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김경욱 기자]

롯데마트, 새 상품 내놓으면서
과학적 근거 없이 마케팅
본격 콩 수확기 앞두고
농가 “국산 폄훼 도넘어” 분통
대기업 직접 해외 재배도 논란


콩 재배 농가들이 콩 수확을 목전에 둔 시점에 국내 한 대형마트가 국산 콩과 국산 두부 가치를 깎아내렸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논타작물 재배사업 확대로 콩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이 해외에서 직접 콩을 재배해 들여와 농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일 러시아 연해주에서 재배한 콩으로 만든 연해주 콩 두부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두부의 주재료가 된 콩은 연해주 농장을 인수한 롯데상사가 직접 재배해 국내로 들여왔다. 

농가들은 롯데마트가 이 연해주 콩 두부의 마케팅 전략으로 국산 콩 가치를 떨어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연해주 콩 두부를 소개하며 ‘국산 콩의 가격 인상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콩 두부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힌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연해주 콩 두부가 국내산 두부에 비해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국산 콩 두부를 공격해 문제가 되고 있다.

콩 수확기를 앞두고 이 소식을 접한 농가들은 롯데 측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연해주 콩이 국산 콩보다 좋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고, 오히려 연해주지역이 기온이 낮아 콩 품질과 가공적성이 떨어져 이미 일부 업체에선 연해주 콩 사용을 시도하려다 중단하는 등 연해주 콩이 국내산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롯데상사가 연해주에서 직접 콩을 재배해 국내에 수입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정부의 논타작물 재배사업 등의 일환으로 올해 콩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7.8% 증가한 5만4573ha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관심에 농가들이 호응하며 콩 재배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기업이 해외에서 콩을 재배해 들여와 정부 정책에 맞췄다가는 되레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농가들의 불안이 쌓이고 있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재배면적이 증가했고, 연이은 태풍으로 힘겨운 상황에 콩 수확기도 다가오고 있는데 국산 콩을 폄훼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문제가 있다. 더욱이 연해주 콩은 척박한 환경으로 우리보다 품질이 떨어지고, 이에 주요 두부업체에서도 연해주 콩 두부 제조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와 발맞춰 주요 작물인 콩 재배를 늘리고, 국산 콩 산업을 발전시켜나가려는 시점에 해외에서 콩을 재배해 들여오고 국산 콩을 평가 절하하는 등 국산 콩 산업을 죽이는 대기업의 행태는 지탄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해외 재배 단계에서부터 관리, 수입해 경기 불황 속에 안전하고 저렴한 좋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취지였다. 국산 콩 재배 농가를 자극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롯데마트에선 국산 잡곡 등 국산품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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