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하우스 상추재배 농업인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작업장 이탈로 직접 수확하고 있다.

충남 논산에서 시설하우스 상추와 딸기, 브로콜리 등을 재배하는 유 모씨(47) 부부는 요즘 일손 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그동안 8명의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해 상추 수확 등의 작업을 맡겼는데 이들 중 5명이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농장을 떠나 일손이 모자라게 된 것이다. 유 씨는 660㎡(200평) 비닐하우스 25동과 3ha(9000평)의 논농사를 짓는다. 더욱이 요즘은 벼 수확까지 겹쳐 일손 부족은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탈로 어떻게 농사를 지을지 막막하다.

3회 허용된 근로자 사업장 변경 기회 최소화
농업분야 특수성 고려 임금산정방식 개선 여론


이웃에 사는 김 모씨(53)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마을 작목반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비닐하우스 80동(1만6000평)에서 딸기와 상추 농사를 짓는다. 평소 10명의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는데 7명이 농장을 이탈해 일손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이 고용노동부에 임금관련 진정서를 제기함으로써 이를 규명하느라 재판까지 하고 있다.

농촌의 인력부족 해소를 위해 도입된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난 부작용 노출과 함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농축산분야에 고용된 외국인근로자는 현재 1만8700명에 이른다. 현장의 농업인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외국인근로자에게 3회 허용된 사업장 변경 최소화와 농업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한 임금 산정방식 도입 및 외국인근로자 쿼터 확대 필요성 등이다.

이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잦은 사업장 변경 요구와 업무 태만으로 수확 포기에 따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데서 기인한다. 이에 따라 농업인들은 처음 근로계약을 체결한 농장에서 3년 기한을 채우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의적인 태업이나 작업장 이탈의 경우 고용주에게 강제 출국 요청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유 씨는 “농업분야에 배정된 근로자들 대부분 도시로 떠날 생각에서 3개월만 지나면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다”며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노동착취 등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제도의 허점을 노린다”고 지적했다.

임금 산정방식 변경은 현행 동일한 기준의 최저임금 적용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에서 비롯된다. 김 반장은 “농장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근로자와 올해 신규 배정된 근로자가 동일한 최저 임금을 적용받는다”며 “이는 작업숙련도 등을 감안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는 만큼 임금산정 방식 개선”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농번기와 농한기 작업시간이 다르므로 이를 감안한 임금산정 방식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수확기에는 초과 근무에 대해 정당한 수당을 지급하는데 반해 농한기에는 작업이 없는데도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 반장은 “농가 입장에서 시급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불법체류 근로자를 채용하는 것이 경제적이어서 제도적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올해 도입된 ‘표준계약서’를 농가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상돈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 연구위원은 “표준계약서는 농번기와 농한기로 구분해 시간대별 급여와 초과수당 등을 자세하게 기재하는 양식인데 중요한 법적근거가 되는 만큼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사업장 변경의 경우 3회에서 단계적으로 최소화하고, 임금 산정도 숙련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은 물론 고의적 태업이나 농장이탈의 경우 일정 기준을 정해 이를 어기면 강제출국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문광운 기자 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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