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지난 18일 경기 안성에서 ‘쌀값 안정 추진 결의대회’를 갖고 쌀값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산 쌀 생산량 감소와 정부의 수확기 대책 등에 힘입어 최근 쌀값이 회복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농협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연한 일이다.

사실 산지 쌀값이 이렇게 20년 전으로 추락한 데는 정부 양곡정책 실패 못지않게 농협의 책임이 크다. 특히 농협은 지난해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RPC 경영악화를 이유로 벼 수매가 ‘사후정산제’ 도입을 강행한 바 있다. 그동안 시세보다 높은 값에 벼를 수매해 손실이 컸던 만큼 매입가격을 현실화, 리스크를 줄여보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농협의 이러한 조치는 가뜩이나 생산비 이하로 떨어진 쌀값의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소비지 유통업체가 이미 RPC가 사들인 원료곡 물량과 매입가격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의 가격협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했다. 대형마트에 가격주도권을 잃은 RPC들은 쌀값 지지는커녕 서로 먼저 재고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저가 출혈경쟁에 급급,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여기에 쌀값 폭락으로 변동직불금 예산이 크게 늘자 쌀농사는 ‘세금 잡아먹는 하마’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일단 농협의 사후정산제는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농협에 확정가격 매입을 당부하면서 폐지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의 이번 결의대회가 ‘보여주기식 쇼’가 되지 않으려면, 자체 벼 수매가 인상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쌀값 안정은 새정부 농정의 최대 현안이다. 정부와 함께 농협의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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