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도매시장을 변화 시키는가?

우리나라 농산물 도매시장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 1990년 194만5000톤이던 도매시장 거래물량은 2000년 527만3000톤, 2010년 622만6000톤, 2015년 711만700톤으로 늘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거래금액 역시 늘고 있다.

농산물 유통이 다변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도매시장을 통한 유통 비율은 60~70%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20~30%, 프랑스 35%, 일본 60% 수준인 점을 볼 때 절반 이상의 국내 농산물이 도매시장을 경유해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도매시장이 농산물 유통에서 중요한 위치임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도매시장 내의 유통주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다.

도매시장에는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이 수집과 분산이라는 역할을 갖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전통적으로 도매법인은 수집을, 중도매인은 분산이라는 역할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불분명해지는 역할을 나누는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은 도매시장의 집하 및 판매 방식에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바탕은 산지와 소비지의 요구에서다. 출하자나 소비처의 요구로 위탁이 줄고 매수가 늘어나는가 하면 판매 방식 역시 경매·입찰에서 정가·수의매매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개설자나 정부의 제도 변화에 따른 양상이 크다.

“법인은 수집하고 중도매인은 분산하는 구조입니다. (도매시장에서) 서로 역할이 다릅니다. 도매시장의 집하와 판매 방식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개설자나 정부가 아닌 산지와 소비지의 요구에 의해서 입니다.”

우리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 도매시장 관계자의 말이다. 도매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변화의 요구가 어디에서 출발하느냐가 중요하다. 도매시장이라는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유통주체들이다. 이 유통주체들이 경기를 이끌어야지 심판이 직접 경기에 개입하면서 지시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영민 농업부 유통팀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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