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조금이라도 냈으면 제외”
여야 간사간 회의서 조정
재계 2~5위 기업들은 빠져

“1억~2억원만 내면 되나”
출연규모 고려 안돼 도마위
‘생색내기 출연 될라’ 우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 농해수위)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농어촌상생기금) 조성 부진과 관련 국정감사에 대기업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 간사 간 회의에서 기금 실적이 일부라도 있는 대기업들은 제외하자며 애초 증인출석 규모를 축소 조정해 ‘면죄부’ 비판이 일고 있다.

농해수위는 9월 24일 전체회의에서 ‘2019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농어촌상생기금에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 5곳의 관계자들을 10월 18일 열리는 종합감사에 부른다. 증인 명단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최선목 한화그룹 사장, 홍순기 GS 사장, 이갑수 이마트 사장 등 5명. 지난해 농해수위 국감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차, SK, LG전자, 롯데 등 5개 대기업의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전체회의보다 앞서 열린 여야 간사 회의에서 증인 출석 규모가 대폭 축소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간사는 기업 규모 1~15위 그룹 총수와 경제 5개 단체장 등 18명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지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경대수 자유한국당 간사가 “일부라도 기금 참여 실적이 있는 대기업과 그룹총수는 증인 출석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을 내놔 대기업 사장 5명을 출석 요구하는 정도로 축소 조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대기업들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농해수위 의원실 관계자는 “간사 회의에서 출연 실적이 1번이라도 있는 대기업은 증인 명단에서 빼자고 얘기가 나왔다. 그룹 총수도 모두 빼자고 했다. 재계 2~5위 대기업들이 빠졌다”며 “농어촌상생기금 조성 목표가 매년 1000억원씩인데, 이번 결정은 ‘1억~2억원이라도 내기만 하면 국감에 부르지 않겠다,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FTA로 올리는 막대한 수익에 비해 적은 금액으로 ‘면죄부‘를 받은 것이란 얘기다. 올해(8월 기준) 민간 기업 출연은 12개 업체가 참여해 15억850만원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산술적으로, 대기업 1곳당 평균 1억~2억원 정도 낸 셈. 농어촌상생기금은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2017년 시행 이후 민간 기업의 기금 출연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증인 출석 협의 과정에서 ‘축소 조정’ 의견을 낸 박완주·경대수 간사 등은 농어촌상생기금 탄생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부분이 있어 더 큰 비판이 나온다. 

농어촌상생기금은 2015년 11월 30일 한·중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의 합의사항이다. 여야정 합의 당시 두 의원은 한·중FTA 관련 논의가 활발했던 19대 국회 농해수위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통위)에 있었다. 경대수 자유한국당 간사는 당시 새누리당 소속으로 농해수위 위원(2013.03~2016.05)이었고,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산통위 위원(2013.04~2016.05)이었다. 현재 농해수위원장인 황주홍 의원도 새정연 소속으로 농해수위 위원(2013.04~2016.05)으로 있었다.

박완주·경대수 의원의 경우 2016년 6월 농어촌상생기금 도입 근거를 담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개호 대표발의·홍문표 대표발의 2건)에 각각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현재 농해수위 위원 중 농어촌상생기금 도입 배경과 농업계의 요구사항을 잘 파악하고 있고, 그만큼 기금 조성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민간 기업들의 FTA 수혜금액에 따른 기금 출연 규모가 고려돼야 하는데, 단순히 기금 출연 여부에 의미를 두고 증인 채택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 다음에도 ‘생색내기’ 출연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중FTA 비준안 처리 당시 한농연 등 농업계는 조세 방식의 무역이득공유제를 요구했지만,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한 기금 조성 방식체계인 농어촌상생기금 도입으로 대체해 2017년 1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기금 출연 근거만 담아 대기업이 기금 참여에 소극적이다 못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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