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내 집,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요"

▲ 시골집에는 열효율이 높은 난방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발열부위가 가로로 제작 된 로켓스토브.
▲ 수강생들이 개량화덕을 분해하면서 새로 만들 화덕 벽돌을 쌓고 있다.


헌집 진단 요령부터
구들·화덕·아궁이 만들기
타일공사·도배까지
5박6일간 알짜비법 전수


“자, 제가 한 순간에 35만원 버는 깨진 타일 때우기 알려 드릴게요.”

강사선생(장진성·42)의 재치 있는 말솜씨가 귀농을 앞 둔 수강생들을 한 발짝씩 바짝 다가오게 만든다.

“우리는 한 번 출장이면 일거리가 많건 적건 일당이 35만원이에요. 이 장비들 다 싣고 가야하니까요. 그런데 화장실에 깨진 타일 한두 개 교체하는 비용치고 너무 비싸잖아요?”

강사선생은 옆에 있는 타일 전용 날을 한 번 들어 보이고는 그라인더 몸체에 능숙하게 갈아 끼웠다. 그리고는 갖다 붙일 타일 크기에 맞게 파손된 타일 주변을 사인펜으로 그린 다음에 그라인더로 잘라내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는 수강생들을 바라본다. 서른 개의 시선이 모인다.

“그런데 이렇게 잘라내면 이중 일이 됩니다. 왜 그럴까요?”

수강생들의 침묵에 강사는 설명을 이어간다. 타일 줄눈(타일과 타일 사이를 메우는 재료. 흔히 ‘매지’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식 공사판 용어다)이 들어 갈 틈을 가장자리마다 3mm씩 띄우고 잘라내라고 이른다. 가벼운 탄성이 흐른다. 강사 역시 귀농자여서 예비 귀농자들의 처지를 잘 꿰고 있다. 순창귀농지원센터에서 하는 2박3일짜리 ‘10대 주요작물 실습교육’을 마친 사람이다.

개량아궁이 만들기를 가르치는 강사선생(한승민·37)도 귀농운동본부의 생태귀농학교과 소농학교 출신이다. 완전연소에 가까운 조건을 만들어 땔나무는 줄이고 난방효율은 높이는 개량아궁이는 ‘로켓스토브’ 원리를 적용한 적정기술이다. 바닥을 깊이 파서 화실의 열기상승이 충분하도록 한 다음 바닥과 벽면을 내열벽돌과 단열재로 촘촘히 채워간다.

아궁이 화구의 크기와 함실의 관계. 열기상승부위의 배율관계 등 중요한 대목마다 수강생들이 질문을 한다. 굴뚝 높이와 위치도 궁금하다. 인천에서 왔다는 한광오 씨는 아궁이가 저렇게 적어서 언제 뜨거워지나 했는데 나무 몇 개로 금세 뜨거워지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일반 아궁이에 비해서 나무가 반도 들지 않는 비결은 단열을 철저히 해서 열이 새지 않도록 하는 것과 완전 연소가 이뤄지도록 하는 연소실의 구조에 있다.

이런 원리를 익힐 때마다 참가자들은 각자 만들고자 하는 자신의 아궁이 조건에 따른 의견을 주고받는다. 가마솥을 아궁이에 걸 사람은 그런 쪽으로. 이미 시골집을 구해 놓은 사람은 구체적인 수리 방법을 연구한다.

한광오 씨 옆에 있던 사람은 불을 지필 때도 연기가 역류하지 않고 그을음도 생기지 않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어릴 때 가마솥에 불 때면서 눈물콧물 흘리던 기억이 난단다. 강사는 그을음이 나는 원리는 불완전 연소라고 설명한다. 완전연소에 가까울수록 연기가 없고 잘 마른 나무가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 행사는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4년 째 위탁 운영하는 순창군귀농귀촌지원센터(소장 이수형)가 겨울 문턱에서 진행하는 <시골집 고치기 종합병원> 프로그램이다. 군내 팔덕면 팔왕마을에 있는 빈 집 하나를 골라 전체적으로 고쳐나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직접 집을 고치거나 신축을 할 때 꼭 필요한 기술을 적정기술 방식으로 가르치는 5박 6일 일정이다. 짧은 일정이지만 필요한 기술은 다 다룬다.

시골집을 구할 때 수리해서 쓸 만한지 헌 집 진단하는 요령을 배우느라 빈 집을 돌며 부위별로 살피는 것을 시작으로 목공기계 사용법을 익혔다. 따뜻한 겨울을 담보하는 단열을 보강하는 벽채 만들기와 구들, 보일러, 태양열 온수기, 가마솥 화덕 만들기에 타일공사와 도배도 배운다.

가마솥 화덕을 로켓스토브 방식으로 만들어 볼 때는 강사가 여러 가지 응용 방법을 함께 가르쳤다. 벽난로와 겸용으로 쓸 수 있는 실내 온돌침대 만드는 방법도 그림을 곁들여 설명했다. 이전 수강생들이 만들어 놓은 화덕을 역순으로 뜯어가면서 기본원리를 익힌 다음에 수강생들이 직접 벽돌과 황토로 새로 하나 만들기도 했다.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위한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따뜻한 기술’을 추구하고 있는 점이다. 성남에서 온 이구호 씨는 시골에 가서 살기위해 지난 4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벌써 인터넷 교육을 비롯해 두 세 곳의 시군 귀농학교 교육을 다녀봤지만 이곳의 친환경 적정기술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일반 주택의 열 손실은 외벽과 지붕, 창호가 부실한데서 비롯된다.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외벽이 40%에 이르고 창호와 지붕으로 25%씩 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집 고치기 귀농교육은 단열을 보완하는 것에 집중하고 열효율이 높은 난방장치를 설치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계속)

전희식/농부·귀농정책연구소 부소장


●권혁기·김소연 참가 부부
"빈집 수리 잘 배워 내년 4월 귀농"

 

-젊어 보이네요. 부모님이 시골 간다니까 걱정 안 하던가요?
“부모님은 서울 살고 계시는데 설득 과정 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알면 놀랄까요?
“걱정하고 있습니다. 잘 사는 걸 보여드리려고요.”

-언제 귀농하시나요?
“내년 4월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잘 배워서 빈집 수리 작업 시작하려고 합니다. 농가주택 수리비 지원금도 신청하려고 합니다.”

-귀농을 생각 하게 된 계기는요?
“네. 아는 선배가 귀농해 사시는데 그 분들 사는 모습을 보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귀농하시고 나서 그 선배 분 얼굴도 좋고 사는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노는 모습도 그렇고 동네 체육대회도 재밌었고요.”

-그 선배가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해지네요. 귀농하신지가 오래 되나요?
“7~8년 됐습니다. 농사도 많이 지으시는데 소농 방식이고요. 지역 분들과 어울려 사는 모습이랑 특히 선배가 밭 매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렇다면 두 분도 농촌 정서가 있으셨나 봐요?
“남편은 출판사에서 일을 했고 저는 간호사였어요. 우리는 시민활동 하면서 만났는데 도시 생활이 싫었지요. 도시의 소비생활도 그렇고 물질 중심의 삶을 떠나고 싶었어요. 작년부터 차례로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농사 익히려면 쉽지는 않을텐데요.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있지요?
“1-2년은 남의 집 살이 하는 머슴처럼 살면서 차근차근 익히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규모 있게 농사를 지으려면 시행착오도 있고 무엇보다 농사를 잘 모르니까요.”

-생활수단도 필요하고 생활철학도 중요할 텐데요.
“도시를 떠나는 만큼 이제는 몸으로 살아가는 소농의 삶을 살려고 합니다. 부부가 생각이 맞아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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