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가 비싸다는 점을 이용해 3년 넘게 백돼지를 흑돼지로 속여 30억원 넘게 팔아 온 식육포장처리업체 임직원 3명이 구속됐다.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올 1월 도내 유통 중인 흑돼지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백돼지인 것으로 나타나자 수사에 착수했고, 전북 남원시 소재 A식육포장처리업체 대표이사와 전무, 상무 등 6명을 형사 입건하고 이 가운데 상무, 생산가공팀장 등 3명을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으로 구속한 것이다.

A업체가 허위 표시를 통해 판매한 양은 약 702톤으로 시가 31억7700만원 상당으로, 성인 1식 취식 기준(정육 200g, 등뼈 400g)으로는 약 294만인분에 달한다고 한다. 허위 표시해 판매한 부위는 털이 없는 뒷다리 등 9개 품목으로 털이 있는 삼겹살, 목살, 앞다리와 달리 백돼지와 흑돼지를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점을 악용했다고 특사경은 설명했다. 흑돼지는 일반 백돼지와 비교해 육질이 우수하고 마블링(근내 지방함량)이 좋아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지만 사육 지역이 경남, 제주, 전북 등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어 생산두수가 적어 가격이 비싸다.

위반 업체는 이런 점을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둔갑판매 행위가 국내산 축산물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수입산 돼지고기가 크게 늘고 있다. 수입국가도 다양해져 미국은 물론 독일, 스페인,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수입이 이뤄지고 있다.

유통과정에서 둔갑행위가 빈번히 발생한다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돼지고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둔갑판매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자 국내 축산업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한미FTA 개정협상이 가시화 되면서 농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가뜩이나 수입 축산물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산으로도 시장이 교란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정부는 이러한 불법 행위가 더 있는지 단속을 확대하고 한번 적발된 업체는 더 이상 영업이 불가능 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와 생산자인 농업인을 함께 살리는 길이다.

이장희기자 경기도취재본부장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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