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데 제일 중요한 것…‘공기·물·먹을거리·땅’ 지켜야”

▲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1988년 공해추방운동연합, 1993년 환경운동연합을 창립하고 2005년부터 환경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2013년에는 미국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이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와 조직에게 주는 ‘치코멘데스상’을 수상했다.

중화학공업 중심 산업화로
농어업 죽고 환경 파괴
마을·가족 공동체도 사라져

환경과 농업은 불가분관계
땅·갯벌 살려야 ‘지속 가능’
농업과 경관 잘 보존시킨
프랑스 농촌이 ‘좋은 예’

농업 다원적 가치 존중없이
시장가격으로 판단 안돼
생명의 원천인 자연 지켜야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1세대 환경운동가다. 환경의식의 불모지대였던 1980년대부터 오늘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곧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민주주의 진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농업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2차 산업인 중화학 공업 중심의 성장을 위해 1차 산업인 농업을 일방적으로 희생시켜왔죠. 이같은 방식은 환경도 망치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아요. 자연과 어울리는 농업이 대안입니다.”

환경과 농업을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하는 최열 이사장은 농업과의 인연이 깊다. 1970년대 유신독재와 맞서면서 감옥살이를 한 그는 1982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환경운동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열었다. 당시 가톨릭농민회와 함께 농민들에게 벼, 사과, 고추 등 주요 작물의 농약살포 일지를 기록하도록 하는 작업을 했다.

“그때가 농약을 가장 많이 쓸 때였어요. 그러면 그것을 뿌리는 농민들이 중독되고, 토양의 미생물은 죽고, 세 번째는 농약이 잔류하게 돼요. 하지만 그땐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이라 그걸 분석해주는 곳이 없었어요.” 공해문제연구소는 농약을 비롯해 공장폐수, 분진, 산성비, 원전, 합성세제 등 공해문제를 엮어서 1983년 <내 땅이 죽어간다>는 책을 내기도 했다. “가능하면 농약을 안 뿌리는 농업으로, 미생물농법이라든지, 천적을 이용한 농업으로 가자고 한 게 그 때 부터예요.”

그가 환경운동을 하면서 늘 얘기해 온 게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2차 산업, 중화학공업에 집중되면서 1차 산업인 농업과 어업을 죽이고, 환경과 사람의 삶을 파괴해 왔다는 점이다. “산업단지들이 대부분 울산, 포항 바닷가에서 시작해서 광양 같은 갯벌로, 현대 서산 간척지로 갔어요. 그렇게 개발되어 농지는 물론 굴과 김 어장이 다 황폐화되니 농어민들이 다 도시로 이주를 해요. 그 중 많은 이들이 도시빈민이 된거죠. 남자들은 공사판에 가서 일을 하고, 주부들은 식당이나 파출부, 행상을 하고, 아이들은 노인들이 키우고. 그렇게 농어촌이 해체되고, 마을과 가족 공동체, 개인의 삶이 파괴돼 온 겁니다.”

지난 수십년을 개발과 성장으로 달려왔지만, 그러나 그런 방식은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십 수 년 전에 박원순 시장하고 유럽 철강산업을 대표하던 독일의 티센 제철소가 공원으로 바뀐 곳을 가봤어요. 거기서 쇠파이프로 된 카페를 보면서 우리나라 제철소도 언젠가는 공원 카페가 될 거란 생각을 했어요. 철강산업이 100년, 200년 갈 수는 없잖아요.”

그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농업을 살려야 한다고 단언한다. “농업을 잘 발전시키고 바다의 갯벌을 살리면 몇 백 년, 몇 천 년 동안 계속 순환적으로 살 수 있고 환경을 살릴 수 있는데, 2차 산업이 1차 산업을 죽이면서 발전하면 일정기간 뒤에는 그것이 되지 않아요. 농업을 살리면서 2차 산업을 발전시켜야죠.”

그 사례로 어느 외교관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들려준다. “프랑스 대사가 그러더라고요. 프랑스에서 가장 못사는 곳이 산업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곳이라고요. 처음엔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했지만, 나중에 공장의 오염물질로 인해 공해가 심해지고, 공장이 사양산업이 되니까 일자리가 줄어들고, 결국 가장 못사는 곳이 됐답니다.” 반대로 제일 잘 사는 데는 농업과 경관이 잘 보존된 농촌이란 것이다. “강변에 포도밭과 숲이 있고, 그런 경관이 잘 보이는 카페에서 그 지역 와인과 치즈도 먹고, 공연보고 나오면서 기념품도 사고, 이렇게 하면 부가가치가 5배, 10배 올라가잖아요. 그분 얘기는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희망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난개발을 해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농업의 가치에 대해 최 이사장은 “예컨대 벼농사가 가격 경쟁력에선 떨어지지만, 쌀을 재배하면서 여름에 비가 오면 빗물을 저장하고, 홍수를 막고, 지하수가 되고, 이런 효과를 생각해야지 농사를, 쌀을, 쌀값으로만 판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사람이 사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숨 쉬는 공기, 물, 먹을거리, 그리고 우리가 딛고 있는 땅 이 네 가지”라고 전제하고 “이러한 생명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데도, 사람들은 중요한 것보다 급한 것 중심, 돈 중심의 가치로 가고 있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장자가 말하길 생명을 중시하면 이익을 가볍게 여긴다 했어요. 지금 현실은 이익을 중시하니까 생명이 가벼워지는 거예요. 회사 이익을 중시하니까 오염물질을 막 내보내는 거예요.”

그는 “자연은 우리 생명의 원천이어서, 잘 보전하면 자연이 우리를 살리고, 훼손하면 결국 자연으로부터 역습 당한다”면서 “환경친화적인 농업, 자연과 어울리는 농업, 부가가치 높은 농업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농정의 가장 큰 문제를 이렇게 짚었다. “60년대엔 농민이 70%였지만, 지금은 5%로 줄었잖아요. 그런데도 농업 관련 공무원, 관련기관은 줄지 않았어요. 오히려 늘었죠. 장관하는 어느 친구가 그래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교육부하고 농식품부라고. 교육부가 제일 문제고, 농업분야 공무원이 너무 많다고요. 그 사람들에게 나갈 돈을 농민에게 직접 주면 농민들이 더 잘 살 거예요. 시대에 맞게 개혁을 해야 합니다.”

이상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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