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산물 취급률 95%…부족한 품목 농민 스스로 ‘작목 전환’

▲ 생산자와 소비자가 신뢰를 쌓아가는 상생의 공간이 되고 있는 세종로컬푸드 주식회사 도담점에서 생산자 박정선 씨(사진 왼쪽)와 소비자 이계숙 씨가 함께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유사 직거래 난립에 따른 소비자 피해 예방과 농산물 직거래의 건전한 확산을 위해 올해부터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장 인증제를 추진하고 있다. 인증사업장으로 선정된 곳에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선정된 인증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농산물 직거래와 인증제에 대한 국민 관심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올해 총 12개의 전국 로컬푸드직매장이 선정됐다. 이에 본보는 다른 사업장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2곳의 우수 농산물 직거래 인증사업장의 노하우와 운영방식을 소개한다.

먹거리를 통해 도시와 농촌이 하나 되는 공동체 설립을 위해 탄생한 로컬푸드 직매장이 지역을 대표하는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농업회사법인 세종로컬푸드 도담점이다. 세종로컬푸드 도담점은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취급 비율이 95%에 달할 정도로 지역 농산물의 선순환 구조에 앞장서고 있는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2015년 개장 이후 ‘폭풍 성장’
하루 방문객 수 2000명 달해
수산물 생산 못하는 지역 특성
타 지역과 업무협약으로 해소
생산자가 직접 매장 출하·포장
재배정보 농가 공유 등 큰 도움 


▲개장 3년 사이 괄목할만한 성장=2015년 9월 정식 개장을 한 세종로컬푸드 도담점은 개장 초기부터 지역에 농산물 직거래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전만 해도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인근 시민들이 장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세종로컬푸드 도담점 소비자인 이계숙 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기반 인프라가 없다 보니 사실 커피 한잔 마실 곳이 없더라구요. 그러다 현재 직매장 인근에 장이 열렸어요. 여기에 어르신들이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판매했는데 신선한 것은 물론이고 값도 싸서 장 서는 것이 기다려질 정도였어요.”

이 직거래 장터가 현재 세종로컬푸드 도담점의 태동이 됐다. 작은 직거래 장터가 현재는 1일 약 2000명이 방문하고 1일 평균 계산 건수가 1700건에 달하는 지역 대표 직매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매장 설립 당시에는 한정된 품목으로 인해 일찍 상품이 판매돼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렸다면 현재는 품목도 가공품까지 다양해졌다.

세종로컬푸드의 특징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취급 비율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지역 생산 농산물이 부족한 경우 외부에서 조달해 오지만 세종로컬푸드는 세종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95%나 된다. 지역 특성상 수산물이 생산되지 않는 단점은 다른 지역과 업무협약을 맺어 제철 수산물 특판행사와 같은 이벤트를 열어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세종로컬푸드 도담점이 개장되면서 지역의 변화는 생산자와 소비자에서 눈에 띄게 나타났다. 당장 생산자들은 기존에 도매시장에 국한됐던 출하처가 확대됐다. 이와 함께 더 다행스러운 것은 판매처에 어려움을 겪었던 여성농과 고령농가들의 출하처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출하처는 생산자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 왔다.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가져오는 것은 물론 포장에 가격까지 붙이는 활동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재배과정에서 더 안전한 농산물 생산과 포장을 할 때에도 흙 하나라도 더 털어내게 되는 마음이 생겼다. 여기에 출하계획서 작성을 통해 품목이 홍수 출하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된 것은 물론 매장에 부족한 품목을 재배하는 작목 전환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딸기와 수박을 재배하는 박정선 씨는 “초기에 품목이 한정적이다 보니 품목의 다양화를 위해 농가 스스로가 작목의 전환도 생겼다. 또 매일 매장에 직접 출하를 하면서 농가들이 재배정보도 공유하고, 자신이 출하한 품목이 어떻게 팔리는지도 알게 됐다.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품목별협의회 통해 가격 결정
농가도 참여, 라벨도 직접 붙여
생산자가 장도 보는 상생 공간
서로 배려하는 문화 생겨나 
여성·고령농엔 수거·진열 대행 
로컬푸드 요리교실 등 운영도


▲신뢰가 바탕이 된 상생의 공간=소비자들 역시 인근 지역에서 안전하게 생산되는 농산물이 매일 신선한 상태로 매장에 입고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믿음은 지불의사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세종로컬푸드의 가격결정은 품목별협의회에서 정해진다. 품목별 농가 대표자와 세종로컬푸드 담당자들이 전국 도매가격과 인근 소매가격을 참고해 결정한다. 이 결정된 가격으로 생산자들이 직접 라벨을 붙이는 방식이다. 또한 품목별협의회에서는 생산·출하와 관련된 규정도 정한다. 이러다 보니 소비 트렌드를 듣기 위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농가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소비자 이계숙 씨는 “초기에는 중량이 모자란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생산자들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일 민감한 것이 가격인데 세종로컬푸드는 15개 품목이 연중 변함이 없다. 물론 좀 비싸다고 느끼는 품목도 있지만 이는 기상여건 등이 반영됐다고 이해를 하고 있으며, 비싼 품목은 그만큼 맛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선 씨는 “로컬푸드 출하 농가는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다. 생산자들도 이곳에서 장을 보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공생하는 공간이 로컬푸드가 생긴 이후의 변화다”고 말했다.

결국 세종로컬푸드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가 생긴 것이다.

세종로컬푸드 도담점은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18년 우수 농산물 직거래사업장으로 인증되면서 받은 인센티브로 실시한 팜 투어는 생산자와 소비자 상생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직접 생산 현장을 방문해 서로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배려하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직접 매장에 출하가 힘든 여성농과 고령농의 출하는 매장에서 수집 차량을 이용해 수거업무와 진열업무를 대행하는가 하면 세종시나 농업기술센터에 소농인들의 시설지원을 위한 건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세종로컬두프 도담점이 생산자를 위한 공간이라면 2017년 준공한 싱싱문화관은 소비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공간은 로컬푸드를 이용한 요리교실을 운영하거나 지역민들의 창업을 위한 매뉴를 개발하는 곳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계숙 씨는 “지금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 한 순간이라는 점을 명심한다면 소비자들 역시 생산자가 힘들게 생산한 농산물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무락 세종로컬푸드 대표이사는 “매년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은 교육도 실시하고 보완을 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는 고객 대응의 전문성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회적·문화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다양한 교류 활동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