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산불진화 주관기관을 검토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산림청은 전문성을 갖춘 산림청이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7일 삼척시 도계읍 점리의 산불 모습.

강원 삼척과 강릉, 경북 상주에서 일어난 산불은 불과 3일 만에 서울 여의도 면적(290ha)의 3.8배에 이르는 1103ha의 산림을 앗아갔다. 이들 산불이 진화된 지 10여일이 지난 최근에도 경북 봉화, 충북 음성·진천,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산불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연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처럼 산불 발생빈도가 많아지면서 산불 피해복구는 물론, 산불진화와 산불예방 등 ‘산불’을 둘러싼 논의사안도 많아지는 모양새다.

건조한 날씨 탓 전국 곳곳서 산불 발생 잇따라
대형산불 기후·산림수종·생태 등 고려해 진화
물탱크 달린 산림헬기 진화용 담수능력 우위 


#산불피해복구, 2020년까지

강원 삼척과 강릉, 경북 상주의 산불은 6일에 발생해서 8일에 진화됐다. 단 3일이었지만, 피해규모는 1103ha. 8일 당시 산림피해면적은 잠정 340ha(삼척 270ha·강릉 57ha·상주 13ha)로 추정됐지만, 15일부터 18일까지 중앙산불사고수습본부가 실시한 피해조사 결과는 1103ha(삼척 765ha·강릉 252ha·상주86ha)로 잠정치보다 750여ha가 늘어났다. 피해금액은 입목피해 117억8700만원, 임산물 1억2500만원 등 119억2100만원이다.

산림청은 오는 2020년까지 연차별 조림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강릉 지역 응급복구 대상지 중 동해고속도로 강릉 IC와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및 진입로 피해지역은 긴급벌채 57ha를 실시, 피해고사목을 제거하고, 영동대학교와 미디어촌 주변 10ha에는 상록 침엽수를 심어 산불피해지를 덮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산림복구는 ‘활엽수’ 활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6일 산불은 입산자 실화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소나무류 단순림도 산불을 키운 주요 요인이라는 게 산림청의 분석. 소나무, 잣나무 등 소나무림은 줄기와 잎에 송진이 있는데, 이 송진은 인화성 물질로 일명 ‘불기둥’을 만드는 촉매제다. 여기에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발화점도 낮아, 소나무림은 산불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불 피해지를 복구할 때 산불에 상대적으로 강한 활엽수를 심는 것이 낫다는 판단. 그러나 활엽수는 침엽수에 비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소나무림은 송이버섯의 주요 생육환경이라는 점에서, 소나무림 조성도 함께 요구되고 있는 만큼 상수리나무, 자작나무 등 산불확산을 저지하는 내화수종을 심어 ‘내화수림대’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밖에,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자생수종 선정 △산주와 지역주민 소득창출을 위한 산초나무·음나무·옻나무·헛개나무 등을 농가주변 임야 하단부에 조성 △삼척 지역 중 일부 국유림에 양봉산업 활성화 목적으로 아까시나무 식재 등을 추진할 구상도 있다.


#산불진화지휘, 산림당국이냐, 소방당국이냐

최근 대형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산불진화 주관기관’이 논의선상에 오르고 있다. 산불진화를 ‘산림당국’이 해야 한다는 의견과 ‘소방당국’이 해야 한다는 견해로 나뉘는 것. 그러나 산림청은 ‘산림조성에서부터 보호, 관리 등을 전반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산림청 및 지자체 산림부서’가 산불진화를 지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의 이시영 교수도 “산불의 특수성과 세계적인 산불관리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라며 “산불주관 부처인 산림청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소방분야는 산불진화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고 ‘산림당국’에 힘을 싣고 있다.

왜 산림당국이어야 하는가. 산림청은 ‘전문성’을 내세웠다. 산불은 기후와 지형, 토양, 산림수종, 생태 등에 따른 확산 양상을 고려해 진화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화재를 담당하는 소방당국보다는 산림당국이 전문성 측면에서 앞선다는 얘기다. 여기에 산림청은 정부수립 이후 60년간 산불 관련업무를 수행해왔고, 산불 진화는 물론, 예방과 함께 피해지 복구까지 일련의 산불 관리업무 능력을 갖춰왔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현장에 투입되는 진화헬기, 장비, 인력 등 역시 산림당국이 보다 특화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다른 전문성이다. 그 중 하나가 산림헬기. 산림헬기는 대부분 물탱크가 달린 대형헬기로, 인명구조가 목적인 소방헬기와 비교해 진화용 담수능력에서 차이가 나는데다, 산림헬기는 단순히 산불만을 위한 게 아니라 산림병해충 방제 등 산림사업에도 활용되고 있어 산림에서의 헬기운용 숙련도를 볼 때 산림헬기가 보다 앞선다는 의견이 많다.

산림청 관계자가 “산림헬기를 소방당국의 관할로 이관하게 되면, 산불에만 사용하게 될 텐데, 산림병해충 방제에는 큰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 최근 10년간 산림헬기 운영실적을 보면 산불방지에 42%, 산림병해충 방제에 26%, 기타 산림산업에 32%가 각각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산불진화 및 예방을 포함한 산불 업무는 산림부처가 관장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 산불발생이 잦은 국가에서는 숲과 산림특성에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산불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은 미연방 산림청이, 캐나다는 캐나다 산림청이, 이탈리아는 농림부가 각각 산불업무 주무부처다.

특히 산불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불 예방부터 진화, 복구까지 하나의 기관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통합적 산불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것 또한 산림당국이 산불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당위성으로 설명되고 있다. 2015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제6차 세계산불총회’에서도 참가국들은 ‘통합적 산불관리’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이시영 교수는 “산불 통합관리란 단순한 산불진화를 넘어, 산림분야의 전문성에 기반해 ‘산불예방-진화-복구’로 연결되는 산림관리의 순환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