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여주 염하나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경기 여주시 금사면에서 조롱박과 호박 등의 박과채소를 재배하고, 이를 재료로 한 공예품 체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염하나 요죠팩토리 대표.

‘박과채소 공예’ 도전
초등학생 등 체험교실 열어
청년농 만남의 장 되기도

농촌에 사람 오게 하려면
의료시설 등 확충 급선무
청년농 지원정책도
더 세심하게 이뤄져야


“농촌에 거주하는 농업인들은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서울 등의 대도시까지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화적 소외감이 커요. 그래서 농촌에 농업인들이 예술을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꿈입니다.”

경기 여주시 금사면에 위치한 요죠팩토리(YOJYO FACTORY)에 방문했을 땐 해골모양으로 파낸 호박과 표면에 멋진 무늬가 새겨진 조롱박이 이곳저곳에 전시돼 있었다. 멋진 공예품으로 가득 찬 이곳은 동아박과 조롱박, 호박 등의 박과채소를 재배하고, 이것을 주재료로 한 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농장이다.

요죠팩토리의 대표인 염하나(35) 씨는 농업·농촌과 거리가 멀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학에서 디자인과 공예를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2012년에 염 대표의 아버지가 귀농을 희망했고, 도와드리기 위해 귀농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함께 여주시 전동면에서 초석잠과 아피오스 등의 특용작물을 재배했다. 농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고 자본과 경험도 없는 초보 농사꾼인 까닭에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밭에 나가 일을 했다.

염하나 씨는 농사를 지을수록 농업에 애정이 커졌다. 애정이 생긴 농업에 자신이 가진 재능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고심한 끝에 ‘박과채소 공예’에 도전하게 됐다. 지난 2018년에 여주시 금사면에 ‘농업에 예술을 더하다’라는 슬로건아래 박과채소 재배 농장 1만3223m2(4000평)과 체험농장 3305m2(1000평) 등 총 1만6528m2(5000평) 규모의 농장을 열었다. 이제 2년차인 염하나 씨의 요조팩토리는 체험프로그램을 정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기적으로 초등학생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체험을 사전에 신청 받고 진행했다. 체험은 1회에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저렴한 프로그램과 숙련자들을 위한 5만원에서 10만원의 고급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관련 염하나 씨는 “작년과 올해에 비정기적으로 박과채소 공예 체험 교실을 열어 수업을 진행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면서 “연말까지 수업을 진행한 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내년부터는 정기적인 공예 강좌를 운영할 계획인데 지역민이나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염하나 요죠팩토리 대표가 조롱박과 호박 등의 박과채소를 재료로 만든 공예품.


요죠팩토리는 공예 수업 이외에도 배움과 만남의 장으로 이용된다. 다른 재능을 가진 청년농업인이 수업을 진행할 곳이 마땅치 않을 경우 요죠팩토리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요죠팩토리에서 할로윈 파티를 열어 지역의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참여해 서로 교류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염하나 씨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할로윈 축제’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며 서울의 이태원이나 홍대 등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농촌에 거주하는 청년농업인들은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할로윈 축제에 많이 쓰이는 해골 호박 장식을 함께 만들고 즐기면서 교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라는 반응이 많아 올해에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염하나 씨는 평생을 도시에서 거주하다 농촌으로 와서 보니 불편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고 느꼈다. 도시에선 당연하게 여기고 누렸던 것들이 농촌에서는 한없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의료 서비스’였다. 도시에서는 흔했던 병원이 농촌에서는 차를 타고 20~30분을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와 관련 염하나 씨는 “농촌에서는 병원이 부족하고 또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 정기검진이나 물리치료 등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그날 반나절 농사는 포기하고 가야 한다”면서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농촌 지역에 대책 없이 인구를 유입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 병원 같은 가장 기본적인 의료시설을 먼저 확충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외에도 최근 정부가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청년창업농 사업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청년창업농 사업이 지역 내 청년농업인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염하나 씨에 따르면 현재 문제는 정부가 승계농이나 창업농 등의 구분 없이 ‘청년창업농’이라는 이름 아래 지원을 하다 보니 서로가 먼저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경쟁이 과열되고, 더 나아가 지역의 기존 청년농업인들과 귀농한 청년농업인들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염하나 씨는 정부가 청년농업인의 농업 형태에 따라 각각 기준을 설정해 별도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염하나 씨는 “똑같은 청년농업인이더라도 승계농과 창업농 등 다양한 농업형태로 나뉘는데 이들에 대한 구분 없이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경쟁을 유발시키고 결국 갈등으로 번지게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정부가 청년창업농 사업을 펼칠 때 승계농과 창업농으로 구분해 각각 지원 사업을 펼쳐야 지역 내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고, 또 형평성도 맞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농촌으로의 인구 유입을 위해 청년창업농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인구유입이 됐다 해서 끝이 아니다”라며 “유입된 사람들이 농촌에 잘 정착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나 복지, 도로 등의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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