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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면적과 생산량 감소, 그렇지만 가격은 과거에 비해 현행 유지나 하락.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비춰보면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 바로 배 산업의 현 주소다. 배 생산농가들은 물론 국내 품종 연구자, 여기에 더해 유통업계에서도 현재 배 산업이 체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앞으로 수입 과일과의 경쟁은 물론 국내 과일과의 경쟁에서도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국내 배 산업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새롭게 개발된 신품종의 시장 성공의 전망을 2회에 걸쳐 짚어봤다.

지난해 재배면적 1만2660ha…15년 사이 반토막
생산도 줄었지만 가격은 십 수년 째 제자리걸음

젊은 소비자는 요리 식재료나 제수용으로만 인식
단일 품종으로 소비자 선택권 좁아지는 것도 한계


▲배 생산과 유통 현황=국내 배 재배면적은 감소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과거 1990년 재배면적이 9000ha에서 2000년 2만6000ha까지 크게 확대됐지만, 이후 재배면적이 급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배 재배면적은 전년대비 4%가 줄어든 1만2664ha로 집계됐다. 불과 15년 사이에 재배면적이 반 토막이 났다.

재배면적 감소와 함께 생산량도 줄어들었다. 2000년 32만4000톤에 달하던 배 생산량은 2008년 47만1000톤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를 보이면서 2012년에는 태풍으로 인해 17만3000톤까지 줄었다. 이후 큰 반등 없이 지난해에는 개화기 저온피해로 인한 착과 불량과 흑성병 피해 등으로 생산량이 전년에 비해 14% 감소한 26만1000톤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감소한 배 가격은 다소 올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변화가 없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배 품종별 실질가격은 신고는 2000년대 초반 kg당 2000원 수준이었지만 신고 품종의 생산량이 늘면서 2008년 1600원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품종인 원황 역시 최근 2000년 초반 2200원대 가격에서 최근에는 1900원대까지 내려 왔고 화산 품종은 1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배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배 가격이 이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소비 감소다. 배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00년 6.7kg에서 2008년 9.2kg까지 늘었다. 이후 재배면적 감소와 함께 소비량도 줄면서 2015년 배 소비량은 4.7kg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년인 2014년 대비 13%나 줄어든 수치다.

배 소비가 이처럼 줄어들게 된 원인은 배가 갖고 있는 애매한 위치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반 가정용 소비자들 가운데 젊은층 소비자들의 인식은 배가 다른 요리에 사용되는 식재료나 제수용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른바 ‘귀신이 먹는 과일’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시기도 추석과 설에 집중된다. 중앙청과 이승환 과장의 분석 자료를 토대로 2015년 서울 가락시장을 기준으로 소비지 공판장 배 판매현황을 살펴보면 설인 2월에는 4670톤이 출하됐고, 추석인 9월에는 무려 8357톤이 출하됐다. 연간 56%와 59%에 해당하는 물량과 금액이 설과 추석에 출하된다는 얘기다. 결국 배가 제수용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러한 소비동향과 출하 현황은 사과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사과는 소비자들에게 과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재배면적이 2000년 2만9000ha에서 이후 등락은 있었지만 2015년 3만1600ha로 늘었다. 재배기술이 향상되면서 단수가 증가했다는 것을 가정하면 생산량도 늘었고, 특히 연간 소비량도 늘었다. 사과 1인당 연간 소비량은 2009년 9.9kg까지 늘었다가 2015년에는 11.4kg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과일로 인식하는 사과의 소비지 공판장 판매현황은 배와 극명하게 비교를 보이고 있다. 사과 역시 설과 추석 출하가 평시에 비해 많지만 배처럼 편중되지는 않았다. 사과의 설과 추석 출하 비중과 판매 금액은 출하 물량과 금액의 26%와 30% 수준이다. 배가 이 기간 50% 이상을 출하·판매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배 산업의 전망은=배 산업 종사자들은 현재로써는 배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다른 품목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생산 구조와 소비 동향의 반전을 꾀하지 않는다면 향후 배 산업은 침체의 길을 걷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배 산업이 갖고 있는 가장 취약한 점은 바로 단일 품종 재배가 심각하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 보니 출하시기가 집중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좁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배는 신고 품종이 전체 재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신고는 대과 품종으로 생산성이 좋고, 명절에 적합한 품종이다. 이러한 품종의 특성이 시장을 지배하다 보니 다른 품종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선택은 이러한 상황과 다른 결과를 내 놓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소비자패널을 대상으로 배 용도별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과거에 비해 제수용에 대해서는 대과 비율의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가정용과 선물용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2015년 조사에서 가정용은 대과 선호가 20.8%로 2014년 25.6% 대비 줄었다. 그러나 소과와 중과는 각각 4.3%에서 5.6%, 70.1%에서 73.6%로 증가했다. 결국 가정용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과와 중과 크기의 배 재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지난 1월 개최된 한국식품유통학회 학술대회에서 위태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위태석 박사는 “소비자들이 배 소비확대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당도가 표시가 되는 맛 부분과 얇은 껍질의 배, 씨가 없는 배, 사과 사이즈로 먹기 편리하지만 맛있는 배로 꼽은 만큼 관련 기술개발의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환 중앙청과 과장은 “과일로서의 배가 될 수 있도록 고품질 중소형과 품종의 보급 및 확대가 필요하다”며 “여기에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신고 외에 품종 간의 경쟁이 될 수 있는 품종의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현 대구중앙청과 차장은 “배는 소비자들로부터 사실 과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러한 인식은 배를 섭취할 때 어떠한 효능이 있고 좋은 점에 대해 홍보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품종을 연구해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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