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18일 열린 농림축산품부 국정감사에서 김현수 장관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사태, WTO개도국 지위 유지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가 18일 실시한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 기관 국정감사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애초 2일 열릴 예정이었던 농식품부 국감이 ASF 초기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연기 요청으로 취소돼 이날 종합감사로 대체된 만큼 현재 진행상황을 비롯해 발생원인, 정부의 대응 행태, 향후 확산 방지 대책 등에 대한 질의가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공익형직불제 도입, WTO 개도국 지위 유지 등 주요 농업 현안도 다뤄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번식기 하루 100km 이상 이동
관리 못하면 금방 퍼져나갈 것
환경·국방·농림 단일체계 갖춰야

북한 유입 가능성 고려하지 않은
안일한 인식 탓 대처 미흡 질타
10월 15일에야 포획팀 꾸려 ‘늑장’

돼지가격 떨어져도 시가 보상
이전 시세로 ‘현실화’ 요구도


▲“북한 야생멧돼지서 감염”=발생원인을 두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ASF 바이러스의 북한 유입 가능성을 크게 봤다. 경기 북부를 시작으로 ASF가 발병했고, 최근 민통선과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의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이같이 강하게 주장했다.

김성찬 자유한국당(경남 창원시 진해구) 의원과 강석호 자유한국당(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이 잇따라 북한 야생멧돼지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대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발생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개연성을 두고 파악하고 있다. 북한 야생멧돼지로부터 유입됐을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현수 장관은 “북한에 서식하는 야생멧돼지가 이중 삼중으로 돼 있는 국경 철책을 넘어 왔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전문가들이 새나 쥐, 고양이 등 매개체가 야생멧돼지 폐사체의 바이러스를 몸에 묻혀 전달할 가능성은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멧돼지에서 멧돼지로 전파될 가능성은 낮고, 매개체에 의한 간접 전파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다.

▲“안일한 정부 인식, 초기 대처 미흡”=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애초부터 북한 유입 가능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초기 대처에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발생 원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환경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도 북한 야생멧돼지가 내려올 수 없다고 부정적인 설명을 하면서 초기부터 대응에 실패하게 됐다”며 “이 정부는 북한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성찬 의원도 “10월 2일까지 ASF가 발생한 곳이 주로 경기 휴전선 서부전선이다. 멧돼지 사체가 발생하기 전까지 정부에선 멧돼지가 휴전선을 넘어올 수 없다고 했다. 동부전선의 경우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서부의 경우 임진강 하류의 지류에 따라 충분히 야생멧돼지가 넘어올 수 있는데 이럴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았다. 정부의 자세나 인식이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충남 보령·서천) 의원은 “9월 16일 ASF 첫 발병 이후 10월 2일 DMZ에서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환경부 장관이 그물로 포획하자고 총리에게 보고했고 10월 15일이 돼서야 포획팀이 만들어졌다. 그 전까지는 제대로 대응조차 못했던 것이고, 이는 늑장대응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현수 장관은 “ASF가 발생한 북한 지역에서 남쪽으로 넘어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매개체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는 부인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접경지역 14개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묶는 등 여러 조치를 해 왔기 때문”이라며 “멧돼지 사살까지도 총리께서 현장 방문해서 얘기하셨고, 그런 개연성을 절대로 부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확산 대책 주문=향후 확산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가 컸다. 야생멧돼지 포획의 어려움, 멧돼지 번식에 따른 확산 등이 언급되면서 확산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주문들이 뒤따랐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2018년 발생한 CSF(돼지열병)하고 ASF의 확산 경로가 아주 유사하다. 6개월 사이에 CSF가 많이 퍼지게 됐는데, ASF도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금방 퍼져나가게 된다”며 “2차 차단지역이 한강을 끼고 있는데, 지금 멧돼지 포획은 DMZ 주변이지만 궁극적으로 2차 차단선이다. 조금 있으면 멧돼지가 번식기라 하루에 100킬로 이상 간다고 하는데, 번식기가 도래하기 전에 2차 차단지역에서 아래에서 위로 멧돼지 포획을 밑어붙여서 제로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범정부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양수 자유한국당(강원 속초·고성·양양) 의원은 “멧돼지들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데, 강원 산간지역에서는 지형적으로 포획할 수 없는 곳이 많다. 백두대간이 충청도와 경북도와 연결돼 있는데,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본다”며 “왜 총리 중심의 범정부 기구를 설치하지 않고 농식품부 장관이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아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환경부 등 다른 부처에 얘기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냐”고 지적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ASF와 관련해서는 환경부, 국방부, 농식품부를 나눌 것이 아니라 적어도 단일체제를 갖추고 대응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포획 관련해서도 구멍이 많다. 겨울이 되면 바이러스 생존이 길어지고 소독제 등이 제 기능을 발휘될 수 있도록 농장주에 대한 교육도 확실하게 챙기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장관은 “제가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하고 있지만 총리님이 매주 1번씩 회의를 하면서 실제로 지휘를 하고 있다. 나머지는 사고수습본부 중심으로 정돈된 모습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장관은 “현재 멧돼지 개체수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집중적으로 총기포획을 하고 있고, 2차 차단지역까지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오염 가능성이 있는 돼지의 경우 빠른 시일 내에 수매나 살처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오염원이 DMZ와 민통선에 집중돼 있다고 생각해 소독하고 방역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방적 살처분 보상 문제=예방적 살처분에 따른 농가 보상 문제의 현실화도 요구됐다.

김현권 의원은 “최근 돼지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농가 보상이 시가로 돼 있는데, 보상 기준을 가격이 떨어지기 이전으로 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가 높기 때문에 예방적 살처분에 따른 보상에서 손해가 없도록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희 의원도 “예방적 살처분에 따른 보상 문제에 대해 양돈농가의 불만들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준을 잘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김현수 장관은 “살처분의 경우 당일 시가로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지금 가격 낮기 때문에 구제역이나 AI 보상 기준처럼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가가 높을 때도 있기 때문에 ‘일장일단’이 있다. 제도의 연속성 부분을 감안해 이 부분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농업 현안은
“공익직불제 예산 먼저 확대를…개도국 지위 반드시 고수해야”

EU·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
직불제 바꾸며 예산 큰폭 증액
장관 공백 등 개편 타이밍 놓쳐

농어촌상생기금 출석 예정된
대기업 사장들 안나와 ‘눈살’


▲공익직불제=당정이 내년 3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공익형 직불제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도입 시기와 예산 규모와 관련한 비판이 있었다.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주현 의원은 “현재 당정은 개도국 지위 박탈을 교묘하게 공익형직불제 도입과 연결하고 있는데, 이는 농민과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공익직불제는 쌀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것이고 쌀 농가들의 혜택을 밭 농가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라며 “말만 공익이 들어갔을 뿐, 이는 ‘분열형 직불제’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EU와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 직불제 개편을 단행하면서 각각 예산을 5배, 2배 늘렸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농정개혁TF팀에서도 2022년까지 5조2000억원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예산을 먼저 확대하고 난 이후에 직불제를 개편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운천 바른미래당(전북 전주을)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초기 김영록 장관과 신정훈 비서관 등이 지방선거에 차출되면서 5개월 동안 공백이 있었다. 2016년 사상 최대의 변동직불금 지급이 이뤄졌고,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공익형직불제로 바꿔 공급과잉에서 적정 생산 중심으로 정책을 바꿨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촉구=미국이 한국에 대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것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서삼석 민주당(전남 영암·무안·신안) 의원은 “WTO 개도국 지위를 반드시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 여야의 의견이다. 또 농도 전남도민들의 의견이고, 전남도의회에서도 관련 결의안을 보내왔다”며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압박을 해도 우리 농업과 농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개도국 지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수 장관은 “의원님 말씀을 감안해 정부 내에서 잘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농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대기업 사장 5인의 국감 증인 출석은 결국 무산됐다. 농어촌상생기금 참여가 저조한 문제와 관련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최선목 한화 사장, 홍순기 GS 사장, 이갑수 이마트 사장을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채 출석하지 않았다. 증인들은 해외출장 및 국내 행사 등을 이유로 출석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증인출석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농해수위는 사장단을 대신해 사회공헌담당 임원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으나 일부 위원들이 증인 출석을 반대해 최종 무산됐고, 대신 당초 증인 출석을 주도한 정운천 의원의 요청에 의해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단과 대기업 사회공헌담당 관계자들 간의 비공식 회의로 대체됐다.

이현우·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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