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두 달이 지나면서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시행 여파에 따른 위험신호들이 본격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에 이어 고용 감소, 소비 위축 등 직·간접적인 부작용 현상을 담은 자료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더욱이 최근 국정 혼란 등의 악재까지 겹치며 연말 소비 특수가 실종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외식업계와 농식품 관련 업계를 엄습하고 있다.

12월 들어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외식업계에서 우려했던 걱정들이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인 매출 감소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고용 감소에 따른 실업 문제도 수면 위로 등장했다. 최근 단순한 우려 차원을 넘어 수치화된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곳곳에 있는 위험신호들이 경고음을 울려댈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감소 장기화 조짐
음식점·주점업 종사자 감소
국정혼란까지 엎친데 덮쳐
연말특수 실종 우려 고조

내년 설 앞두고 
전통주 업계 등 걱정 커져


▲매출·고용·소비 ‘도미노 악재’=김영란법 시행 이후 외식업계에선 매출과 고용, 소비 지표에 대한 위험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운영자의 63.5%가 김영란법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 이들 업체들의 평균 매출감소율은 33.2%에 달했다. 외식업 시장 전체로 환산할 경우 21.1%의 매출 감소라는 분석이다. 특히 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을 의미하는 ‘객단가’가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3~5만원 미만 식당은 80.0%, 5만원 이상 식당은 75.0%로 나타났다. 소위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객단가 3만원 미만 식당 역시 2.9%만 매출 증가를 보여 김영란법 시행 여파가 외식업계 전반에 영향을 끼쳤다. 이번 조사는 11월 23~28일 전국 외식업체 479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고용시장 역시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위험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이달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10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0월 음식점·주점업 종사자는 93만879명으로 작년 10월(96만946명)보다 3만67명이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 10월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만921명이 줄어든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소폭이다. 음식점·주점업 종사자는 최근 2년간 (2015~2016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올해 10월 들어 감소폭이 유독 크게 나타난 것은 지난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청탁금지법 도입 이후 카드사용 실적 분석’ 자료에선 법의 적용을 받는 일부 업종에 대한 소비 위축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10월 전년 동월 대비 카드사용 총량은 증가했지만, 법의 직접 영향을 받는 화훼, 농축수산물, 골프, 유흥, 음식점 등 일부 업종의 카드 승인 실적이 둔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카드의 경우 농축수산물 및 화훼 관련 업종의 승인금액은 전년 10월 대비 각각 34.3%, 2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정 혼란 등의 사회적 분위기도 관련 업계에선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예년 연말과 다르게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외식 소비 심리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TV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11월 방송 매출이 전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며 “뉴스 시청이 늘다보니 프라임 시간대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고, 소비 심리도 예년 연말과는 다르게 위축되고 있는 양상이라는 판단 아래 연말 특수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연말 특수 실종될까 불안감=외식업계와 농식품 관련 업계는 자칫 올해 연말 특수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외식업체의 한 관계자는 “12월 들어 연말 분위기가 나타나야 소비 심리도 살아날 수 있을 텐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김영란법이 매출 감소폭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증가는 지속되고 있고, 최근 국정 혼란 등의 여파로 연말 특수가 사실상 실종되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농식품 관련 업계의 걱정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가뭄과 폭염 등으로 산지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전반적인 소비 시장 흐름도 부정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고, 내년 설 명절부턴 본격적으로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통주 업체의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적용되기 전인 올해 추석에도 전통주 선물세트 반품이 유독 많아 결산을 하다보니 예전과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웠는데, 내년 설은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걱정이 더 크다”며 “연말 수요도 최근 분위기가 여의치 않아 앞으로 특수 효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통식품 업계 관계자는 “고품질 제품과 브랜드 개발 등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왔는데,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며 “김영란법 도입 취지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하고 있지만, 부작용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업체들이 겪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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