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Food & Justice 지니스테이블 대표

우리는 장애인의 식생활과 영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사회적 관심은 있기나 할까. 섭식의 어려움과 먹거리 불평등으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장애인이 75.8%에 달하는 현실. 먹거리 약자, 장애인의 먹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대안이 절실하다.


지난 2009년 우리 가족은 자연에 이롭고 사람에 이로우리라는 생각으로 전북 장수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유기농이 모든 사람의 음식이 되지 않는 현실을 깨달았다.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건강상의 이유,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아니면 유기농을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고, 밥상 역시 양극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이 유기농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 좋은 음식에 대한 접근권을 가질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하다가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졌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농부의 먹거리정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크라우딩 펀딩으로 기금을 마련했고,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쉼터, 자립을 준비하는 장애인에게 유기농산물 꾸러미를 공급했다.

그 때 농산물꾸러미를 받은 장애인은 이런 말씀을 전해주셨다. “가공식품이 아니라 신선야채를 받아볼 수 있었고, 장애인의 먹거리에 대해 생각해주어서 좋았다”고 말이다. 우리는 장애인의 식생활과 영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대안이 마련되어야하는 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있기나 할까?

장애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음식을 섭취하는 기술도 떨어지고, 장애 자체로 인해 음식 섭취, 음식 준비와 음식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가족들의 먹거리 돌봄이 있지 않는 한 시장을 보는 일이 쉽지 않으므로 간단한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이용하게 되고, 장애에 대한 재활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게 되므로 가족들 역시 좋지 않은 식습관을 용인하게 되는 경향을 가지기도 한다.

장애로 인해 비만, 빈혈, 성장부진이 일어나기 쉽고, 일상적인 약물 복용의 부작용에 따라 변비, 위장장애 등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경제적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장애로 인해 일상적으로 먹는 것에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3개월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5.8%에 달하고, 만성질환의 종류를 조사한 결과 비장애인의 질병 1위는 감기, 2위는 충치와 같은 치주질환이었던 반면 장애인의 만성질환은 고혈압 52.6%, 당뇨병 25.1%, 이상지혈증(고 콜레스테로혈증)이 12.4%의 비율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2006-2012년 국가건강보험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봐도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관상동맥, 심장질환, 암, 당뇨, 비만,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겪을 확률이 비장애인에 비해 1.5배에서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12월 말부터 장애인 건강증진과 의료 접근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 법에서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질병 예방, 치료 및 재활, 영양개선, 재활운동, 보건교육 및 건강생활의 실천 등에 관한 제반 여건의 조성을 통하여 최선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권리와 보건과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건강권을 위한 영양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실제로 영양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흔히 푸드바우처라고 불리우는 영양개선 프로그램 대상자로 소득에 관계없이 장애인을 명시하고 있고, 버지니아주의 장애인 건강증진 계획에는 장애인이 신체활동에 참여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식이영양을 검사하는 도구를 파악하거나, 장애인에게 영양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의 파악, 식이영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설립을 신체활동 증진 계획과 더불어 제시하고 있다.

장애인의 건강권은 물론 의료를 바탕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의 질병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식생활과 영양 개선을 위한 국가차원의 영양공급 프로그램의 시행과 적극적인 식생활 교육이 함께 병행되지 않는 한 장애인의 건강권은 반쪽자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애가 불러오는 섭식의 어려움과 무관심은 먹거리 불평등을 불러왔다. 그동안 관심밖에 있던 먹거리 약자, 장애인의 먹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대안이 이제는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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