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가금류 약 440만수에 대해 살처분을 진행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살처분 전문 업체 부족으로 처리비용이 기존보다 2~4배가량 상승해 농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AI로 인해 가금농가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살처분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살처분 전문업체와 인력이 부족해 즉각적인 대응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차단방역에도 불구하고 AI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지만 방역에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터지고 있다.


#살처분 비용에 두 번 울어

인체감염 우려해 기피, 군 인력지원도 끊겨 인력난 심화
비전문업체까지 가담…비위생적 작업에 전파 우려 고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가금 사육 농가들의 재산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살처분 업체들이 농가에 높은 처리 비용을 요구하고 있어 AI 발생 농가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살처분 인력이 부족해 비전문업체들이 설처분 작업에 가담하면서 비위생적인 살처분으로 인한 전파 우려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경기 이천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11월 27일 간이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아 30일부터 사흘간 살처분을 했다. 그러나 살처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담 살처분 업체를 구하지 못해 일반 폐기물 처리 업체를 수소문 해 의뢰했다. 비용도 기존 2배 가격을 요구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는 기존의 전담 살처분 업체들이 고병원성 AI의 인체 전파를 우려해 작업을 꺼리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축산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 1일 1농장으로 이동 허용을 제한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게다가 올해에는 언론을 통해 인체 전파를 우려하는 보도가 흘러나오자 군 인력 지원도 끊겨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살처분 처리 비용이 ‘부르는 게 값’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에는 업체들이 살처분 시 마리당 200원을 받았지만, 현재는 400~800원까지 받는 업체도 생겨났다. 가격이 높아도 살처분 명령을 받은 농가는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지급하고 살처분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A 씨는 “지역에 살처분을 할 수 있는 업체들도 제한적이고, 이동 제한까지 걸려 살처분 농가들은 업체에서 돈을 요구하는 대로 지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산란 성계의 경우 양성 판정을 받으면 400원 정도의 보상금이 주어지는데, 처리비용이 800원이면 농가 입장에서는 빚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살처분 전문 업체가 아닌, 일반폐기물 처리 업체가 살처분 작업을 할 때 방역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져 전파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A 씨에 따르면 살처분 전문 업체의 경우 잔존물이 외부로 반출되지 않도록 톤백마대에 닭·오리를 담아 매몰지까지 이동 후 살처분 처리를 한다. 하지만 일부 일반폐기물 업체의 경우 톤백마대에 담지 않고 집게 차량을 이용해 트럭에 옮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이 톤백마대를 사용하지 않고 옮기면 털이나 피 같은 잔존물이 외부에 반출돼 w전파될 확율이 높아진다는 우려다.

A 씨는 “비전문 업체들이 작업할 경우 방역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에서는 시간이 급하다는 이유로 묵인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살처분이 전파를 예방 위해서 하는 건데, 방역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살처분을 하면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차단방역에도 속수무책

겨울 서해안 벨트 따라 급속 확산…초기대응 미흡 도마
일부 가금류 관련 종사자·차량 이동중지 명령 위반 시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경기도를 휩쓸고 있다. 지난달 19일 도내에서 첫 AI 의심신고가 들어온 지 한 달도 채 안 돼 양주·포천·이천·안성·평택·화성 등 6개 시, 총 9곳의 농가에서 AI 확진 판정이 나왔다.

양평·포천·평택·이천 등 총 7곳의 농가는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AI 의심신고가 전부 확진을 받은 점으로 미뤄 볼 때 이들 농가도 확진이 예상된다. 가금류 농가들은 이번 겨울철 서해안 벨트를 따라 AI가 급속도로 확산됐지만 방역당국이 발병 원인을 철새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하고 초기 대응이 늦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이천 산란계 농장 2곳은 농장 간 전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경북 영주의 한 부화장은 AI가 발생한 이천 양계장에서 종란 10만8000 개가 반입됐다.

이천 지역 한 양계 농장주는 “지난달 중순께 처음 AI 의심신고가 들어왔을 때 전방위적으로 가금류 농가에 대한 방역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며 “이제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됐는데 AI 감염을 막지 못하면 내년 초까지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이 방역망 곳곳에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허술한 방역체계에 대한 우려감과 함께 농가들을 중심으로 고병원성 AI 확산 공포가 더욱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병원성 AI 발병 지역 살처분 작업에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투입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언어장벽에 따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안전수침 및 위생준수 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AI 차단 대책으로 가금류 관련 종사자와 차량에 대한 ‘이동중지 명령’을 목적으로 하는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졌지만 이를 어기고 차량을 이동시킨 일도 벌어져 AI 방역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안성시는 보개면 양계농장주 K씨가 수십톤의 가금류 배설물(퇴비용)을 덤프트럭에 싣은 채 다른 지역으로 반출시키려다 방역당국에 적발됐으며, 해당 농가에 대해 고발 조치를 취했다고 전해왔다.

당시 AI위기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되는 한편,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지만 농장주인과 배설물 처리업자는 배설물의 관외 반출과 반입을 금지한 현행법을 무시한 채 버젓이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배설물을 이동시켰다.

경기=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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