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포도 수확기를 맞은 가운데, 농촌진흥청과 본보는 ‘생과용 포도 수출 전(全)단계 진단과 수출활성화를 위한 전략화된 정책·기술지원 방안’을 주제로 제2회 수출포럼을 진행했다.
35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 화성을 비롯한 천안과 상주 등 포도 수출주산지 농가 및 기관과 학계가 참석해 포도 수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일시-2017년 7월 25일(화) 14시
장소-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화성시포도명품화사업소


#주제발표/한국 포도 수출현장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과실 무르고 탈립있는 포도 신선도 유지 기술 개발해야"

▲남윤현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 대표=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는 지난 2002년 100여개의 화성 포도 농가가 수출확대를 위해 결성됐다. 처음에는 생산부터 저장, 유통, 계약 등 수출 경험이 부족해 수출물량의 95%를 폐기하는 부족한 법인이었지만, 현재는 원예전문단지 평가에서 최우수단지로 선정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산재해 있고, 다른 작목과 비교해 수출액도 큰 편이 아니다. 이에 현장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등을 얘기해 보려 한다.

포도 수출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구난방식으로 수출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표 수출 포도 농가나 업체가 없다보니 소규모의 농가들이 국내 공급 사정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수출경험이 적고, 균일화된 수출시스템이 구축돼있지 않아 품질이 좋지 않거나 잔류농약 안전성 검사가 미흡한 포도를 수출하곤 한다. 당연히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 수출과 체계적이지 못한 품질관리, 안정적이지 못한 물량 공급 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한국산 포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수출경쟁력 악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포도의 통합조직이 시급한 이유다. 현재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를 중심으로 수출선도조직 구성이 추진 중에 있다. 화성을 중심으로 김천과 상주 포도 농가, 수출상사인 엘림무역 등이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최대 포도수출연합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의 홍보 및 독려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고품질 포도 수출을 위한 신선도 유지 기술 연구가 강화돼야 한다. 포도는 다른 과실에 비해 무른데다, 줄기에서 알이 떨어지는 탈립현상까지 있어 선도 유지가 굉장히 까다로운 작물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관련 기술 연구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최근 농촌진흥청과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가 유황패드를 활용한 원거리 수출포도 저장법을 개발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포도가 쉽게 변질되지 않고 장기간 보존될 수 있도록 수출용 상자, 신선도 유지를 위한 패드, 기능성 포장재 등의 개발이 시급하다.

포도 산지별로 특화 품종을 선정해 포도 주산지 간의 소모성 경쟁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포도 산지들이 거봉과 캠벨을 수출 중이다. 지역별 기후와 토양 등을 고려해, 화성은 캠벨, 천안은 거봉, 상주는 샤인머스캣 같이 한 품종만 집중해 생산하면, 품질과 가격 교섭력 강화는 물론 불필요한 지역 경쟁까지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8~9월만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우리 포도 수출 시기를 12~1월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부가가치를 높일 있는 상품 개발도 시급하다. 포도는 생과뿐만 아니라 잼, 주스 등 가공품 개발이 용이한 과실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포도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있다. 그러나 우리 포도 가공산업은 포도즙 정도에만 국한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포도와 기능성재료, 지역특산물 등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로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종합토론

통합조직 만들어 물류비 폐지 준비 등 모색을
정부, 검역협상 등 전문 농업인 의견 적극 수렴
캠벨·거봉 수출 확대 한계…샤인머스캣 공략을 

포도 수출 확대방안이 논의된 제2뢰 수출농업포럼에는 포도 생산부터 유통, 재배기술에 이르기 까지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우리 포도 수출 경쟁력 강화 방향을 효과적으로 모색했다.

참/석/자
남기웅 한경대학교 교수(좌장)
조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수출진흥과 사무관
박희승 중앙대학교 교수
신학기 농촌진흥청 수출농업지원과장
박용하 천안포도수출단지 대표
박서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
윤홍기 충청남도농업기술원 박사
임병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관
오성진 엘림무역 대표

▲남기웅 교수=이번 수출포럼은 우리 수출 포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고 수출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는 자리로, 다양한 지역의 농가와 정부기관이 대거 참여해 굉장히 뜻깊은 자리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오늘 종합토론을 진행할 참석자들이 포도 생산부터 유통, 재배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전문가로 고르게 구성된 만큼, 우리 포도 수출 경쟁력 강화 방향을 효과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조경규 사무관=지난 2015년 WTO 10차 각료회의 결과에 따라 2023년부터 수출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 중이며, 그 중 하나로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를 통한 수출 보조금 지원 모델을 구상 중이다. 이에 버섯과 배 등을 중심으로 생산지와 및 수출업체가 수출 통합조직을 결성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포도는 그러한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부터 물류비 폐지를 준비해야만 그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데, 포도는 그 움직임이 너무 늦다. 일례로 선도조직도 없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지역적 특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지역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 지자체는 가능할지 몰라도 중앙정부의 지원은 절대 받을 수 없다. 실제로 포도의 경우, 각 지역에서 다양한 의견을 보내온다. 하지만 지역 수출 농가에만 국한된 의견이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 간의 서로 다른 의견을 통합, 하루바삐 통합조직을 만들어 한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박희승 교수=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포도 수출물량은 전체 생산량 22만8800톤의 0.5%인 1103톤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포도를 수출한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포도 재배 면적은 계속 줄고만 있다. 한국농촌연구원에 따르면 포도 재배면적은 지난 2000년 2만9000ha에서 지난해 1만4946ha로 50% 이상 감소했다. 올해는 이보다 12.4% 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는 신품종을 개발해 수출을 하는 것은 우리 포도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우리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포도를 개발해 이 품종의 수출을 시도하는 것이 올바르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거나 도입하기 보단 우리 소비자들이 익숙한 캠벨얼리 품종을 개선해야한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캠벨얼리의 고품질화는 현재 개발돼 있는 재배기술의 보급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절대 재배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재배기술을 지역별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보급, 농가들이 이를 실행한다면 품질 좋은 포도 생산이 가능하다.

▲신학기 과장=현재 수출포도의 농약안전성 관리 지원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6월 농업기술 홈페이지인 농사로 홈페이지(www.nongsaro.go.kr)에 ‘수출농업’ 메뉴를 신설해 우리 포도의 주요 수출국인 대만과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의 수출 포도 농약안전사용지침을 만들어 배포했다. 앞으로 포도 수출과 관련한 재배 기술과 수출국의 안전성 관리제도 정보를 수시로 갱신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외 수출국 농약안전사용지침이 조금 늦게 나온다는 지적이 있다. 수출대상국의 안전성 관리제도 및 유해물질 위반현황을 수시로 조사하고 있으나, 이를 공식화하기 위해선 담당 부서와의 협의, 현장 점검 등이 필요하다. 유관기관간 협력강화로 현장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

올 하반기부터는 중국시장 확대에 앞장 설 계획이다. 실제로 중국 포도시장 분석 및 소비자 기호도 평가 연구에 착수했다. 중국 내 수입산 포도와 우리 포도의 경쟁력 비교 분석 및 현지 소비자의 선호도를 조사해 대중국 수출 포도의 상품화 방향을 도출할 것이다.

▲박용하 대표=포도를 재배하는 농민으로서 포도 수출통합조직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수출통합조직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으나, 농가와 수출업체가 한 배를 타야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수출통합조직은 일부 지역에 있는 농가나 단지가 아닌, 전국의 수출포도단지와 한국포도생산자협의회, 한국포도회, 한국포도연합회 등이 함께 해야 하며, 수출업체가 참여해서는 안 된다. 생산자와 유통업자는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에 하나의 조직 내에서 원활하게 협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수출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검역협상을 할 때, 전문 농업인의 의견을 먼저 청취하고 협상을 진행하면 좋겠다. 일례로 중국 포도 수출길이 열렸으나 한 컨테이너 당 600송이 이상을 검역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수출 농가들이 많은 난항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캠벨얼리 위주로 수출검역 조건이 체결돼, 거봉이나 샤인머스캣 생산 농가는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박서준 박사=세계 1위의 포도수출국인 칠레의 수출 전략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칠레 포도의 수출실적은 85만6713톤이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430톤으로 집계됐다.

가장 시급한 벤치마킹 분야는 품종이다.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칠레포도의 품종은 주로 3가지로 클림슨(Crimson Seedless)과 톰프슨(Thompson Seedless), 플레임(Flame Seedless)다. 이들의 공통점은 포도 껍질이 부드럽고 씨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수출하는 거봉과 캠벨얼리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품종이다. 해외 소비자들이 씨 있는 과일을 즐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포도 수출 시, 이 점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수출해야 하는데, 현지인들이 꺼려하는 씨 있는 포도를 선적하니, 수출이 활발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포도형태도 해외 트렌드와 맞지 않다. 해외에서는 다지경형이 대세인데 우리는 원통형 혹은 원추형을 고집하고 있다. 이 모든 것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품종 변화가 절실하다. 캠벨은 중하위 수준의 품종이다. 이런 포도로는 세계 포도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윤홍기 박사=씨가 없고 껍질이 얇은 샤인머스캣이 포도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샤인머스캣이 죽어가고 있는 우리 포도 산업을 살리고, 수출 확대까지 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샤인머스캣의 수요가 굉장히 높다. 또 유럽이나 러시아에서도 잠재적인 수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샤인머스캣은 품종 자체가 뛰어나 품질 고급화 및 균일화가 용이하다. 일단 병해충에 강하다. 그동안 기술원에서 다양한 품종을 시험재배 했지만, 병해충에 취약해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샤인머스캣은 병해충에 굉장히 강하고, 고온기에도 착색이 잘 된다. 그렇지만 샤인머스캣 재배를 늘린다고, 수출 확대로 바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미 일본이 샤인머스캣 재배방법을 확립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산에 대한 정보 수집, 수출전략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우리와 일본산 간의 품질 차이를 줄여야 한다. 또한 생과 외에 건과나 잼, 주스, 와인 등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설에 대한 투자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임병선 연구관=국립원예원에서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을 한국 포도 품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전반적인 기호도에서 모두 우수한 점수를 받았으며, 특히 품질과 맛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 우리 포도 수출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신선도 때문이다. 포도 수출 농가 중 클레임을 당하지 않은 업체가 없을 것이다. 특히 포도는 다른 수출 품목과 달리 과육이 무르고, 껍질이 쉽게 벗겨지기 때문에 유통 중 선도를 유지하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 이에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선도 유지 기술이 활발히 개발돼야 하며, 연구 성과 및 결과가 모든 농가들에게 공유돼야 한다. 현재 개발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황패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원예원과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가 유황패드를 활용해 미국(LA) 수출을 진행했는데, 현지 도착 이후 일주일까지 유통 가능한 상태를 유지했다. 이를 발판으로 9월에는 이 기술을 활용해 인도네시아 해상운송을 진행 할 계획이다.

▲오성진 대표=무역업체 대표로서 현재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포도는 채산성이 없어 수출을 진행하고 싶지 않은 품종이다. 일단 해외에서의 반응이 별로 좋지 않다. 홍콩 및 동남아 소비자들은 우리 포도를 먹는 방법을 모른다. 껍질을 제거한 후 먹어야 하는 포도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먹는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다시 뱉는다. 아삭한 식감이 없다보니 상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여기에 씨까지 있어 평가가 좋지 못하다. 무슬림 소비자들은 포도에서 와인맛이 난다며 완강히 거부한다.

바이어들은 쉽게 물러지고 줄기에서 떨어지는 특성 때문에 한국산 포도를 수입하는 것에 굉장히 불안해한다. 이런 점들에 비춰볼 때, 캠벨과 거봉으로는 수출 확대가 어렵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샤인머스캣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샤인머스캣의 가장 큰 장점은 농가 수매가격이 좋다는 점이다. 수출시장에서 샤인머스캣의 거래가격이 굉장히 높게 형성돼 있다. 여기에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가 샤인머스캣을 재배해 수출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화성=김효진 기자 hjki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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