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23개업체 관계자들과 태국과 미얀마, 인도 등에서 온 바이어들은 21일 열린 수출상담회에서 활발한 상담을 진행했다.

■태국서 첫 개최

56개 업체·바이어 77명 참가 북적
현장계약 실적 58만달러 성과


태국은 한류의 중심 중 한 곳이다. 한국의 드라마와 엔터테인먼트의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 음식과 농식품에 대한 태국 소비자들의 관심도 올라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 20일과 21일 양일간 방콕 소재 아난타라 시암 호텔(Anantara Siam Hotel)에서 ‘2016 태국 방콕 케이푸드 페어’(K-food Fair)를 개최했다. 태국에서 케이푸드 페어가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tay Healthy with your Tasty K-FOOD’를 주제로 열린 태국 케이푸드 페어는 현지인에게 맛있고 건강한 한국 농식품의 이미지를 인식시키고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열렸다. 당초 현지 바이어를 대상으로 하는 B2B 행사와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B2C 행사를 각각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푸미폰 태국 국왕의 서거와 그에 따른 애도 분위기로 B2B 행사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B2B 행사는 수출업체 상품설명회(20일)와 수출상담회(21일)로 나눠 진행됐다. B2B 행사에는 국내 23개업체와 태국·인도·미얀마·싱가포르 등에서 온 56개 업체·77명의 바이어가 참가, 1:1 상담 방식으로 수출상담회가 진행됐다. 현지 바이어들이 국내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행사 첫 날 수출업체 상품설명회가 열린 것은 물론 행사장 인근에 주력제품 쇼케이스가 설치됐다.

상담 열기는 뜨거웠다. 한국 식품 전문 수입업체인 싱가포르의 LNC사에서 온 바이어는 “새로운 아이템이 많아 시간이 허락한다면 모든 참가업체를 만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기업인 봉추푸드시스템은 태국과 인도, 미얀마, 싱가포르에서 온 바이어들과 잇따라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성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활발한 상담이 진행된 결과, 수출상담실적 2243만달러, 현장계약 58만4000달러라는 실적을 거뒀다.

이날 또 ‘태국의 수입 식품 통관 절차’, ‘한국 식품의 연착을 위한 조언’, ‘태국 내 수입식품 유통현황 및 진입 전략’을 주제로 한 핫이슈 세미나가 열려 태국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아세안 지역은 인구 6억3000만명, GDP 2조7000억달러의 거대한 시장으로 한국 농식품의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특히 태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농식품은 9040만달러(10월 16일 기준)로 전년동기대비 60.2% 늘어나는 등 매년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김과 면류, 딸기 등은 태국 소비자들의 선택이 늘어나는 농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의 경우 2011년 1537만3000달러에서 2015년 3810만4000달러로 두 배 이상 수출액이 증가했다. 면류도 238만1000달러에서 405만5000달러로 급증했고 120만9000달러였던 딸기도 지난해 309만4000달러를 달성, 수출액 300만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외에도 과자류와 음료 등도 각각 637만8000달러, 398만6000달러의 높은 수출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바이어들이 말하는 한국 농식품
#티라퐁 매니저·새미 매니저(태국 베타그로)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 급선무"
포장만 보고 제품 구분 어려워
태국어·영어 설명비중 늘려야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이번 케이푸드 페어에 참여했다. 한국과 한식에 대한 태국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태국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의 품질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고 태국의 유통·제조업체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한국산 김 관련 제품과 라면은 경쟁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치와 바나나맛 우유도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산 제품의 생산과정에 대해서는 조언할 부분이 없다. 이미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통부분에 대해 말한다면 우선 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연예인을 통한 홍보 등의 방법으로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 또 포장도 눈에 띄게 잘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추장을 보면 포장이 비슷하고 한국어가 크게 부각돼있어 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의 차이점을 구분하기 어렵다. 라벨링을 할 때 한국어 비중을 줄이고 영어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늘린다면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더 올라갈 것이다.


#넛 마스턴 매니저·왓사마 스리사왓 매니저(태국 빅씨마트)
"김치·비빔밥·설렁탕 가능성 밝아" 

과일 가격 높아도 잘 팔려
중국산보다 고품질이라 생각

 

-빅씨마트에서는 한국 농식품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식품은 라면이다. 태국산 라면과 다르게 더 쫄깃하고 식감이 좋다. 그리고 김과 빼빼로 등을 꼽을 수 있다. 태국에서는 한류 영향으로 한국 식품도 잘 판매된다. 그래서 현재 한국의 신제품과 유행하는 농식품 등을 알고 싶어서 이번 케이푸드 페어에 오게 됐다. 우리가 관심 있는 것은 라면과 즉석식품, 발효식품, 다이어트식품 등이다.

향후 태국에서는 김치에 대한 판매가 잘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 비빔밥, 설렁탕 같은 제품들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단, 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바꿔야 하고 1인용으로 소포장돼야 한다. 딸기와 배, 귤 등 과일의 가격은 높지만 꾸준히 잘 팔린다. 태국인들은 중국산 과일 보다 한국산 과일의 품질을 우수하게 보고 있다. 영유아제품의 경우 유럽제품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한국 제품이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태국시장 공략팁은
"태국인들, 단맛·매운맛·강한 향 선호"

한국인 일상제품에 관심 많아
농식품-SNS 연계 홍보 필요


행사 첫 날인 20일, 태국시장 공략 노하우를 주제로 핫이슈 세미나가 열려 국내 수출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전문가들은 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과 고품질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 한류 및 SNS 활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민 방콕상공회의소 소장은 “태국인들은 단맛과 더 매운 맛, 강한 향을 좋아해 삼계탕 등을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고 차와 커피가 발달한 태국에서 한국의 제품들은 매력적인 아이템이 아니다”라며 “수출품목이 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태국산 라면 크기는 한국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한국 라면은 태국인 2~3명이 먹을 만큼 양이 많다”며 “라면이 더욱 판매되려면 양과 디자인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피락 코사요딘 V-Food 대표는 “수출업체들이 고품질의 농식품을 모든 유통단계에서 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제품 포장도 소비자들의 믿음을 얻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아피락 대표는 “태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관심이 높은 편이고 스마트폰을 가진 태국인들은 누구나 페이스북, 라인 등의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농식품과 SNS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태국인들의 한류 트렌드를 마켓팅으로 이용하라”고 말했다.

태국 인접국까지 유통망을 갖춘 바이어와의 연계도 필요하다. 박 소장은 “태국에서 안정적으로 유통되면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접국까지 확산될 수 있다”며 “태국은 물론 인접국까지 유통망을 갖춘 바이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한국의 라면은 태국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 품목이다. (좌측)구르메 진열대에서 한국 라면을 고르는 태국 소비자 모습. (우측)매운 맛에 반해 두번째로 불닭볶음면을 구매하고 있다는 묵씨.

■방콕 현지마트를 가다
한국 라면 종류별 빼곡…"불닭볶음면 재구매해요"

라면·김 인기많고 눈에 잘 띄어
과자는 찾기도 쉽지 않아
다른 수입제품과 뒤섞여 진열


신선농산물은 '배'만 발견
일부 제품 표기 한국어로만


한국산 농식품의 수출 실적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태국. 과연 현지에서 어떻게 판매되는지 궁금했다. 그런 이유로 찾은 태국 방콕의 센트럴백화점 내 탑스마켓. 유동인구가 많은 칫롬역과 센트럴월드 광장과 인접한 대형마트다.

가장 눈에 뜨인 것은 라면 진열대. 6단으로 된 선반에 컵라면, 봉지라면 등 다양한 종류의 한국산 라면이 빼꼭하게 진열돼있었다. 한국산 라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도 라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종종 보였다. 또 다른 한국의 인기 농식품, 김도 진열대 가장 상단부터 조미김과 스낵김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날 불닭볶음면을 고른 묵(Mook)씨는 “인터넷을 통해 불닭볶음면에 대한 리뷰를 보니 굉장히 맵다고 하더라”며 “얼마나 매운지 궁금해서 한 번 사본 후 그 맛이 좋아서 오늘 또 사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라면과 과자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불닭볶음면 5개를 사갔다. 배선화 aT 방콕사무소 과장은 “태국인들은 조미김을 과자처럼 먹을 만큼 좋아한다”면서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특정 라면만 선호했는데 지금은 다양한 종류를 구매할 만큼 라면에 대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관광객과 태국인들의 발길이 많은 아속역(Asok)에 위치한 터미널21 내 구르메(Gourmet) 마켓에서도 같은 풍경이 연출됐다.

라면, 김과 달리 다른 품목에 대한 진열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한국산 과자의 판매액은 연간 600만달러를 넘지만 마트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진열대 하단에 위치하거나 다른 수입제품들과 뒤섞여있기 때문이다. 한 곳에 집중돼 눈에 잘 보였던 일본 제품들과 대조적이었다. 신선 농산물은 거의 없었다. 방문한 마트에서 볼 수 있었던 신선 농산물은 배 뿐이었다. 배와 포도 등이 한창 수확돼 수출할 수 있는 계절이지만 현지 마트에서 한국산 과일을 만나기 어려웠다. 딸기가 본격 수확돼 수출되는 12월 이후에는 우리 과일을 만날 수 있을까?

이미 태국 현지에서 한국 이름을 사용한 제품도 유통되고 있었다. 구르메 마켓에서 확인한 결과, 태국에서 생산한 ‘서울김치’라는 이름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식품 가공능력이 뛰어난 태국 업체들이 인기 있는 한국산 농식품과 유사한 상품을 저가로 생산·유통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태국산과 또 다른 수입산 농식품의 가격이 한국산 농식품의 50~60% 수준에 불과한 점은 우리 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실제 한국산 배의 가격은 개당 200바트로 69바트인 골든 피어의 3배 수준에 달했다. 일부 제품은 영어 또는 태국어로 된 라벨링 없이 한국어로만 표기돼 판매되고 있었다. 이 같은 포장방식으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산 농식품이 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태국의 유명 마트인 빅씨마트의 넛 마스턴 매니저는 “한국산 과일이 높은 가격에도 꾸준히 팔리는 것은 소비자들이 중국산 과일 보다 품질 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꾸준히 고품질의 농식품을 수출한다면 높은 가격에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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