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후 3번째 수정
밀 자급률은 수년째 1%대
"구호만 있고 대책이 없다"
우리밀 업계 불만 고조

'과잉-과소' 반복 막으려면
공공비축 시행 '필수'
시설인프라 등 갖출 수 있게
정부 예산확보 뒤따라야 


밀 자급률 목표치가 또 수정됐다. 2008년 이후 3번째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는 2022년까지 9.9%. 우리밀 업계는 기대는커녕, 정부의 계획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재 밀 자급률이 2%가 채 안 되는 상황에서도 과잉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수 년 동안 정부의 밀 자급률 목표가 구호에 그쳤기 때문이다.

10여 년간 반복된 정책실패를 극복하고, 실질적으로 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공공비축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함께 관련예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18~2022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밀 자급률을 2022년까지 9.9%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2017년까지 10%, 2015년까지 10%, 2020년까지 5.1%를 거쳐, 다시 2022년까지 9.9%로 수정된 것이다. 하지만 밀 자급률은 정부의 목표치와는 무관하게 수년간 1%대에 머물러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밀 자급률 목표치가 무슨 근거로 설정되는 것이며, 무슨 의미가 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량자급률 관련 연구용역 결과, 밀 자급률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정부 대책과 의지를 담아 자급률 목표치를 조정했다”며 “매번 목표달성이 가능하냐는 문제제기가 반복되는 건 사실인데, 내년부터 밀 의무자조금이 시행되면 예산지원이 이뤄지고, 밀 생산은 쌀 생산조정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공공비축의 경우에도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올해도 예산수립을 시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밀 자급률 향상을 위해선 소비촉진이 중요한 만큼 국산밀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홍보하고, 초강력분 등 품종개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밀 업계는 밀 자급률 목표달성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으로 공공비축과 예산지원을 꼽고 있다. 국산밀산업협회 이정찬 이사장은 “정부가 밀 자급률 향상을 포기하지 않고 목표치를 설정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 없이 단순히 목표치만 제시하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며 “무엇보다 과잉과소 문제가 반복되는 밀농사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게 하려면 최소한의 공공비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현재 약 1만ha에서 연간 3만톤 정도의 밀이 생산되고 있는데 지난해 풍작으로 1만톤의 재고가 남았고, 결국 올해는 계약재배 물량을 3만톤에서 1만4000톤으로 줄였다.

이정찬 이사장은 “지난 2014년 밀이 부족해 군납을 못했던 것처럼, 몇 년 후에는 또 다시 우리밀이 부족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며 “계약재배 물량이 줄고, 재고부담으로 인해 의무자조금 조성 규모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밀관련 지원 예산이 전혀 없는데, 수급조절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산만이라도 지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충남로컬푸드 이동형 공동대표는 “밀은 제2의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수확기계나 건조시설, 저장창고 등 관련 인프라 지원이 거의 없고, 이러한 시설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현장에선 밀을 생산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박근혜 정부 당시 밀관련 지원사업이 없어졌고, 지금은 궁여지책으로 밭작물 지원사업을 통해 밀관련 지원을 신청해야 하는데, 1개 군에서 밀농사 60만평을 지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지난해 전국적으로 지원신청이 단 1건도 없었다. 밀관련 지원사업을 새롭게 만들기 어렵다면,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를 우선적으로 개선해 예산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시설인프라와 농지배수 정비와 같은 지원이 선행되지 않으면 밀 자급률은 절대 높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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