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축사 유예 연장에 주력
동물복지형 축산 관련
국내에 맞게 제도 정비 시급

돼지고기 품질 향상 위해
탕박등급제 정산 정착 필수
한돈농가 고충센터 마련
사육에만 전념하는 분위기 조성
한돈혁신센터 건립 모금 박차


“양돈 산업을 반드시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산업으로 변화시켜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11월 1일, 대한한돈협회 제19대 회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 하태식 회장. 그동안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 문제와 부정청탁금지법 대응, 양돈 산업 내부적으로는 돼지가격 탕박등급제 정산 방식 도입 등 각종 현안 해결을 위해 숨 돌릴 틈 없는 행보를 보여 왔던 하태식 회장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8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을 위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여의도 농성장 인근에서 하태식 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활동과 양돈 산업 및 축산업 발전을 위한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취임 후 탕박등급제 정산 문제, 분뇨 문제,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까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취임 전 생각했던 것과 지금 느끼는 무게가 다를 것 같다.

“사실 한돈협회 회장이라는 역할에 대한 무게를 느낄 사이도 없이 100일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취임 후 돼지가격 정산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탕박등급제 정산을 아직 정착시키지 못했다. 여기에 한·미 FTA 재협상 문제와 부정청탁금지법 문제 해결,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 문제 해결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당초 계획은 1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협회 조직 강화를 위한 활동에 나서려고 했는데 실행에 옮길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당분간은 축산업 최대 현안인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에 전념하겠다.”

-축산 업계에는 무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 외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시급한 해결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내에 동물복지형 축산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복지형 축산과 관련한 시설, 환경 부분은 제도적으로 정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동물복지형 축산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양돈 농가가 일상적으로 사용해 온 양돈장 시설 명칭인 ‘스톨’을 ‘감금틀’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것도 잘못됐다. 용어부터 정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동물복지형 축산업과 관련한 전문가와 함께 TF(테스크포스)팀을 구성, 외국 사례를 검토하고 국내 현실에 맞는 동물복지형 축산업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양돈 산업으로 범위를 좁혀보겠다. 양돈 산업의 선결과제는 무엇인가?

“양돈 산업의 시급한 해결 과제는 지난해 말부터 양돈 현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탕박등급제 정산 방식의 정착이다. 탕박등급제를 한다고 해서 양돈 농가들이 무조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다. 농가도 손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양돈 산업을 안정화 시키고 돼지고기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탕박등급제 정산을 실시하는 것이 맞다. 때문에 육가공업체도 통 큰 결정이 필요하다. 수익적인 부분만 생각하다 보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양돈업계 전체가 탕박등급제 정착을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세부적인 조율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오는 3월 중으로 육가공업계와 탕박등급제 전면 시행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가급적 빠르게 탕박등급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돈혁신센터에 대한 양돈업계의 관심이 많다. 재원 마련 계획과 혁신센터가 양돈 산업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면.

“혁신센터 건립에 75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올해 연말까지 한돈혁신센터를 완공하기 위해서는 35억원의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농가와 관련 단체의 모금을 통해 이를 마련하려고 한다. 때문에 모금 운동이 중요하다. 그러나 양돈 농가들을 대상으로 한돈혁신센터의 건립 취지, 목적, 향후 운영 방향 등을 알려나가는 활동이 부족했다. 3월에는 이런 내용을 담은 서신을 작성해 양돈 농가들에게 보내려고 한다.
한돈혁신센터는 양돈 산업의 메카이자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교육, 연구사업과 생산현장을 겸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게 혁신센터 건립 목적인만큼 양돈 농가의 저조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현실에 적합한 교육 시설을 마련하고 국내 많은 연구자, 컨설턴트와 협약을 체결해 우리 농가에 맞는 교육을 진행할 것이다.”

-축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취임식부터 ‘국민과 함께 하는 양돈 산업’, ‘지속가능한 양돈 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무엇인가?

“국민과 함께하는 양돈 산업을 만들기 위해 양돈업계가 국민들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나눔·봉사 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아직은 세부적인 계획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나눔·봉사 등 공익적인 활동을 통해 국민들이 우리 양돈 산업에 보여준 기대와 관심을 반드시 되돌려 주겠다.
지속가능한 양돈 산업을 만들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취임하자마자 협회 내에 ‘한돈 농가 고충상담센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양돈 농가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농가들이 돼지 사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다. 양돈장 시설과 환경, 돼지 사육 방법에 대한 농가별 교육을 진행하는 ‘맞춤형 컨설팅 사업’도 추진하려고 한다. 하반기부터는 맞춤형 컨설팅 사업을 진행해서 우리 농가들이 돼지 사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보겠다. 맞춤형 컨설팅은 양돈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 같다.”

-재임 기간 동안 반드시 해결하거나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돈협회를 국민과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 형태로 만드는 것이 재임 기간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이다. 연예인 등 유명한 홍보 모델이 없더라도 우리 돼지와 양돈 산업을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눔·봉사 활동 등 사회 환원 사업이 국내산 돼지 및 양돈 산업을 홍보하는 역할과 국민과 함께하는 산업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좋은 요소가 될 수 있다. 한돈협회를 사회적 기업 형태로 만들어 양돈 산업을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산업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임기 동안 꼭 마무리 하고 싶다. 양돈 농가를 대표하는 한돈협회 회장으로서 열정을 갖고 일하겠다. 열정을 믿고 따라준다면 양돈 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데 앞장서겠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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