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서울청과, 일본 동경청과 초청 간담회

▲ 일본 동경청과 관계자들이 서울청과를 방문해 일본 도매시장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지 희망가격 제대로 파악
생산비 이하로는 협상 안해
신선 농산물 요리 제안 등
도매법인 소비촉진 나서기도


일본의 농산물 도매시장 경유율은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러다 보니 도매시장과 도매법인의 수 역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농산물 유통형태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일본 도매법인들의 농산물 집하 및 판매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이에 서울청과는 지난 20일 일본 동경청과의 관계자들을 초청해 ‘정가·수의매매 및 도매시장 운영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일본 도매시장의 변화와 시사점을 정리했다.

▲일본 도매시장 현황=일본 농산물의 도매시장 경유율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1998년 74.3%에 달하던 도매시장의 청과물(수입 채소와 과일, 가공품 포함) 경유율은 2013년 60% 수준까지 감소했다. 이 가운데 일본 자국 청과물은 가공품을 포함해 86%다. 이에 도매시장 및 도매법인의 수 역시 줄어들고 있다. 1998년 87개의 중앙도매시장과 260개의 도매법인의 수는 2015년 166개와 64개로 줄었다.

그렇다면 일본 도매시장의 집하 및 판매 방식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선 집하 방식은 2014년 금액 기준 중앙도매시장 평균을 보면 위탁이 62%, 매수 집하 방식이 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집하된 농산물의 판매 방식은 정가·수의매매가 89%를, 경매·입찰이 11%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매수 집하 방식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산지의 희망 가격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산지의 시장교섭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오타케 잇페이 일본 동경청과 영업본부장은 “산지에서 도매시장에 요구하는 가격 결정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매수 집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또 하나는 가공과 외식 소비처의 비중이 늘고 있는 점이다. 이럴 경우 사전에 가격을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수 집하 방식이 늘어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일본 도매법인의 판매 방식의 변화에서 눈 여겨 볼 대목은 정가·수의매매가 경매·입찰을 크게 상회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도 역시 산지와 수요처의 요구가 반영돼 있다.

요코야마 이사무 동경청과 채소부 부부장은 “산지에서 요구하는 거래 금액이 있고, 중도매인이 판매하고자 하는 금액이 있는데 여기에서 차이가 생기면 경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러한 차이를 좁히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경매가 줄어들고 정가·수의매매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내에 시사하는 바는=일본 도매법인들의 수의거래 시 가격 결정 방식의 기본은 산지의 희망 가격이다. 산지의 희망 가격이 그대로 반영되기는 어렵지만 경매사들이 양보할 수 없는 일종의 마지노선이 있다. 이 마지노선이 바로 재생산가격이다. 다시 말해 생산자들이 다음 해에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의 가격, 이른바 생산비 이하로는 가격을 낮춰 협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산지의 정보나 소비지의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가격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요코야마 이사무 부부장은 “정가·수의매매 활성화의 기본은 산지와 소비지의 정보력에 있다. 이 정보력으로 산지와 소비지의 요구를 잘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도매법인의 역할 가운데 하나인 소비 활성화 방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도매법인은 단순히 출하자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가교 역할이 아니라 직접 소비 활성화에도 나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매점에서 직접 농산물을 이용해 요리방법을 제안하는 등의 제안 판매를 통해 농산물 소비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오오타케 잇페이 동경청과 영업본부장은 “도매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시설 가운데 하나가 저온 냉장시설이다. 이 시설이 구비돼야 산지의 농산물이 도매시장에 머무는 기간 동안 온도관리가 가능해 진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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