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연구센터 창립 26주년 심포지엄 ‘자치와 분권 시대 농정’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기자]

▲ (사)농정연구센터는 지난 10일 서울 aT센터에서 ‘자치와 분권 시대의 농정을 말한다’를 주제로 창립 26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지방소비세 증액, 수도권 유리 반면
국가사무 이양은 농촌지역에 집중
지방재정 불균형 오히려 심화 가능성

내년 7737억 규모 농정사업 이양
지역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도
농업투자 축소 없도록 대응 필요

획일적 지침 따른 공모 방식 탓
지방농정 컨설팅업체 외주화 초래
국가보조사업 추진체계 개편해야

각종 위원회 운영 ‘형식적 협치’ 전락
실행력 담보할 ‘실무지원조직’ 절실


정부가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단계적 재정분권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지방으로 이양될 예정인 농정사업의 규모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방소비세율 확대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방식이어서, 인구가 적고 낙후된 농촌지역 지자체의 재정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농업분야 투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지방이양 농정사업의 투자 규모가 일정수준 유지될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하며, 향후 과도한 농정사업의 지방이양보다는 지역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고보조사업 추진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치와 분권 시대의 농정을 말한다’를 주제로 10일 오후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농정연구센터(이사장 황수철) 창립 26주년 심포지엄에서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재정분권이 낮은 수준에서 농정사업이 과도하게 지방으로 이양될 경우 농업부문 재정 지원의 감소만 가져올 우려가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농정사업 지방이양의 문제점=문재인 정부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약 3조5000억 규모의 중앙정부 균특회계사업을 지방정부로 이양한다. 이중 농정사업에서는 일반농산어촌사업 등 7737억원 규모가 이양될 예정이다.

현 정부의 지방 분권은 재정 분권을 강력히 추진한다는 점에서 종래의 지방분권과 큰 차이를 보인다. 재정 분권은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인데, 1단계에서 지방소비세율을 2019년까지 15%, 2020년에 21%로 높여 2년간 11조7000억원을 지방세로 확충할 예정이다. 다만 이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분과 지역에 이양될 3조5000억 규모의 균특회계사업은 따로 보전하지 않음으로써, 1단계(2019년, 2020년)에 발생할 지방재정의 순증 효과는 6조6000억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 분권을 통해 지방 재정이 집중적으로 확충되는 지역은 지방세를 많이 걷을 수 있는 수도권 지역인 반면, 일반농산어촌사업 등 균특회계사업의 이양은 농촌지역 중심으로 추진돼 재정 분권과 사업 이양 규모에서 불일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재정 이양 없이 농정사업의 지방이양만 이뤄지는 결과로, 지역에서 농정사업 규모가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우려는 또 다른 토론자인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 원장에게서도 나왔다. 그는 “중앙정부가 걷는 부가가치세의 세원을 기준으로 지방정부에 배분하는 방식의 재정분권은, 수도권-비수도권(농촌)간 재정력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며, 이 상황에서 농업분야 보조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은 ‘수도권 재원 이양-비수도권 사무 이양’으로 재정 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국세:지방세 비율 8:2→7:3 구호에 의한 재정분권을 멈추거나, 강력한 수평적 이전재원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농업·농촌은 지방공공재가 아니라 국가적 공공재인 만큼 중앙정부가 걷은 세금을 바탕으로 국고보조사업의 포괄보조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성군청에서 온 권봉관 친환경농정발전기획단 전문위원은 “마을만들기 등 농촌관련 지방이양과 관련해 여러 지자체 실무진 사이에서 예산의 지속적인 확보가 가능할 것인지 적지 않은 염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자체장의 의지와 지방의회의 협조 없이는 마을만들기 등의 사업이 후순위로 밀려 존치여부가 불확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치분권에 역행할 수 있다는 염려에도 불구하고, 농촌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고보조사업 추진체계 개선 시급=이날 참석자들은 실질적인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현 국고보조사업의 추진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국고보조사업이 획일적인 사업지침에 따라 공모방식으로 추진·집행되면서 지방농정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봉관 전문위원은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인해 시군 단위 지자체에서 공무원이 달성해야 할 제일의 성과 중 하나가 공모사업의 확보”라면서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컨설팅업체에 의존해 각종 사업계획서를 단기간에 만들다보니 지역의 사정이나 농민들의 요구가 반영되기 어렵고, 이같은 지방농정의 외주화로 인해 지자체의 지방농정 기획능력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황의식 부원장은 “정부가 국가보조사업의 추진지침을 자세히 규정하면서 지역의 창의성 저하는 물론 지역 여건에 맞지 않는 사업을 추진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부는 큰 범위의 어젠다만 설정해 제시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역여건에 따라 세부 사업계획을 수립, 연차적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형은 지역활성화센터 대표는 “재정자립도가 15% 미만이고 농업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한 군단위 지자체의 현실을 감안할 때 농정사업의 지방이양보다 국고보조사업의 추진체계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농정사업에 지방의 창의성, 자율성, 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지침에서 벗어나 설계단계부터 지방이 책임성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역농정 거버넌스 구축방안은=유정규 의성군 이웃사촌지원센터 센터장은 자치와 분권의 방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력 나누기가 아니라, 관과 민의 권력 나누기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방자치에서 주민자치, 생활자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각종 위원회 방식의 거버넌스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단순한 심의기구, 협의기구에 불과한 각종 위원회 운영은 결과는 없고 과정만 요란한 형식적인 협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전문가 2~3명과 행정공무원 1~2명으로 구성되는 상근조직인 실무지원조직을 구성해, 비상근조직인 위원회의 운영을 뒷받침해 실행력까지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훈규 경남 농어업특별위원회 농정혁신분과위원장도 “여전히 행정관료들이 바라보는 협치의 의미는 소위 명망가 중심의 농민, 주민들을 위촉해 각종 심의회와 위원회에 참석시키는 형식에 머물러 있다”면서 “다양한 자치의 영역에서 협치를 기획하고 도모할 수 있는 정책력과 실무력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발굴하고 유입할 것인지가 현장에서는 가장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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