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국내 계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미국산 계란 수입을 추진한 가운데 국내 계란 가격 하락 등으로 재고 처리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불거진 계란 수급난의 긴급 대책으로 수입계란을 꺼내들었다. 이번 조치로 설명절 전인 지난 1월 21일 이후 2월까지 신선란 638톤과 난가공품 703톤이 수입됐다.

소비자 거부감으로 판매 부진
유통기한 앞두고 재고처리 골치
자칫 유통기한 지난 계란
식당 등으로 유통될까 우려 고조
“정부 관리·감독 강화” 여론


그러나 판매되지 않고 보관창고에 쌓여있는 수입계란이 유통기한 임박과 가격경쟁력 하락 등으로 처리가 곤란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계란 업계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수입산 계란이 저렴한 가격에 식당이나 소매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계란 수입 업체에 따르면 지난 1월에 수입한 미국산 계란의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업체는 미국에서 1월 10일에 산란한 계란 330톤을 수입해 14일에 국내로 들여와 1월 22일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 소매점에서 한 판(30알) 당 약 9500원에 판매했다.

그러나 20일 현재 100여톤의 재고가 남아있는 상태다. 수입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과 흰색 계란이라는 이질감으로 인해 판매가 부진했다. 여기에 AI가 진정세로 돌아서며 국내산 계란 공급이 활발해지고, 가격이 하락하자 미국산 계란의 판매 부진이 더욱 악화됐다. 실제 국내산 계란 가격(특란/30개)은 1월 평균 9096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2월 17일 기준 7667원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당 업체는 총 수입 물량 330톤 중 현재 100톤의 재고를 떠안고 있다.

문제는 수입 계란의 유통기한인 45일(2월 25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수입 업체들은 식당에 소비자 가격의 절반 수준인 한 판당 4500원에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재고 처리 문제 해결을 위해 액란 제조업체와 가공업체에 판매하려 했지만, 업체 측에서 미국산 계란을 사용할 시 원산지 표시가 적힌 라벨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꺼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계란 수입 업체 관계자는 “AI가 진정세로 돌아서며 국내 계란 소비자 가격이 평년 수준까지 근접해 미국산 계란 판매 부진현상이 발생했고, 이는 곧 재고 처리 문제로 남았다”라며 “지금도 재고 처리 문제로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있는데 유통기한이 끝나 폐기처분하면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그 전에 최대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계란 재고 처리문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마찬가지다. aT는 무역업체를 통해 지난 1월 31일 미국산 계란 41톤(순중량 기준)을 수입해 국내 계란 유통 업체에 판매했지만, 소비가 부진해 현재 21톤가량이 재고로 남은 상황이다. 이에 aT는 도매가격의 70% 수준에서 구매 희망 업체를 대상으로 판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미국산 계란을 구매하겠다는 업체가 선뜻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aT 관계자는 “수입한 미국산 계란의 유통기한이 3월 4일에 끝나는데 그전에 판매가 완료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유통기한이 완료되는 계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처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유통업체에서 유일하게 미국산 계란을 수입한 롯데마트는 재고는 모두 소진했지만, 향후 수입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1월 말에 미국산 계란 100톤가량을 수입했고, 2월1일에 모두 판매가 완료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다행히 수입했던 100톤을 모두 판매하며 재고 처리에 대한 문제는 없지만, 소비자 반응이나 국내 계란 수급 상황을 보면 향후 추가적인 수입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계란의 재고 처리를 놓고 해소 방안에 대해 유통업계가 고심하는 가운데 국내 계란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산 계란 재고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미국산 계란이 식당으로 흘러들어가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미국산 계란 수입을 독려했다면, 관리·감독을 해야 할 의무도 있다”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미국산 계란이 저렴한 가격에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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