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일이 가장 적은 시기인 겨울철 과일시장에 칠레산 체리가 대거 들어오며 국내산 과일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첫 선을 보인 칠레산 체리가 저가의 물량 공세로 단 1년 만에 겨울철 주요 수입과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첫 선 보인 후 대대적 저가 물량 공세 
1년 만에 반입 크게 늘려 1월 현재 611톤까지


세계 최대 체리 생산국은 칠레, 이런 칠레 체리가 그동안 국내 시장에 들어오지 못했던 것은 국내 검역조건에 칠레산 체리 수입금지 제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칠레 정부의 지속적인 요청 속에 지난해 1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수입금지식물 중 칠레산 양벚 생과일의 수입금지 제외기준’이 마련돼 일정 기준만 통과하면 칠레산 체리가 들어올 수 있게 됐다.

이에 2004년 체결된 FTA로 인해 무관세가 된 저가의 칠레산 체리가 지난해 2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올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5톤이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온 칠레산 체리는 이번 겨울 들어 대거 늘어 지난해 11월 222톤, 12월 443톤이 들어오더니 올 1월엔 611톤까지 수입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 물량은 고스란히 시장에 풀려 겨울철 과일 시장의 메인 품목으로 칠레산 체리가 유통가에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올 겨울철 대형마트 과일시장을 둘러보면 가장 눈에 잘 띄는 품목이 칠레산 체리라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칠레산 체리는 생산량이 많고 무관세 영향까지 더해져 가격이 크게 낮다. 보통 미국산 체리가 400~450g에 7500~8000원 정도가 소비지 시장 가격대로 형성되는데 칠레산 체리는 600g에 8000원을 못 미치고 있다.

칠레산 체리가 정착되면 겨울철 칠레산, 여름철 미국산, 틈새 호주·뉴질랜드산 등 수입 체리의 연중 판매 기반이 마련된다. 특히 봄을 넘어 겨울철 대표 과일·과채 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는 딸기와 겨울철 대표 과일인 감귤이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딸기를 주 작목으로 하는 지역의 한 산지유통센터 대표는 “올 겨울 딸기 시세가 지난해의 70~80% 선에 그치고 있는데 이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수입과일 그중에서도 올해 겨울 대거 들어오고 있는 칠레산 체리가 영향을 주고 있다”며 “마트를 둘러보면 알겠지만 행사 주요 품목에, 그리고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칠레산 체리가 놓여있다”고 전했다.

과일 전문가들은 체리에 대한 국내 수요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상황에서 가격대가 낮아지면 국내산 과일·과채 품목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 과일과채관측팀장은 “칠레 체리가 들어온 지 불과 1년 남짓 되지만 겨울철 국내산 과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이미 체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정 수요도 있다”며 “수입포도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비수기고 새로운 품목이라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체리도 비싸서 쉽게 못 사는 경우가 있지 수요층은 넓어 가격대가 낮아지면 딸기 등 겨울철 과일·과채 품목이 영향을 크게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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