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소비 위축에 돼지가격 폭락
방역 동참 농가 ‘큰 손실’
구제역은 별도 기준 적용
“최소 구제역 수준은 돼야”


“방역정책을 따르기 위해 살처분한 농가들이 죽게 생겼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경기도 김포시에서 돼지를 사육하다 정부의 수매·살처분 정책에 참여한 한 양돈 농가의 하소연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한 정부 방역정책에 동참한 농가들이 애써 키운 돼지를 땅에 묻고도 큰 손실을 입게 될 상황에 놓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살처분 보상금 지급 규정에 살처분 ‘당일’의 평균 시세를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질병 발생으로 폭락한 가격을 보상금으로 수령하게 됐기 때문이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의 ‘살처분 보상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돼지의 경우 ‘도매시장 지육 경매가격 중 살처분 당일의 탕박돈 전국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질병 발생 상황에는 전국적인 이동중지 명령과 해제가 반복되고, 그럴 때마다 돼지가 일시에 쏟아져 나오는데다,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도매가격이 폭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돼지를 농가가 원하는 도축장에 출하할 수 없어 도매시장 반입량이 늘어나는 것도 가격 하락의 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상황에서도 초기에는 추석연휴와 이동중지 명령이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도매가격이 kg당 6000원대까지 상승했으나, 이동중지 명령 해제 이후에는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도매가격이 4000원 밑으로 내려가 최근에는 3000원 수준도 위협받고 있다. 결국 이번 살처분 참여 농가들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상황에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도매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을 받게 돼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4건을 제외하고는 10월 이후 발생했고, 정부 수매·살처분 조치도 이번 달 내려진 조치다.

구제역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별도의 보상금 지급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일 전월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살처분 보상금을 지급하되, 전년 동월 평균 시세와 비교해 ±15% 범위를 넘어가는 경우 질병 발생 직전 3개월 평균 시세를 적용하는 것. 이 기준대로라면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농가들은 최소 지육 kg당 4300원 이상은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양돈 업계에선 최소한 구제역 수준 이상의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양돈농가는 “살처분 하는 것은 마찬가진데 구제역 수준의 보상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누가 정부 정책을 따라가겠느냐”며 “방역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라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농가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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