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안전 업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하고 있는 농축산물의 안전관리 업무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져가는 내용의 내부문건(식의약 안전분야 혁신과제)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식품안전 업무를 식약처로 일원화하겠다는 것인데, 식약처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캠프에 이러한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안전 업무 일원화 논의의 기폭제는 지난해 발생한 살충제 달걀 사태였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식약청(복지부 산하)이 총리실 산하의 식약처로 격상되면서 식품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농축산물의 안전관리 업무는 농식품부가 위탁을 받아 수행해온 터라, 살충제 달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부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살충제 달걀이 생산된 농가 수를 제각각 발표했고, 부적합 농가를 적합 농가로 둔갑시키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국무총리실은 T/F를 꾸리고, 식품안전 업무 일원화를 포함한 식품안전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발표된 ‘식품안전 개선 종합대책’은 관계부처의 협의를 강화하는 선에서 일단락되고 말았다. 부처 힘겨루기에 적당히 타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대책 중 ‘현장에 적용되는 축산물 검사기준 항목 설정 시 관계부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한 대목을 두고 나름의 성과라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농식품부와 식약처의 ‘칸막이’가 높았던 것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농약 검사항목을 기존 27종에서 33종으로 확대했지만,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와 협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계부처 협의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과연 식품안전 업무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식품안전’과 ‘식품진흥’ 업무가 두 부처로 나눠져 있다 보니, 식품진흥 정책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주면서 산업을 진흥시키는 부분이 많은데, 농식품부가 갖고 있는 식품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보니 식품진흥도 제대로 안 되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식품안전’과 ‘식품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도 식품안전은 물론 식품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한 정부 조직개편을 고민해야 한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 등 다수 선진국은 농식품 관련 부처가 식품안전과 진흥을 통합·관리해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부처 힘겨루기에 적당히 타협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식품업무 일원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기노 기자 식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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