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량은 줄어들면 산지쌀값이 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형유통업체에서는 ‘(농협이) 싸게 산 것을 (유통업체가) 비싸게 사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입니다.” 지역 한 농협RPC 관계자의 말이다.

농협 보유 쌀 재고량 전년비 감소했지만 ‘최대 낙폭’
연초부터 유통업체 할인요구…가격반등 불가 전망도


민간RPC가 보유한 원료곡이 거의 바닥이 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산지에서는 농협이 보유한 쌀 재고량마저 전년에 비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떨어진 것에 대해 허탈해 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생산량 대비 신곡 수요량 초과물량을 어느 때보다 빠르게 시장에서 격리하면서 3월경부터는 산지쌀값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낙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가 집계한 2월말 기준 RPC와 비RPC 농협이 보유한 정곡 기준 2016년산 쌀 재고량은 99만7811톤으로 전년동기대비 9%(9만7559톤)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재고량 감소는 전국적으로 나타난 상황으로 상대적으로 저가미 지역인 남부지역에서도 재고량은 감소했다.

이와 함께 정확한 물량이 파악되지는 않고 있지만 민간RPC도 원료곡이 바닥이 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RPC 한 관계자는 “민간RPC가 보유하고 있던 원료곡이 바닥이 나면서 일부 지역에서 조곡거래가격이 1000~2000원정도 올랐고, 유통업체 납품가격을 맞추기 위해 일부에서는 정부의 2016년산 공공비축미 혹은 시장격리곡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신곡 재고보유처인 농협의 재고량이 전년에 비해 적고, 또 민간RPC의 원료곡도 바닥이 난 상황을 종합하면 산지쌀값은 올라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재고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통계청이 조사한 산지쌀값은 20kg 기준 3만2089원으로 전순 대비 147원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낙폭이며, 지난해 동기 3만6163원보다는 11.3%가량 하락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지역 농협RPC 관계자는 “연초부터 할인행사 요구가 강하고, 지난해 농협이 농민들로부터 사들인 쌀값이 낮았는데 비싸게 사줄 수 없는 게 아니냐는 게 유통업체 바이어의 주장”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도 가격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정부 공공비축 혹은 시장격리곡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의 시장가격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최근 산지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유통업체들이 할인행사에 들어간 게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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