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농가·생산자 단체 등 논의 없이
농식품부, 강력 방역조치 내놔

살처분·생계비 지원 한다지만 
보상 규모·재입식 시기 불분명
“생존 걸린 문제” 반발 움직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시군의 방역대(발생 농장 10km 이내) 이외 지역 및 역학 관련 양돈장의 돼지 출하를 허용하면서 출하 제한으로 피해를 우려했던 농가들이 다소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발생에 농식품부가 파주·김포·연천 지역 돼지에 대한 수매 및 살처분을 결정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질병 발생 농장이 속해 있는 시군은 30일, 그 외 지역 역학 관련 농장은 3주 동안 돼지 출하를 제한해 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지역 농가들과 역학 관련 농장들은 정부의 이 같은 차단 방역 조치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체중 등 출하 제한에 의한 피해를 우려했다. 농식품부가 이러한 현장 상황을 감안해 지난 1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시군의 방역대 밖 농장 및 역학 관련 이동제한 농장의 돼지에 한해 도축장 출하를 허용하면서 농가에서는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파주·김포 지역에 추가적으로 발생하자 농식품부가 보다 강력한 방역조치로 농가·생산자 단체와 논의 없이 파주·김포·연천군(연천은 10km 이내 방역대만 해당) 내 돼지의 수매와 살처분을 결정하면서 해당 지역 양돈 농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선 농식품부 방침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수매에 불응하거나 수매기준(생체중 90kg 이상 비육돈)에 부합하지 않는 돼지는 예방적 살처분 처리하고, 살처분 보상금(시세의 20~100%)을 지급할 계획이다. 또 생계안정을 위해 재입식 기간까지 ‘생계안정자금’을 최장 6개월 동안 지급할 방침이다.

그러나 양돈 농가 입장에선 살처분 보상액 규모가 불분명한데다, 재입식이 언제 가능하게 될지 가늠하기 힘든 만큼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수매 및 살처분 대상지역의 한 양돈 농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도 중요하지만 농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한 마디 상의 없이 정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입식 허용 기간이 길어질 경우 발생하는 농가 피해는 정부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되물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에는 질병 발생농장 기준, 이동제한 해제일부터 40일이 경과하고, 60일간의 입식시험에서 이상이 없으면 입식을 허용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인근지역 농장의 항원·항체 검출을 이유로 입식 제한기간을 더 길게 가져갈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해외 사례를 보면 잔존 바이러스로 인해 재입식까지 1년을 넘긴 사례가 상당하다. 중국은 이런 상황을 감안, 살처분 참여 농가의 빠른 사육 재개와 농장 운영 정상화를 위해 자금 및 정책 지원, 금융 혜택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활동 중인 양돈 전문가들은 “농가에서는 여러 대금 지급 등 농장 운영과 연계된 부분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재입식 보장 등 정부 수매 및 살처분 참여 농가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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