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보다 월등…씨감자 ‘재휘’ 육종 성공"

▲ 밀양시 하남들판에서 김광환(33) 그린씨드 육종팀장이 부친인 김용한(64) 대표와 함께 획기적인 씨감자 신품종 ‘재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재배기간 10일 정도 짧고
수확량도 20~30% 더 늘어
왕특·특품 많아 상품성 탁월
삼대째 ‘씨감자’만 판 가족농
박사 출신 손자가 신품종 ‘결실’


재배기간 짧고 상품 비율이 높은 씨감자 신품종 ‘재휘’를 육종해 감자농사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젊은 농업경영인이 있다. 경남 밀양시 하남읍 낙동강변 하남들판에서 부친과 함께 씨감자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김광환(33) 그린씨드 육종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씨감자의 품종별 보급률은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수미’ 품종이 약 7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부지역 2기작에 애용되는 ‘대지’ 품종과, 가공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대서’ 품종이 각각 8~9% 정도씩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모두 외국에서 육종된 품종들이다. 국내 육종 품종으로는 조생종인 ‘추백’이 8~9%, 속이 노란 ‘조풍’이 1.5% 정도 재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공용과 일반식용 모두 두루 사용되는 ‘수미’ 품종은 미국에서 육종됐지만, 고령지농업연구소-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의 정부보급종 씨감자 공급체계와 지자체 및 민간 사업소에서 두루 채택되며 씨감자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반면 국내 씨감자 육종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런 가운데 밀양의 그린씨드는 ‘수미’보다 재배기간이 10일이나 단축되고, 수확량도 많고, 상품성 높은 굵은 감자의 비율도 높은 씨감자 신품종 ‘재휘’를 육종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해 품종보호 등록을 마치고 올해 씨감자 생산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며 모처럼 국내 씨감자 육종의 자존심을 화끈하게 회복한 사례다.

더구나 이러한 결실이 정부나 지자체나 대학이나 대기업이 아니라, 가족농으로 씨감자 한 우물을 파온 지방의 작은 업체에서 농업경영인의 손으로 일군 것이라 더욱 의미가 값지다.

이학박사 출신의 농업경영인인 김광환 씨에 따르면 ‘재휘’ 품종은 재배기간이 90일~110일 정도다. 100일~120일 정도인 ‘수미’ 품종보다 10일 정도 짧다.

또한 수확량이 ‘수미’보다 무려 20%~30%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서 수량도 ‘수미’보다 현저히 많다. 감자농가 소득을 좌우하는 왕특, 특품 비율이 높아 상품성이 탁월한 것이다.

병해 회복력도 탁월하다. 지난 1월말과 2월 밀양 하남들판에도 냉해가 급습했는데, 다른 품종에 비해 확연히 빠른 회복력을 보였다. 어린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에 더뎅이 모양의 굳은살이 생기는 더뎅이병에도 강하다. 역병도 잘 이겨낸다. 모양은 둥글고, 색깔은 하얗다.

비닐하우스 수막재배의 경우 9월 말에 정식해 1월 초중순 수확한다. 이중비닐하우스의 경우 12월 중하순 정식해 4월 중하순 수확한다. 노지재배는 2월 말에 정식해 5월 말 수확한다.

그린씨드는 노지에서 증식시킨 씨감자 신품종 ‘재휘’를 지난 6월 9일부터 수확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재배 때와 마찬가지로 작황이 좋고, 이미 감자유통업체 등을 통해 ‘재휘’의 특장점이 빠르게 입소문을 탔기에 공급물량이 달리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에 ‘재휘’ 씨감자 증식포를 올해 14만1900㎡(4만3000평)에서 내년에는 33만㎡(10만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광환 박사가 육종한 씨감자 ‘재휘’는 가족농으로 70년 동안 3대째 감자농사라는 한 우물을 파온 그린씨드의 결실이다.

김 박사의 부친인 김용한(64) 그린씨드 대표가 선친을 이어 35년간 감자농사를 지어왔고, 25년 동안 전국 각지를 누비며 씨감자 생산 보급에 앞장서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가 소중한 자양분 역할을 했다.

이미 그린씨드는 2010년 ‘백산’을 시작으로 ‘민서’, ‘백산1호’, ‘광서1호’, ‘광서2호’ 등의 씨감자 신품종을 육종해 잇따라 품종보호등록을 했다. ‘민서’ 품종은 제주도와 전라도 등지에서 적잖은 인기를 끌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친의 감자농사를 거들었던 김광환 씨는 부산대학교 생명자원과학과에서 원예생명을 전공해 이학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 경험도 쌓았다. 모두 농촌으로 들어와 씨감자 박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김 씨는 “박사학위까지 취득해놓고서 농촌들판에 처박혀 뭐하느냐고 묻는 친구가 있다”면서 “조직배양실을 비롯한 연구시설이 취약하고 영농현장을 오가며 몸도 고달프지만, 연구 성과가 농업현장에 빠르게 접목돼 많은 농민들에게 파급됨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밀양=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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