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와 ‘규제 개혁’이라는 이름의 정부 정책 속에 올해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관련 업계의 노력이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에 개관한 전통주갤러리 2호점에 진열된 전통주.

전통주 산업이 올해도 ‘규제’와 ‘규제 개혁(진흥)’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정부 정책에 둘러싸여 울고 웃고 있다. 냉탕과 온탕이 공존하는 정책 지형에 놓인 전통주 업계의 최근 상황을 들여다봤다.

일반 쇼핑몰까지 통신판매 허용 움직임에 희색
국세청 “올해 상반기 중 규제완화 추진” 기대감

정부 ‘잦은 라벨 교체’ 방침에 중소업체 속앓이
불필요한 비용 부담 가중…수천만원대 달하기도


▲전통주 판매, 일반 쇼핑몰에서도?=판로 보호 차원에서 다른 주류와 달리 전통주 분야에 한해 이뤄지고 있는 통신판매(온라인판매) 범위를 일반 인터넷 쇼핑몰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나와 관련 업계의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국민토론회’에서 막걸리 양조장을 운영하는 한 참석자가 ‘대중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로 건의하자, 이 자리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일반 인터넷 쇼핑몰까지 판매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며 긍정적인 검토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전통주의 통신판매와 관련 고시 내용을 관할하고 있는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중 전통주 온라인 판매를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올 하반기에 해당 방침이 시행될 예정이다.

전통주의 통신판매는 현재 우체국·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지자체·농협·나라장터·공영홈쇼핑 등 9곳에서 이뤄져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추세지만, 인지도 부족과 홍보 미흡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통주 산업의 진흥 업무를 맡고 있는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의 담당자는 2월 24일 “전통주의 통신판매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관련 고시를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며, 국세청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과 협의를 통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통신판매 수단(범위)이 대폭 확대되는 것일 뿐 판매가 허용되는 주체(대상)는 전통주로 정의된 술이라는 기존 방침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라며 “막걸리는 전통주 정의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잦은 라벨 교체에 속 타는 중소 주조장=반면 전통주 산업을 둘러싼 ‘규제’ 정책은 중소 전통주 업체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가 꼽는 대표적인 ‘규제’는 정부의 ‘잦은 라벨 교체’ 방침이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관련된 법령이 보건복지부, 농식품부,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 국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등 7개 부처의 관리를 받다보니 중소 업체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 편의적으로 라벨 교체를 남발하는 경향이 많고, 이에 따라 불필요한 비용 소모가 크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목소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시행한 과음경고 문구 표기에 대한 부분이 최근 전통주 업계를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다. 경고 문구 중 일부 내용을 수정한 문구를 새롭게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라벨 제작에 들어간 업체들의 경우 교체 비용이 불가피하게 소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막걸리의 경우 다른 주류에 비해 유통기한이 비교적 짧고, 재고를 소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 라벨 교체 비용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전통주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막걸리협회는 현재 회원 업체들을 대상으로 피해 금액 조사에 나섰으며, 일부 파악된 업체의 경우 피해액이 6000만~8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라벨 교체 방침에 대한 정책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전통주 업계에선 지배적이다. 과음 경고 효과는 표기 방침으로 단순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교육 또는 캠페인 등의 방안으로 다각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류 표시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행정 당국의 일방적인 방침으로 중소 전통주 업체들의 열악한 상황은 더욱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김홍우 한국전통주진흥협회 회장은 “주류 소비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거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교육이나 다른 수단을 강화하는 방안이 실효성을 높이는 데 더욱 효과적으로 판단된다”며 “정부의 잦은 라벨 교체 방침이 중소 업체들의 비용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전통주 산업 여건에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김홍우 회장은 이어 “주류 표시에 대해선 중장기 예고제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소비 트렌드와 업계 의견을 반영해 5년마다 1번씩이라든지 대대적으로 교체하면 불필요한 비용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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