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태풍피해 큰 반면 아산은 생육상태 양호

[한국농어민신문 김관태 기자]

▲ 배추 주산지 점검에 나선 대아청과 오현석, 김명배 팀장과 안원천 소장(사진 왼쪽부터)이 충남 아산의 배추밭 작황을 점검하고 있다.

▶해남지역은 초토화
수확량 재배면적 절반 수준
절임배추·김치 공장 등
물량 확보 움직임 분주

▶중부권 작황에 한숨 돌려
수도권 공급물량은 숨통
한 망당 상품 7000~8000원 
특품은 1만원 내외 전망


올해 농사는 기후에 따른 작황 변화로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반기에는 양호한 기후 조건으로 생산량이 증가해 주요 농산물 가격이 하락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가을 태풍이 세 번이나 한반도를 덮치면서 농가에 큰 피해를 안겼다. 이에 본보는 배추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집중적으로 출하되는 주요 작물에 대한 긴급 점검을 통해 향수 수급 전망과 현장 표정을 살핀다. 그 첫 번째로 본보는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와 함께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과 충남 아산을 찾았다.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은 9~10월 제13호 태풍 ‘링링’, 17호 태풍 ‘타파’, 18호 태풍 ‘미탁’을 잇따라 겪으면서 정상적인 밭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피해를 입은 상태다. 특히 8월 하순경 정식해 김장용으로 출하하려던 가을배추 피해가 커 농민들이 망연자실해 있다. 이에 절임배추와 김치 가공공장에서도 배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

이렇다 보니 올해는 농가는 물론 산지유통인 모두 돈을 벌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전남 해남군 화원면에서 2만3000㎡(약 7000평) 배추 농사를 지으며, 산지유통도 겸 하는 정민호 씨는 “농가와 1000평을 거래했는데 자연재해로 500평 밖에 수확하지 못할 경우, 농가는 1000평 값을 다 받지 못하고, 상인도 수확한 500평 값만 줄 수 없어 더 얹어 줘야 한다”며 “여기에 태풍으로 관리비용은 더 들어가니 배춧값이 오른다 해도 농가와 상인 모두 손해다”고 말했다.

이 지역 농민과 산지유통인들에 따르면 해남 가을배추의 경우 감모까지 고려할 때 재배면적 중 50% 정도는 수확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인근 보성이나 벌교 등에 절임배추용으로 나갈 물량이 없고, 오히려 타지에서 배추를 들여와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김장 시즌이다. 벌써부터 ‘김장 물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일부 언론에선 ‘김장 대란’, ‘배춧값 폭등’과 같은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평균가격(10kg그물망·상품)은 1만3496원으로, 평년가격인 6596원보다 2배 가량 뛴 상태다. 하지만 이는 지금 시기 시장으로 들어오는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잇따른 가을 태풍과 잦은 비로 출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 다만 김장철에 들어서면 전남 해남의 태풍 피해에도 불구, 중부지역 배추 작황이 나쁘지 않아 김장철 배춧값 폭등은 없을 것으로 유통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부권 배추 주산지 중 하나인 충남 아산시 배방읍 지역은 지난해 130만㎡(약 40만평)에서 가을배추가 생산됐는데, 올해는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2~13% 줄었지만 생육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역에서 배추 밭을 관리하는 안원천 소장은 “태풍 때 한 시간정도 바람이 쌔게 불었는데 뿌리발근제와 영양제를 많이 주면서 관리해 대부분 정상적으로 회복됐다”며 “지금 상태로 보면 약 10% 정도 감모가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 정도면 피해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 대아청과 오현석 영업2팀장은 “다행스럽게도 중부권 배추 작황이 나쁘지 않아 김장철 수도권 공급 물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본다”며 “해남 가을배추가 망가져 한 망당(10kg) 특품 도매가를 1만5000원 이상 보는 사람도 많은데, 큰 변수가 없다면 상품은 7000~8000원 수준, 특품은 1만원 내외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유통전문가들은 김장철 배춧값이 크게 오를 경우 김장이 수요가 줄면서 고춧가루와 마늘, 양파 등 양념채소류 가격은 물론 김치 수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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