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소비 감소와 작황 회복으로 인한 물량 증가 등으로 농산물 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산물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잘못된 소식이 확산되면서 소비 심리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시기에 맞지 않는 관련기관의 동향 발표와 이를 짜깁기한 언론 보도의 결합이 추석 이후 소비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산지와 유통업계는 비판하고 있다.

추석 이후 하락세 보이는데도 왜곡정보에 소비 위축
폭염 한창이었던 8월 동향을 지금인냥 재포장 ‘눈살’


추석 연휴가 끝난 19일 이후 농산물 값은 일제히 하락장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추석 대목 130p 내외를 오갔던 가격 표준지수는 19일 99.17p, 21일 113.6p, 22일 111.52p 등 하락세로 돌아섰다. 물론 평년 장(100p)과 비교해서는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주 생육기였던 8월 극심한 폭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안정대로 접어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19일 이후에도 ‘추석 지나도 과일값 고공행진’, ‘식탁물가 요동’ 등 자극적인 농산물 시세 편향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출처의 중심엔 여러 기관의 때 지난 동향 발표가 있었다. 특히 지난 19일 정부 설립 전문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소비 동향 자료가 가장 많이 인용됐다. 이 자료의 제목은 ‘8월 생필품 가격 동향, 배추 값 큰 폭으로 상승’이었다. 폭염 등으로 배추와 무, 양파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는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농산물 유통 현장에선 발표 시점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석 이후 물량이 늘어나고 소비 심리가 가라앉는 시점에 굳이 한 달도 더 지난 8월 가격 동향을 발표해야 했냐는 것. 더욱이 이 발표는 과거의 일을 현재의 일인 냥 재포장했다. 구체적인 해당 월을 밝히지 않은 채 ‘전월 대비 채소가격 폭등’, ‘금값된 배추가격’ 등의 언급으로 인해 자극적인 언론 보도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자연스레 일반 소비자들은 추석 이후에도 추석 대목장과 같이 폭염으로 인한 영향이 커 농산물값이 매우 높다는 식으로 인식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락시장의 경매사들은 “9월도 아니고 폭염이 한창이었던 8월 가격 동향을 굳이 추석이 끝난 이후에 내놔야 했느냐”며 “가뜩이나 추석 대목 이후에는 장도 잘 안 서는데 소비자원 자료를 인용한 언론 보도를 보니 분통이 터진다. 정부 한쪽에선 9월말부터 대규모 유통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다른 쪽으로는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주는 내용을 발표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매달 생필품 동향을 발표하는데 추석 전에 발표하면 추석 대목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나름 고민하다 추석 이후로 잡았는데 언론이 이를 현 시점으로 보도할지는 몰랐다”며 “이번엔 그렇게 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농축산물가격 변동보다는 ‘어느 시장이 저렴하다’는 식의 소비자 정보 제공에 더욱더 비중을 두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