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농협 여성임원할당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산청한방가족호텔에서 실시된 ‘2016년도 여성농업인 농협리더 양성교육’에서 여성농업인들이 조를 이뤄 농협발전을 위한 나의역할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지역농협 여성임원할당제가 도입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성임원 비율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7월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개정을 통해 여성조합원이 30% 이상인 지역농협은 여성임원을 1명 이상 선출하도록 했지만, ‘안 지켜도 그만’인 제도로 전락한 것이 원인이다. 여성임원할당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농협중앙회와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해당 지역농협 450곳 중 다수 제도 시행 후 아예 안뽑아
업적평가 반영점수 1~2%뿐…"중앙회 손 놓고 있다" 지적도
"정책 초기 의지갖고 추진해야…비례대표 형식 등 고려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전국 1132개 농·축협 여성임원 비율은 6.5%(656명)로 확인됐다. 2014년 4.6%, 2015년 4.8%에 비해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당초 기대치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여성조합원이 30% 이상인 지역농협 674개 중 100곳이 넘는 지역농협이 농협법 개정 이후에도 여성임원을 선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 지역농협은 여성임원할당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여성조합원 비율이 30%가 넘지 않도록 조합원 수를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선거로 임원을 선출하다보니 마음대로 안 된다. 여성임원 후보가 없는 경우도 있고, 선거에서 지는 경우도 있다. 지역농협 업적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임원을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여성임원을 업적평가에 반영하는 점수는 고작 1~2% 정도. 당초 여성임원할당제 도입을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농협중앙회가 여성임원할당제 활성화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헌중 좋은농협만들기 전국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농협법을 개정해 여성임원할당이라는 의무규정을 뒀지만 단위조합이 개별주체다 보니 일부 한계를 보이는 것 같다”며 “중앙회가 지도사업 예산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배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허 집햅위원장은 “협동운동 정신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여성임원할당제가 계속해서 지켜지지 않는다면 향후 법규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복수조합원제도가 도입된 이후 여성조합원이 크게 늘었지만 농협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적은 편인데, 여성조합원들 스스로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역시 “사회적 약자(여성)가 대표성을 갖기 위해선 정책초기 단계에서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며 “여성이 선거에서 임원으로 선출되기 어려운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농협법 시행령이나 시행세칙에 선거를 거치지 않더라도 비례대표 형식으로 여성임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추진의지가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 대표는 “농협법과 여성농업인육성을 소관하는 농식품부도 여성임원할당제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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