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농민단체 중심 목소리 고조
수입산 시장점유율 향상 경종
“구입지원 대상서 제외” 주장도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농기계’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산 농기계를 사용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농기계 구입지원사업 대상에서 일본산 농기계를 제외할 것을 촉구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농연전남도연합회는 ‘일본 농기계, 사지도 말고, 쓰지도 말자’는 결의를 다졌으며, 또다른 농민단체들은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을 당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에 대응한 농업계의 행보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범위가 농기계까지 확대된 것. 이는 국내 농기계 시장에서 일본산 농기계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서 촉발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국농업기계학회가 2018년 12월에 내놓은 ‘농기계산업 경쟁력 강화 및 수출 증대 방안’ 산학협동정책연구보고서에서 최규홍 전주대 교수는 농협의 정부 농기계 구입지원사업 융자 실적 자료(2013년~2018년 5월)를 분석, 이앙기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국산 59.5%와 수입산 40.5%인데, 일본산 완제품 판매와 일본산 핵심부품 도입이 꾸준히 증가, 일본산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짐은 물론 이 같은 추세는 향후에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콤바인은 국산이 70.1%, 수입이 29.9%로 국산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는 반면, 수입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고 진단했다.

트랙터는 국산이 86.4%, 수입이 13.6%로 이앙기·콤바인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긴 하나 이 역시 국산 트랙터는 줄어드는 대신 수입산 트랙터가 증가하는 흐름인데다, 일본 농기계업체들이 우리나라 트랙터 시장에 본격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이 격차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국산 농기계업체 관계자들은 “단순히 일본이 경제제재를 하니까 우리나라도 일본산 농기계를 사용해선 안된다는 보복개념이 아니라 수년간 일본산 농기계가 우리나라 농기계 시장을 잠식해왔고, 이 때문에 국산 농기계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 여기에, 토종 농기계업체가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등이 더해지면서 생긴 행동”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일본산 농기계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농기계 구입지원사업시 일본산 농기계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일본산 농기계 융자지원 대상 제외’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가 있는 것이 한 예다. 농업인 등이 농기계를 구매할 때 농기계 기준금액의 80% 수준으로 융자를 지원해주는데, 이 때 일본산 농기계는 그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7년 기준 농기계 구입지원사업 융자실적은 4991억원이다.

청원인은 “국산 농업기계와 같이 장기 저리로 융자지원되는 것은 일본 농기계산업을 도와주는 것은 물론 국내산 농업기계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청원 참여인원은 14일 현재 2568명.

한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도 같은 생각이다. 농기계유통협동조합이 8월 20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를 위한 결의대회를 여는 주된 이유다. 서평원 농기계유통협동조합 이사장은 “WTO 협정에 따라 일본산 농기계 수입을 막는 것은 위법이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일본산 농기계 판매를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합리적 이의제기”라며 “국산 농기계 발전이란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일본산 농기계의 융자금 지원 중단은 현재 논의단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종훈 한국농업기계학회장(서울대 교수)은 “농기계 시장이 수입산에 잠식돼 가는 현상을 걱정하는 우려가 컸고, 이 우려가 이번에 불매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우리나라 농기계 엔진의 약 45%가 수입산이라는 점만 봐도 엔진을 비롯한 농기계 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하고, 이번을 계기로 정부는 농기계산업 활성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k@agrien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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