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제주 월동무 10~15일 늦어져
일부 약세 맞물려 파종 포기도
출하시기까지 몰릴까 걱정

더위에 강한 종자 심었지만
지난해보다 폭염일수 줄어
고랭지지역 어려움 가중


늦여름과 초가을 잦았던 비와 덥지 않았던 여름철 날씨로 월동무 파종이 지연되는 등 주요 채소류 생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심어야 할 곳에선 파종·정식이 지연되고 있고, 출하해야 할 곳에선 상품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한창 월동채소 파종·정식에 들어갔을 남부권에선 8월 말 이후 계속되고 있는 잦은 비 영향으로 일정이 늦춰지면서 한 시기에 파종·정식이 몰리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월동채소이자 제주 지역에서 대부분 재배되는 월동무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예년 같으면 8월 말에서 9월 초면 월동무 정식에 들어갔지만 올해엔 태풍과 잦은 비 등 변덕스러운 초가을 날씨로 인해 추석을 보낸 9월 중순경부터 파종이 진행되고 있다. 또 일부에선 지속되고 있는 무 가격 약세와 맞물려 파종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김두형 한국농업경영인 제주시구좌읍회장(무·당근 재배)은 “8월 말에서 9월 초면 월동무 파종에 들어가야 하는데 올해엔 태풍 등의 영향으로 이제야(16일) 파종을 하고 있다. 일부에선 (가격 약세 속에) 일정 조율도 어려워 파종을 포기하는 농가도 생겨나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제주 지역 월동무 파종이 10일에서 15일 정도 늦어지고 있어 초겨울부터 나와야 할 초도 물량이 제대로 생산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파종과 정식이 한 시기에 집중되면서 이 여파가 출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도 우려되고 있다. 시점에 따라 물량이 없거나, 홍수 출하가 이뤄지는 등 출하량이 들쑥날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진 가락시장 한국청과 상무이사는 “특히 겨울철 출하될 물량의 주산지인 제주도와 남부권에 비가 많이 오면서 무와 양배추 등 월동채소 파종이 늦어지고 있다. 산지에서 파종이나 정식이 10일 늦어지면 출하기에는 한 달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출하기에 물량이 몰리거나 급감하는 등 널뛰기 출하가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고랭지배추와 무, 양배추 등 현재 출하되고 있는 고랭지 작형의 본격적 생육기였던 여름철에 덥지 않았던 날씨도 문제였다. 기상청이 이달 초 발표한 ‘2019년 여름철 기상특성’에 따르면 올 여름 폭염 일수는 13.3일, 열대야 일수는 10.5일로 지난해보다 각각 41%, 59%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올 여름 폭염은 지난해와 달리 경상도와 남부지방에서 주로 나타났다. 이에 고랭지가 주로 위치한 강원권은 작년보다 더위가 상당히 덜했던 것으로 파악되며, 여름철 생육기를 보낸 고랭지 지역에선 종자 선택부터 엇박자가 났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김기영 가락시장 대아청과 상무이사는 “여름철 생육기를 보내야 할 배추, 무 등의 고랭지 물량은 종자 선택부터 어긋났다. 지난해 기록적인 폭염에다, 올해에도 여름에 들어가기 전엔 지난해 못지않은 폭염이 올 것이란 예보가 있어 더위에 강한 종자를 심은 곳이 많았다”며 “날씨는 덥지 않고 비는 잦다보니 생육 지연 및 바이러스 발생 등 양은 많아도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아 산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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