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이어 전북까지 확산…재해보험 보상 불투명
품질 저하로 헐값 수매 불가피…소득감소 불보듯

▲ 최종준 한농연함평군연합회장이 벼 수발아 피해로 수확시기가 지나도록 방치돼있는 회원들의 논을 보고 막막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만생종 벼가 수발아로 이렇게 피해를 본건 난생 처음이여. 농협에서 재해보험 조사가 끝날 때까지 벼를 손도 못 대게 하는데 지켜보고만 있자니 답답할 노릇이지.’

전남을 중심으로 전북에서도 수발아 피해가 확산되면서 수확기 벼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수발아가 나타나면 정상적인 미질로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폐농을 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재해보험의 보상기준을 까다로워 농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발아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농민단체에서는 정부가 전량 수매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수발아 벼는 품질하락으로 인해 밥쌀용이나 가공용으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료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수발아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전남지역의 경우 피해면적이 3700여ha로 수발아 피해신고 폭주로 전산 작업이 잠시 마비될 정도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수발아 피해를 입은 벼는 밥쌀용으로 상품성을 상실해 헐값 수매가 불가피하고 보험 보상도 불투명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미질이 좋아 농협 RPC에서 권장했던 신동진과 새일미 품종을 심은 논에 피해가 집중되면서 PRC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들 품종은 정부가 보급을 장려한 정부보급종이기도 하다.

유례없는 쌀값 폭락과 수발아 피해까지 입은 농민들은 현실성 있는 보상을 바라고 있지만 재해보험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농업재해대책법에 따라 보험가입 농가 평균 ha당 80여만 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보험기준이 까다로운데다 현실성이 떨어져 수발아 비율이 최소 40% 이상 나와야 재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품질 저하에 따른 소득감소는 보상 기준마저 들어 있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에 농민단체들이 정부에 수발아 벼 전량 매입과 피해지역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등을 건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농민들은 수발아 현상이 나타난 벼가 정상적인 벼와 섞여 지역 쌀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수발아 벼를 별도로 매입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발아 피해가 컸던 함평RPC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기온이 이번 수발아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이고, 그동안 함평의 농가 90% 이상이 미질이 좋고 생산이 편한 신동진 품종을 선택했던 것도 피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 피해인 만큼 최대한 높은 등급으로 수발아 벼를 수매하는 등 농민의 편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피해면적·피해정도·수발아 발생 벼의 품질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확하게 물량이 어느 정도 될지, 또 피해정도에 따라 가루처럼 됐다면 사료로 써야 하니까 이 실태를 농관원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물량이 많으면 새로운 양곡정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남=김종은·서울 이진우 기자 kimj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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