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Food & Justice 지니스테이블 대표

우리는 농부가 생산하는 농산물을 먹고 살면서 농부가 처한 현실과 농부의 권리를 모르고, 기업이 만들어내는 식품을 먹고 살면서도 식품산업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권리를 잘 모른다. …우리는 농부 뿐만 아니라 먹거리를 생산, 가공, 제조, 판매하는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설탕 덩어리다, 이건 음료가 아니다, 마시지 말고 청소하는데 써야 한다’와 같은 이런 저런 악평에 늘 시달리지만 코카콜라는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줄 것 같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음식과도 어울릴 것 같은 톡 쏘는 맛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음료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음료시장 부동의 1위답게 코카콜라는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세계무대를 놓치지 않고 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매일 19억 병의 음료가 판매되고 있는 만큼 인종, 종교, 차별을 뛰어넘는 올림픽 정신과 맥락을 같이한다면서 지난 1928년부터 올림픽과 협력관계를 이어오더니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는 성화 봉송 파트너사가 되었다. 평창 올림픽에 400만개의 코카콜라가 공급된다고 한다.

올림픽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는 ‘쓰레기 없는 세상’(World Without Wast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캔과 같이 자사의 모든 포장 용기를 100%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판매되는 용기의 50%를 재활용 재질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런 이야기들만 읽다보면 코카콜라가 스포츠를 지원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적 공헌을 하는 좋은 기업인 것 같다.

그런데 지구 한편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코카콜라는 인권이 제로(0)이다”라고 말해 달라는 캠페인이 한참이다. 2015년 코카콜라 제품의 호주, 뉴질랜드, 남태평양 포괄 독점 보틀러인 코카콜라아마틸(CCA) 인도네시아 사업부의 중부지역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자 노조위원장은 정직 처분을 받고 해고되었고, 2017년 서부자바지역의 또 다른 코카콜라 공장에서 노조가 만들어지자 노조위원장은 전출된 뒤 정직처분을 받은 뒤 해고되었다. 단체교섭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이다. 물론 코카콜라 노동자들이 탄압을 받은 것은 이 사례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콜라의 양대산맥이라 불리우는 펩시 역시 노조 결성에 해고로 맞선 해외 사례들이 있다.

우리는 농부가 생산하는 농산물을 먹고 살면서 농부가 처한 현실과 농부의 권리를 모르고, 기업이 만들어내는 식품을 먹고 살면서도 식품산업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권리를 잘 모른다. 그래도 농부에 대해서는 땀 흘리며 수고한다는 애정의 시선을 갖고 있지만 농림어업에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과 농림어업 노동자 및 식품산업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 한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간다.

농림어업 식품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5000원짜리 커피로 판매되면서 커피 생산 노동자는 하루 1달러 임금을 받고 있고, 홍차 한잔 가격 중 1%만이 홍차를 수확하는 노동자의 몫이 된다. 이란의 설탕노동자들의 임금은 수개월째 체불되기도 했으며, 칼스버그는 캄보디아에서 파업에 참가한 맥주판매 노동자를 해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맥도날드의 저임금, 고용불안, 산재 은폐에 대항하는 캠페인이 벌어졌다. 파리바게트의 제빵사 불법파견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 국민적 관심을 받기도 했다.

모든 음식은 농산물과 같은 원물이 그대로 유통되어 팔리거나, 식품으로 가공되어 판매된다. 먹거리가 우리 식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농부의 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농림어업 노동자, 식료품 제조·가공, 판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력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먹거리체계에 있어 그들은 너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먹거리가 정의롭다는 것은 먹거리가 우리 밥상에 오르는 그 모든 과정의 공정함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농부뿐만 아니라 먹거리를 생산, 가공, 제조, 판매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하며,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농림어업 및 식품산업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우리 먹거리를 좌우하는 거대 식품산업의 횡포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품산업의 규모는 192조원에 달하고. 2016년 공시정보 기준 연매출 1조 이상 식품기업은 21개사에 달한다.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농림어업 노동자는 100여만명, 식품산업 20연만명, 숙박 및 음식업점 230여만명에 달한다. 우리들의 밥상은 식품산업 노동자들의 노동의 댓가가 공정하게 보장되어 차려지는 그런 경건한 밥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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