 술과 섞어 마실 수 있도록 한 술이나 저도수 술이 개발되고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저도수 술 등 최신 트렌드가 기존과는 다른 소비 양상을 보이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주류업체들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는 흐름”이라면서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고정 수요층에 비해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을 공략하는 데에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전통주 업체 관계자는 “저도수 술을 선호하는 소비 흐름이 강해지면서 전통주 업계에서도 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업체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최신 트렌드와 건강을 생각한 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방안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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