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평야에 시설원예 뿌리 내려"

▲ 강원 철원군에 시설원예를 정착시킨 최영식 농업경영인.

첫 시설원예 토마토 실패 딛고
2013년부터 파프리카 수경재배
품질 앞세워 억대 순수익 올려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물가 쑥
농자재 가격 등 생산비도 증가 


최영식 씨는 수도작 중심의 철원평야에 시설원예를 정착시킨 공로자로 농가들로부터 인정받는다. 현재 강원 철원군 시성원예재배 면적은 1963개 농가 423㏊이며, 파프리카, 토마토, 오이, 피망 등을 재배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700㎡의 논에 5400㎡의 비닐하우스를 짖고 토마토 재배를 시작했으나 경험부족과 기후적 조건에 맞지 않아 3년 후에 파프리카 생산으로 전환했다. 최 씨는 이때가 자신의 인생과 농업에서 가장 힘들고 고민이 많았던 시기라며, 농업인이 작목을 바꾸는 것은 운동선수가 종목을 바꾸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고 설명했다.

1992년 수도작으로 후계자에 선정돼 2000만원의 자금을 받아 6000㎡ 논을 구입했으며 이후 꾸준히 농지를 늘려 한때는 5만2000㎡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쌀값은 계속 하락하고 자녀들 교육비 등이 늘러나면서 농업소득으로만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농지를 팔기 시작해 상당 면적을 처분해야했다.

수도작이 어렵다고 판단한 최 씨는 2008년부터 자체적으로 시설원예를 공부하며 각종 교육장을 찾아다니며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철원은 대부분 수도작 중심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배우기는 어렵고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으로 교육을 다녔다.

시설원예를 시작하면서 농업기술센터의 직원들도 대부분 수도작 중심으로 전문화되어 있어 큰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토마토재배는 토경재배를 했으나 병해충 피해가 심해 이를 접고, 2013년부터 수경재배 방식으로 파프리카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성과는 좋아 품질도 좋고, 생산량도 월등해 가락시장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았다. 최 씨는 생산과정에서 과도하게 영양제 등을 공급하지 않고 규격에 맞도록 적정량을 공급한다. 대부분 농가들이 조금 더 주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해롭다는 것이다.

현재 최 씨는 연간 5kg 기준 1만2000상자 정도를 생산해 가락시장에 직접 출하하여 2억80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린다. 생산비를 빼면 순소득은 1억2000만 원 정도다. 수도작보다 소득은 높지만 부부가 일 년 동안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등 노동 강도가 높아 결코 소득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최저임금 상승과 농촌인력 부족, 농자재 값 상승 등 전반적인 생산비 증가는 또 다른 어려움이라고 최 씨는 하소연한다. 현재 최 씨의 농장에는 두 명의 캄보디아 노동자가 일하며 1인당 월 170만 원 이상의 임금을 지급한다. 국내 노동자는 부족하기도 하지만 높은 비용 때문에 쓰기가 어렵다.

최저임금 상승여파로 시중의 생활물가가 폭등하면서 농자재 가격도 덩달아 올라, 생산비 증가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2000년 초부터 10여년 동안 한농연철원군회장과 강원도연합회 부회장 등으로 농권운동을 했던 최 씨는 농업정책과 농권운동도 시대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소비자들의 욕구가 변하면 그것에 맞춰 국내 생산기반을 조정하고 대처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하는데 지금은 기존의 방식만을 고집하니까 생산량 조정이 실패하고 가격이 30%∼200%까지 급등락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농권운동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부각시키고 이에 따른 사회적 합의를 통해 농업인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농자재와 시설업체들에 대해서도 농권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예시설 농업은 한 번 설비하는데 많은 비용은 들고 오래 써야하기 때문에 사후관리와 지속적인 보수가 필요한데 현재는 이것이 원활하지 못해 농가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 씨도 지난해 새로 설치한 자동분무기가 고장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제때에 수리가 되지 않았다.

최영식씨는 “최근 들어 우리 농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소비자들에게 우리 농업과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다”며 “미래의 소비자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우리 농촌과 농산물에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원=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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