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가 시행하고 있는 신계약재배 1년차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향후 성공적 정착을 위해 보완점들의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은 여인홍 aT 사장(오른쪽 세 번째)이 산지 작황을 점검하는 모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8월부터 배추와 무의 가격안정을 위해 실시한 신계약재배 1년차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올해 8월부터 2년차 사업을 위한 준비에 돌입하는 시기에 지난 1년의 사업을 돌아보면서 향후 신계약재배 사업의 발전을 모색해 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지와 사업주체들이 겪는 애로점 및 개선방안을 점검하는 동시에 aT의 향후 계획을 점검해 봤다.

사업 첫 해 총 사업물량 2만톤
산지유통인 제도권 유인 불구 
계약단가-시장가격 큰 차로 
참여유통인 70% 잇단 계약 파기 

폭염 등 가격급등 경우 반영
계약단가 산정 개선 주목
참여 유통인 인식 개선도 급선무


▲새로운 형태의 계약재배=aT는 지난해 8월 ‘다양한 고정 수요처를 미리 확보해 가격변동이 없는 계약재배’라는 의미의 신계약재배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aT가 산지유통인 대표조직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이하 한유련)를 공급자로, 5개 김치 제조기업을 수요자로 해 기존 계약재배에 비해 수요처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출하의 안정성이 담보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기존 배추와 무의 수매 시스템은 가격이 급등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에 애로가 있지만 이 사업은 가격변동이 없어 농산물 수급안정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년차 사업 물량은 배추가 1만5800톤, 무가 4200톤으로 총 2만톤이다.

▲사업에 대한 평가는=한유련이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동안 산지유통인은 정부의 정책에서 사실 소외돼 왔습니다. 그러나 전국의 배추와 무를 실질적으로 생산·유통하는 산지유통인들이 정부 정책에 참여하면서 정부의 사업 파트너로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처럼 그동안 배추와 무의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정작 정부 정책에서는 사실상 변방에 있던 산지유통인들이 정부 사업의 주체로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신계약재배 사업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또한 국내 농산물 가운데 유독 투기성 작물이라고 인식됐고, 그 중심에 있던 산지유통인들을 제도권 안으로 유인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산지유통인은 “배추와 무는 가격 등락이 워낙 심한 품목이다. 그렇다 보니 1년은 소위 큰돈을 벌지 몰라도 나머지 2~3년은 손해가 막심하다. 2~3년 까먹은 걸 1년 만에 복구하는 것으로 배추·무 산지유통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며 “이제는 이 같은 한탕주의를 벗어나서 안정된 수요처와 계약을 통해 꾸준히 물량을 공급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자는 의미에서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한탕주의식 수익을 얻는다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산지유통인들도 농산물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고 있는 농업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동시에 안정된 수익구조에서 영농활동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식이 컸다는 것이다.

여기에 김치 제조 기업들도 연간 안정된 물량을 고정된 가격으로 납품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aT의 계약재배 사업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실제로 사업 평가회에 참여한 김치 제조 기업들 관계자들이 약속된 물량을 고정된 가격에 공급해 준 것에 대해 호평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사업 참여의 애로점은=한유련은 이 사업에 지난해 8월 총 15명의 회원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4월 13일 현재 참여하고 있는 회원은 배추 3명, 무 1명에 불과하다. 무려 70%가 넘는 11명의 회원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한 것이다. 이들은 계약재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와 함께 계약이행을 담보하는 계약이행 보증금까지 납부하고도 계약을 끝까지 이행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김치 제조 기업과 맺은 계약단가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신계약재배의 계약단가는 생산비, 작황, 재배면적, 시세 등을 감안한 농촌진흥청 및 통계청의 통계자료로 추정한 약 10년 평년 수준의 가격을 마련해 계약재배 자문단에서 협의 후 결정됐다. 1년 차 계약단가는 배추와 무의 작기별로 나눠 진행됐다. 세부적으로는 무는 월별 평균이 망은 kg당 439원, 박스는 kg당 430원이고 무는 kg당 459원이었다.

그러나 이 가격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고랭지 배추와 무는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시장 가격이 급등했다. 실제로 서울 가락시장 상품 10kg 평균가격은 8월 1만5022원, 9월 1만8894원까지 올랐다. 이후 다소 조정이 되기는 했지만 10월 8228원, 12월 8769원, 올해 2월 9163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시기 계약재배 단가는 kg당 8~9월 607원, 10월 464원, 11~12월 349원, 올해 2월 382원이다. 이를 도매시장 기준인 10kg으로 환산하면 많게는 3배까지 차이가 난다. 무 역시 계약단가와 시장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계약에 참여한 산지유통인들이 계약이행 보증금까지 포기하면서 계약을 파기한 이유로 꼽힌다.

다만 지난해 12월말부터 올해 3월말까지 진행된 aT의 수매·비축 물량의 가격은 시장 가격이 반영되면서 계약재배 참여 산지유통인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이광형 사무총장은 “8~9월 폭염으로 전체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렇다 보니 계약재배 물량을 맞추려면 외부 물량을 사야하는 상황에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개선점은=aT의 신계약재배 사업이 참여 산지유통인들과 김치 제조 기업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앞으로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여지가 높다는 점에서 문제점들은 현장의 여론을 감안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계약단가와 시장 가격의 격차로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이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aT 측은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시장 가격이 급등한 경우를 고려해 향후 계약단가 산정에 이를 반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평균가격을 산정할 때 최고와 최저를 제외한 가격으로 평균을 내지만 지난해의 특수한 경우를 평균가격 산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계약재배 단가는 인상될 여지가 높다.

이윤영 aT 계약재배부장은 “1년차 계약재배 단가가 낮아 보이지만 실제는 정부의 수매 최저가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또한 단가 결정도 자문단에서 협의해 결정한 것을 보면 산지유통인들도 제시된 가격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특수한 상황이라는 산지유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따라서 특수한 상황이라도 다음 계약재배 단가 산정에 반영을 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을 수요처인 김치공장 측에도 설명하고 설득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계약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실제 계약이 성사됐음에도 시장 가격에 따라 임의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산지유통인들의 의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장 일반적인 개인 간의 계약에서도 이를 파기할 경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사업의 계약을 임의대로 파기하는 상황은 지양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한탕주의식 생산·유통 방식이라는 산지유통인들의 인식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물가 인상의 주범, 유통비용 상승의 주체라는 부정적 인식이 공고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산지유통인은 “고정된 수익 창출은 사업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나오면 어떻게 가능 하겠냐”라며 “산지유통인들도 이제는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중앙연합회 입장에서는 계약을 파기한 회원은 향후 사업 참여를 배제하는 등 제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재만으로는 사업 성공이 힘들다”며 “계약재배에 끝까지 참여하는 경우 정부 차원에서 저온저장고 지원이나 운송비 등을 지원해 주는 등의 인센티브도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윤영 부장은 “산지유통인들이나 한유련에서 요구한 사항들은 협의를 거쳐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근시안적 사고로 계약을 위반해 신뢰가 무너질 경우 당장의 이익보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계약을 이행하려는 의지와 신뢰가 중요한 만큼 산지유통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에 대한 이해와 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도 실시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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