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주말에 TV 채널을 돌리다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라는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었다. 대한민국 아이 돌봄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목적인 이 프로그램에서는 육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일 것 같은 남성 연예인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맞벌이 가정 아이들의 등·하원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프로그램을 보면 볼수록 이질감과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촬영의 대부분이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진행되는데 보육시설이나 학원 등이 농촌에 비해 풍족해 선명한 대비가 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난 청년여성농업인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이 청년여성농업인은 도시에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을 하다 농업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농촌에 내려왔다. 오직 ‘농업으로 성공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온 힘을 다해 농사를 지었고 그 결과 이제는 어느정도 정상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삶’이 문제였다. 결혼을 했지만 농촌 지역에 턱없이 부족한 의료시설과 보육원 때문에 출산이 꺼려진다는 말을 했다. 특히 가장 문제점으로 꼽는 건 산부인과의 부재였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157개 시·군 중 30곳이 ‘출산 인프라 붕괴 지역’으로 나타났다. 출산 인프라 붕괴지역이란 자동차로 1시간 거리 내에 분만시설이 있는 병원이 없는 곳으로, 강원 인제와 화천, 경북 봉화와 영양, 경남 합천과 의령, 전남 장흥과 보성, 전북 진안과 장수 등 대부분 농촌 지역이다.

보육원의 부재도 출산의 큰 걸림돌이 된다. 면이나 리 단위에선 보육원을 찾아볼 수 없고. 군까지 나가야 한다. 그나마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성농업인센터 자체적으로 아이들을 돌보지만 여성농업인센터 사업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 사업으로 이양되며 인력과 예산 문제가 발생해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나 농림축산식품부 등 중앙정부에서도 농촌의 돌봄 관련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소관과 예산 편성의 문제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청년여성농업인들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되고, 더 나아가 농업에 대한 큰 꿈을 안고 내려온 농촌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떠난다. 이들이 말하는 문제점과 해결책은 명확하다. 지자체가 인원이 유입된 후 의료·복지 기반시설을 세우는 사업 형태에서 반대로 기반시설을 먼저 확충하고 인원 유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조건 인원 유입에 치중할 것이 아닌, 유입된 인원이 정착하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위한 농촌은 없다’는 계속될 것이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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