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ASF 중점관리지역 농가들
3~4주간 출하 못하고 정체
경기북부 과체중 3만3000마리
“농가 망가졌는데 질병 잡아 뭐해”

수매·살처분 농가 재입식 등 거쳐
최소 12개월 이후 첫 출하 가능
생계자금 6개월 지급은 태부족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지역 및 인근 지역 농가들이 강도 높은 차단 방역과 이로 인한 출하지연·살처분 등 사육 중인 돼지를 정상적으로 출하하지 못해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미흡해 양돈 농가들이 이동제한 자돈·과체중 돼지에 대한 수매와 입식 지연 보상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연천·김포, 인천 강화에서 연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농가가 나타나면서 중앙 정부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강도 높은 차단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파주·연천·김포·포천·동두천·철원의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에 대해서는 돼지반출금지 기간 연장 등 한층 강화한 차단 방역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이어지면서 중점관리지역 양돈 농가들의 출하지연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 농가들은 자돈 이동금지, 과체중으로 인한 손실이 상당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포천의 한 양돈 농가는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농가는 다 망가졌는데 질병만 잡으면 뭐하겠느냐”며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이동 및 출하제한 농가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가 나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돈협회는 자돈 이동제한으로 인한 피해 농가에 대해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이후 계속된 이동제한과 농장의 돼지가 3~4주 동안 정체돼 있는 상황, 중점관리지역 밖으로 이동할 수 없는 여건 등을 고려해 자돈의 도태 수매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경기북부 5개 시군 양돈 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 가운데 3만3000마리 정도가 과체중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과체중 돼지 수매도 요구했다. 과체중 돼지는 대부분 생체중 130kg 이상으로, 육가공업체는 규격에 적합하지 않다며 인수를 거부하고, 도축장에선 도축시설에 맞지 않아 시설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인수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한편, 농식품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차단을 위해 수매·살처분을 결정한 파주·김포·연천 지역 농가들은 돼지 정상 입식 지연 기간에 대한 손실 보상 체계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빠르게 재입식을 하더라도 돼지 생육 기간을 감안하면 최소 12개월 이후 첫 출하가 가능한데도 정부의 보상금 책정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외국 사례를 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환경 적응력이 강해 바이러스 완전 박멸 후 재입식까지 2년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하는 생계안정자금은 월 최대 337만5000원씩, 최장 6개월 동안 지급하는 것이 전부다. 9일 기준, 수매·살처분 대상 94개 농장 가운데 90개 농장이 수매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로, 농식품부는 수매가 이뤄지지 않은 돼지에 대해서는 모두 살처분 한다는 방침이다.

한돈협회는 수매·살처분 참여 농가는 재입식까지 실질적인 폐업에 준하는 피해가 발생한다면서 농식품부가 AI 발생으로 살처분 조치한 농가 가운데 정상입식 지연 농가에 지원하는 소득안정자금 산출 방식을 돼지 수매·살처분 참여 농가에도 적용해 ‘정상입식 지연농가 보상금’을 최대 2년 동안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정상입식 지연 농가 보상금 산출 방식은 ‘미입식 마릿수(후보돈)×마리당 소득 80%×입식제한기간’으로, 마리당 소득은 ‘후보돈 마리당 출하두수(MSY)×비육돈 마리당 소득’을 기준으로 적용했다.

한돈협회는 정치권에도 입식 지연농가 보상금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며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요청하고 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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