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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따로 농민 따로’ 그만…농민과 생사고락 함께하는 조직 돼야”

  • 기사승인 2019.09.10 09:31
  • 신문 3136호(2019.09.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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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갑 농특위 좋은농협위원장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 산하 3개 특별위원회 중 ‘좋은농협위원회’가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장으로 농민 출신 국회의원(17·18대)을 지낸 강기갑 전 의원이 임명되면서 농협의 정체성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요구가 실현될 수 있을지 기대를 높이고 있다. 강기갑 위원장을 만나 향후 활동 목표와 방향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자리한 농특위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지주회사 방식 신경분리
협동조합 취지와 어긋나
연합회 조직으로 가야
조합원들이 힘 갖게 돼

낙후된 선거문화 개선
조합장 검증구조로 가려면
위탁선거법 개정부터

지역-중앙회 이원화구조 개선
조합간 경쟁 등도 해결과제


▲국회의원 강기갑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요?

=국회는 제 인생 여정의 ‘파견근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의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그래도 강산이 변하기 전(10년이 되기 전)에 농사꾼으로 ‘원대복귀’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웃음) 

다시 농사꾼으로 돌아와 재미있게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매실 농장이 1만여평이 되고, 축사도 700평 정도 됩니다. 미생물을 활용한 농업에 관심이 많은데요. 매실 농사를 짓다보니 퇴비가 중요했고, 퇴비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처음에는 소를 키웠습니다. 미생물을 활용해 사료를 발효시켜 먹였는데 가스도 안 나오고 소화흡수율이 증대되니 사료효율도 높아지고 질병도 많이 예방되더군요. 그래서 미생물 발효사료 효과가 다른 가축에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궁금해서 돼지, 염소, 닭 등도 조금씩 키우고 있습니다. 미생물 농업과 관련해 국회 포럼을 만들었고, 사단법인 한국마이크로바이옴협회도 설립했고요. 농림축산식품부에도 미생물 농업의 활성화를 위한 위원회를 제안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부터 최근까지의 농정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농업·농촌·농민 문제는 전국민의 문제이고, 인류의 문제입니다. ‘보릿고개’를 겪어본 사람들은 식량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수입농산물들이 범람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농업을 귀한 줄 모르는 세상이 됐어요. 국회의원을 하면서 농업의 중요성을 국회에 역설했고, 온 몸을 날려서 의정활동을 했어요. 하지만 농업 문제가 지금도 정치적으로 굉장히 소홀히 다뤄지고, 뒤로 밀리고 외면당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농업 문제는 일반 산업과 달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농업은 사람의 힘으로만 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농정 정책이 체계화돼서 구축되고 갈수록 진화되는 흐름으로 하나의 틀로 쭉 가야 되는데, 우리의 경우 단절되고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언젠가는 식량의 위기를 겪으면 농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될 텐데, 그때 되면 생산기반이 무너지거나 없어져서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 겁니다. 수입농산물과 차별화되는 농사를 짓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농협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김대중 대통령 때 농협과 축협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국회에 진술인으로 출석해 발제도 했었습니다. 협동조합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큰 소망으로 끌어안고 활동했었죠. 물론 한국의 농업·농촌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한계가 있지만, 협동조합이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고, 위상이 바로 서면 우리 농업이 국민들의 식탁과 건강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농협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고, 피해서도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욕심’을 부리게 됐습니다.

▲협동조합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소신을 듣고 싶습니다.

=농협은 대한민국 경제계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농업·농촌·농민은 그야말로 여전히 ‘낙후산업’, ‘외진 농촌’, ‘소외된 계층’이라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힘없는 다수의 농민들을 조직으로 짜서 모으면 경쟁사회에서 역량을 갖춰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협동조합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생산에 들어간 비용과 노력이 70~80%를 차지했고, 판매유통은 20~30%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반대로 뒤집어졌어요. 수익을 내는 데 20~30%의 생산비가 들고, 가공·판매·유통이 70~80%를 차지합니다. 협동조합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그것이 전혀 안 되고 있습니다. 

또 근본적으로 농업협동조합(농협) 자체가 농민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하는 조직으로 가야 합니다. 농민이 슬플 때 농협도 같이 슬퍼하고 농민이 기쁠 때 농협도 같이 기뻐하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이런 구조가 안 되다보니 ‘농협 따로, 농민 따로’, 지역농협은 또 ‘지역조합원 따로, 지역조합 따로’ 살림살이가 함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이 부분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농협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생각도 궁금합니다.

=농민들이 힘을 모으는 협동조합 조직으로 가야 합니다. 그 조직이 연합회 조직입니다. 농협이 지주회사 방식으로 신경분리 되면서 협동조합을 만든 근본적 취지와 완전히 거꾸로 가버렸어요. 지주회사는 지주가 모든 권력을 다 가지고 있는데, 연합회 조직으로 가야 조합원들이 힘을 갖게 됩니다. 중앙회는 조직이 작아져야 합니다. 비사업적 기능과 구조로 가야 정치적 탄압을 받지 않아요. 이 힘을 모아서 농업의 제반사항들을 정치적으로 실현시키고, 지원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전체 조직을 연합조직으로 짜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농업, 생명을 지키는 농업으로 가도록 협동조합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가치와 철학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농민 대표조직인 농협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꿈 같은 얘기지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활동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역농협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농협에 대한 이념과 취지, 본질적 사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식이 높아져야 되는 것이 첫 번째 당면 과제입니다. 두 번째가 다른 선거에 비해 조합장선거가 크게 낙후돼 있어요. 자질과 능력, 또 농협에 대한 철학과 이념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 조합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위탁선거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중앙회장 선거도 직선제와 간선제, 연임과 단임 문제 등 개선할 부분들이 있습니다. 또 지역농협과 중앙회 조직이 이원화돼 있는 구조도 개선해야 합니다. 조합과 조합 간의 경쟁, 지역과 중앙회와의 출혈경쟁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임기 1년 동안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려고 합니다. 긴 개울을 건널 때 놓는 ‘다릿돌’이 100개 필요하다면, 임기 동안 10개라도 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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