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문제 ‘매니페스토 선언’ 도올 김용옥 선생

▲ 도올 김용옥 선생은 농민들에게 “조금 더 단합된 힘을 가지고 여러분들이 저를 교육시켜주시면 저도 기회 있을 때 마다 농촌문제는 이렇게 수정이 돼야 한다, 발언도 하고 문재인 대통령한테 건의도 하겠다”고 말했다.

사상가 도올 김용옥 선생은 “농업 농촌은 우리 문명의 가장 기본 공통함수”라며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한 것 만큼 비중 있게 농촌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여기서 정신을 차리면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가는 분기점에 있으니, 농촌문제야말로 국민적 이슈로 우리가 생각해서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데 간절히 힙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도올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재 자택에서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대표 30여명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고, 향후 대중들을 위해 농업에 대한 ‘메니페스토’(견해)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농업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의 상견례는 동학식의 맞절로 시작됐다.


경제개발로 잘 살 수 있다는 
개발시대 망념에서 벗어나
농촌과 더불어 사는 삶 필요

농업은 국가 공동체의 기본
간절함 있다면 돌파구 나와
새 비전 만드는데 힘 합치길

북한의 농촌에 ‘희망’ 있어
남북이 함께 땅 살리면서
모범적 생태환경 조성해야


도올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자연 없이 행복할 수 없다”고 했던, 자신이 존경하는 영문학자 김우창 선생의 철학을 소개하면서 발전만을 좇는 세태를 걱정했다. “인간은 자연을 그리워하고 자연을 찬미합니다. 자연 없는 문학이 없듯이, 농촌 없이 인간은 과연 행복할 수 있느냐, 농촌이 제대로 되지 않은 세상이 과연 우리가 살아야 하고 만들어야 하는 문명의 모습이냐?”는 의문이다.

그는 “농촌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것은 근본적으로, 문명의 핵이라고 하는 생각을 해야 된다”며 오늘 자신의 배경엔 농촌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천안에서 자라나고 부친이 의사(그 일대에서 제일 큰 광제병원)였기 때문에 도시에서 행복하게, 유족하게 살았지만, 내가 체험한 내용은 다 농촌 애들이랑 차이가 없어요. 나 자랄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농촌문화였단 말예요. 내가 국민학교 가면 모든 학생들이 다 농사짓고 온 애들인데, 그런 속에서 컸으니깐 나 같은 사람이 교육됐지, 그 문화 없이 나 같은 사람이 키워질 수 없어요.”

도올은 민중신학자 안병무 선생의 ‘금단의 열매’의 비유를 들어 농업 농촌의 공적 성격에 대해 설파했다. “선악과는 원어로는 금단의 열매지요. 그걸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뭐냐면 그것은 ‘공적’인거예요. 그것을 먹었다는 거는 그걸 사유화했다는 거잖아요. 공적인 것을 사유화하는 데서 이 세상에 죄악이 싹튼 겁니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모든 문제가 사실은 공적인 것을 사유화 하는 겁니다. 계속 원죄를 저지르고 있는 거예요.” 현재 우리 농촌문제는 “그저 대기업 하나의 예산도 안 될 만큼 축소됐는데도, 이것마저 기업이 완전히 독점하려고 하고, 모든 것을 조작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방식”이 문제이고, “그런 방식과 더불어 근원적으로 우리나라의 문화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도올은 “어떻게든지 국가적인 인식을 바꿔서 농촌을 경제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국가공동체, 한국이라는 이 공동체에 가장 기본적인, 우리 문명의 가장 기본 공통함수라고 하는 것을 우리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농촌에 희망이 있다”고 했다. “남북이 협력해서 북한의 좋은 땅과 농업을 살려내면서 우리나라의 농업 비중을 급격하게 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안도 나올 수가 있다”는 생각이다. “농촌문제에 대해서만은 국가에서 뭔가 획기적인 것을 마련하고,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해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북한과 소통하면서 우리나라 농업에 역할과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자”는 것이다. 

다만 경제개발 논리의 막바지에 온 기업이 북한을 희생타로 삼으려는 폭력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야말로 앞으로 진정 새로운 에코시스템적인 환경을 만들어서 세계적으로 모범적인 사례로 만들지 않으면 우리 역사의 마지막 비전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사고가 “경제개발하고 잘 산다는 망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도가사상의 자연주의, 망집에서 벗어나 무아로 돌아간다는 불교의 사상처럼, 뭔가 집착하지 않고, 무엇에 대해 고집하지 않고, 그러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필요해요. 중국만 해도 시진핑이 그런 개념을 바꾸고 있고. 유럽에서는 거의 ‘발전 없는 번영(Prosperity Without Development)’ 이라는 개념이 이미 굳어 버린거예요. 발전하면 망한다는 거지요.”

그는 농업을 남북문제 만큼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이 남북문제에 관해서 처음부터 어떤 돌파구를 해야 겠다는 간절한 뭐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깐 나라가 이만큼 새로운 국면이 생기잖아요. 그런 식으로 대통령이 어떻게든 농촌문제만은 이렇게 바꿔야겠다, 남북문제와 똑같이 비중있게 달려들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농민들에게 “한국 농촌을 어떻게 살리느냐, 여기에 조금 더 단합된 힘을 가지고 여러분들이 저를 교육시켜주시면 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체적으로 농촌문제는 이렇게 수정이 돼야 한다, 강력하게 발언도 하고 문재인 대통령한테 건의도 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앞으로 농업문제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메니페스토’를 만들어 제시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도올은 대화 과정에서 농업과 식품의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식견을 드러냈다.

맛 철학(저서 중용, 인간의 맛)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 몸 자체가 자연”이라고 했다. “결국은 내가 먹는 게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단 말이죠. 나 자체가 저 산천초목 우거지는 하나의 순환체이고, 에코체라서죠. 인위적인 게 아니거든요. 이 순환체가 건강하게 순환하기 위해서 그 범위에서만 맛을 허용한다는 얘깁니다. 아무리 맛있다지만, 인위적으로 맛있는 것만 먹으면 죽어요. 그러니깐 맛이란 것 자체가 대자연의 순환에 가장 정화로운 것을 우리가 먹을 줄 아는 그 능력이 맛이죠. 근원적으로 자연에 대한, 자연 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맛은 모르는 것이고, 그런 맛을 모르는 인간에게서는 영원이 멋이 생겨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나에게는 맛과 멋이 같은 단어입니다.” 

그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산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가는 건데, 그 과정에서 이런 먹는 문화가 조금 더 깊게 이해가 됐으면 좋겠고, 젊은이들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도올은 “국민 대다수가 한국에서 나온 음식을 매일 접하고 싶어 하고, 그게 엄청난 파워”라고 했다. “이게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국가에서 사명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나서면 농촌문제는 사실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일상 생활에서 전 국민이 이 땅에서 난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건데, 그 요구가 얼마나 절실하냐 이거죠. 요즘 책들을 안 읽는데, 이런 것들과는 달리 농업문제란 그런 요구 자체가 없어질 염려는 없는 거란 말예요.”

그는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청와대 청원, 다국적 식품자본에 의한 국내외 식량체계 독점에 대해서는 “GMO 그거 흉악한거예요. 진짜 그건 안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조차 국가전략을 수정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중국만해도 우리처럼 무식하게 (농업을) 4%로 줄이는 걸 마구 추동한 역사가 아니라, 중국은 아무리 해도 농업이 40%는 살아있을 때, 여기서 스톱해야 겠다는 의식이 생긴 거예요. 요번에 당대회에서 생태문명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표방을 했거든요. 중국이 그런 농촌 문제에 있어서 깨어나고 그렇게 하면서 미국이랑 대항할 수 있으면 미국의 식품전략은 상당히 수정될 수 밖에 없죠.”

도올은 집안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기른다. 놀랍게도 마당에 닭을 키워 1년 내내 달걀을 자급하고 이웃과 나누기도 한다. 식재료는 유기농 매장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이상길 논설위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