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한계성 뛰어 넘는 ‘커뮤니티 농업’

쓰타야 에이치 지음,
전찬익 옮김, 한국학술정보.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국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늘어나도 농가소득은 비례해서 늘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농업의 한계성 때문이다. 첫째로, 농산물은 ‘수요의 소득탄력성’이 낮다. 공산품은 국민의 1인당 소득이 늘면 소비도 늘어나는데, 농산물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득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작아진다.

둘째로, 농산물은 ‘수요의 가격탄력성’도 낮다. 가격이 낮아져도 수요가 그만큼 늘지는 않는다. 기술 발전으로 수확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하락한다. 기술 진보의 혜택은 소비자에게 주로 돌아가고, 농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때문에 농업은 그 나라의 경제성장과 농업기술의 발달, 이 두 가지의 희생양이 되어 왔다. 이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농업은 현재 ‘최후의 5년’이란 말이 나돈다. 농가의 고령화, 농산물 가격 하락, 농업소득 감소, 영농후계자확보 문제가 심각해서다. 여기에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비롯한 농산물 시장 자유화, 성장지향, 신자유주의로 치닫는 ‘아베노믹스’ 등으로 농업이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다. 본래 토지, 자연, 환경, 지역사회의 일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농업은 이제 유통의 광역화, 무역자유화, 농업의 시설화 등 자본 논리의 침투에 따라 그 일체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 책 ‘지역으로부터의 농업 르네상스’(쓰타야 에이치 저, 전찬익 옮김, 한국학술정보 간)는 이런 농업의 한계성을 넘어 관계성, 지속성, 순환성을 회복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일본 협동조합 금융의 중앙은행격인 ‘농림중앙금고’에서 시작해 ‘농림중앙금고 총합연구소’에서 일하며 협동조합과 농업을 연구해 온 ‘쓰타야 에이치’는 위기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커뮤니티 농업’에 주목한다.

커뮤니티 농업이란 “생산자와 소비자(또는 지역 주민), 도시와 농촌과의 관계성을 살려 전개되는 농업의 통합적 개념”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생산자 소비자 제휴, 지산지소, 안전·안심, 유기농, 지역영농 플랜, 지역순환형 농업, 도시농업, 재생산, 식문화, 그린투어리즘이다. 이것을 32개 사례로 쉽게 소개한다. 나아가 농업과 농산물의 가치를 인식하는 ‘자각적 소비자’를 육성하고, 도시 농촌 교류를 심화시켜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시민개농(皆農), 국민개농을 주장한다. 현재 일본 농협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농협과 조합원간의 거리, 준조합원이 과반이 넘는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커뮤니티 농업은 생산자, 조합원이 주역으로 농협이 주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이 책을 번역한 역자 전찬익(경제학 박사)은 “우리나라도 농업의 내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무진 애를 썼지만,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도농 간의 소득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책입안자, 농협 임직원, 농민, 국민들이 같이 읽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박사는 강원도 정선 출신으로 동국대학교를 나와 농협중앙회 조사역, 농협조사연구소 농정연구본부장을 지냈다. 그는 2013년에도 쓰타야 에이치의 ‘협동조합 시대와 농협의 역할’을 옮긴 바 있다. 

이상길 농정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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