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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 그가 ‘영농정착지원금’을 포기하려는 이유

  • 기사승인 2019.08.13 17:10
  • 신문 3129호(2019.08.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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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의무 영농기간 3년 동안
다른 소득활동 못하는데
불확실한 농업 미래에
‘생계유지 가능할까’ 불안

지원자금 사용처 제한 등
조금만 문제 생겨도 날선 반응
정착·육성 취지 무색 지적도

지원사업에 모두 맞추다보니
‘자립하는 삶’ 꿈과는 거리


농촌에 내려온 지 올해로 3년차.

박인호(32·가명) 씨는 지난해 지역에서 또래 청년 몇 명과 마음을 맞춰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었다. 비록 자본도, 기술도, 연고도 없는 3무 청년들이었지만, 함께라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하우스 200평짜리 3동에 블루베리와 토종고추, 방울토마토, 사과참외, 김장채소 등을 심었다. 노지밭엔 밀과 콩을 파종하고, 양봉도 한 통 마련했다.

한여름 지독한 가뭄과 더위에 고추농사, 콩 농사를 말아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시의 지인들에게 매월 꾸러미를 보내고, 지역의 장터를 찾아 직거래를 하면서 아주 ‘소소한’ 소득을 올렸다.

‘마당에서 햇빛에 이불 널어 말리기’ ‘필요한 물건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소비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하기’ ‘도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기’… 각자가 꿈꾸던 로망과 현실의 거리를 확인할 때 즈음 친구들은 ‘농사를 계속 짓고는 싶지만 전업농이 될 자신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영농 초기 소득 불안만 해결할 수만 있다면 지역의 멘토 농민에게 진득하게 농사기술을 익히면서 전업농으로 정착이 가능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신청했다.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가슴 졸이며 두달 여를 기다려 예비창농자로 선발이 됐다. 어렵사리 임차서류를 써 줄 수 있는 농지 400평을 찾아 지난 5월 농업경영체 등록을 마친 그는,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지원 사업을 포기할 생각이다.

▲‘3년뒤 농사만으로 생계 유지가 가능할까’ 엄습하는 두려움=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 두려움은 3년의 의무영농기간. 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3년간 영농정착지원금을 받고, 의무영농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지원금 일부를 환급해야 한다. 여기에 의무영농 기간에는 다른 소득활동을 병행할 수가 없다. 4대 보험 가입의무가 없는 월 60시간 이하의 단기 근로만 가능하다.

“내가 3년 만에 농사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3년간 정착자금을 받고 버티다가 답이 안 나오면 그 이후엔 어떻게 하지.” 몇 년째 계속되는 농산물값 폭락에 베테랑 농민들도 이제 무슨 농사를 지어야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하는 현실을 보면서 그는 감당할 자신이 없어졌다. 지금 당장은 버티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나중에 너무 큰 족쇄가 될 것 같았다.

소득을 내려면 남들처럼 정부 대출금을 받아 빌린 땅에 하우스 농사라도 지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빚 갚으려고 빚을 내는’ 수많은 농민들처럼 아예 후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리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돈만 타 먹고 농사는 안 짓는거 아냐’ 불쾌한 시선들=그는 바우처 자금 사용이나 160시간의 의무교육 이수, 농정원 프로그램을 이용한 경영장부 기록 과정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면 왠지 ‘불평불만분자’가 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농사라는 게 늘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닌데, 제출한 세부 영농계획과 달라지면 지역 담당자에게 먼저 일일이 사정을 설명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스트레스가 됐다.

특히 지난해 지원자금 부적정 사용 사례가 자극적으로 불거지면서 사용처 제한 등 여러 제약들이 생기다보니 청년들도, 지자체 담당자들도 예민해져 있는 상황.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날선 반응들이 튀어 나온다. “돈만 받고 농사는 제대로 안 짓는 거 아니냐, 괜한 의심을 할 바엔 차라리 한 명 한 명 직접 나와 제대로 조사하고 관리를 하라”는 것.

그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청창농 담당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추가로 일을 떠맡아야 하는 분위기에서 담당자에게 재량권도 없으니 위에서 내려온 지침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이해하면서도, “결국 책임 논란, 형평성 논란을 피하는 게 우선이다 보니, 청년농업인의 정착과 육성을 돕는다는 본래 정책의 취지는 무색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게 정말 나만의 일일까요=자립하는 삶을 꿈꾸면서 내려왔는데 결국 모든 걸 지원사업에 맞추면서 초초해하고 있는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져 사업 포기를 고민하게 됐다는 그는, “설명 다 듣고 신청해놓고 이제 와서 왜 딴 소리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원래 전업적으로 농사짓는 청년들을 키우기 위한 사업이니, 자신이 없으면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는 게 맞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계속 의문이 들었다. 이게 정말 나만의 일일까.

한편 농식품부는 1차 1600명, 2차 1600명 등 총 3200명의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 중 경영체 등록을 못해 중도 탈락했거나 스스로 포기한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관련 자료 공개를 요청하자, ‘내부자료’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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